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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택가에 들어선 따스한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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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3-07 / 전원속의 내집

익숙한 동네, 늘 가던 재래시장,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는 곳. 건축주는 오래되고 불편한 옛집을 떠나는 대신 정든 동네와 새집을 택했다. 

취재 정사은  사진 임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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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곳, 아름다운 망우산이 보이는 동네에 지어진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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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비관과 우수관까지 건물 안으로 정리한 말끔한 외관의 화이트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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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중랑구
대지면적 : 122.20㎡(36.97평) 
건물규모 : 4층
건축면적 : 73.22㎡(22.15평) 
연면적 : 187.71㎡(56.78평) 
건폐율 : 59.9% 
용적률 : 158.5% 
주차대수 : 자주식 3대 
최고높이 : 11.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방수마감 
단열재 : 상부천장 - 비드법발포단열재 180㎜, 외벽 - 비드법발포단열재 90㎜, 내벽 - 스카이비바 30㎜ + 반사형단열재 6㎜, 하부바닥 - 비드법발포단열재 180㎜ 
외벽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외단열시스템  
창호재 : 이건창호 72㎜ 화이트 PVC 3중 창호(35㎜, 일면 로이유리) 
설계 : 건축공방 02-2038-3948  www.archiworkshop.kr 
시공 : 공정건설㈜(아틀리에 기노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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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상층은 아들 내외의 공간으로, 부모 세대와 분리된 동선과 그들만의 마당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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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의 이전과 현재 모습

 

 

재개발 열풍으로 두어 차례 들썩였던 망우동. 이제는 주민들 자체적으로 재개발을 저지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이런 지역은 지속해서 느는 추세이고, ‘팔고 나갈 사람은 이미 다 빠져나갔다’고 할 정도로 정리된 동네도 많다. 건축주가 30년 넘게 뿌리내리고 살아온 집을 허물고 자녀와 함께 살 집을 지으려 마음먹은 것도 재개발 지구에서 해제된 그즈음이다.
“집을 짓기로 하고는 건축업자가 이틀 만에 그려준 도면을 받아봤는데 1층부터 4층까지 꽉꽉 채운, 임대만을 목적으로 한 집이더라고요. 아들 내외와 함께 살기로 하고 짓는 집인데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사실 다가구·다세대 주택의 지상 과제는 최대한 빨리 짓고 잘게 쪼개 높은 임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기천만원의 설계비를 지출하면서도 건축가를 찾을 생각을 한 건축주의 속마음이 궁금했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니니 한 번 시작하면 믿고 맡기는 것이 맞고, 기왕 지을 거 재량을 갖춘 사람에게 일임하자 결심했다는 건축주다. 마침 근처에 면적 욕심을 내다가 불법건축물로 판정돼 사용승인을 못 받고 있는, 소위 집장사가 지은 집이 있어 간접 경험을 한 차례 한 뒤였다. 그렇게 온 가족이 머리를 맞대 의견을 모으고 ‘건축공방’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세 번을 여쭤봤죠. 어떤 집을 원하시는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따뜻한 집’이라 답하시더라고요”
심희준·박수정 건축가는 건축주와의 첫 미팅을 이렇게 기억한다. 얼마나 춥길래 그런가 싶어 허물기 전 옛집에 가봤더니, 연탄난로를 집 안에 들여놓는 위험천만한 일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단열이 안 되는 집이었다. 한겨울에는 실내 주방의 수도관이 얼 정도였다고 하니, 70년대 지어진 옛 조적조 주택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한 달에 25만원 난방비를 내면서도 내복에 조끼를 껴입고 버선까지 신고 살던 집이었기에, 건축주의 ‘따뜻한 집’에 대한 요구가 결코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건축가의 고민은 사용하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세대가 어우러져 사는 집, 여기에 건축비 일부를 충당해야 하니 임대세대도 함께 구성해야 하는 데서 시작했다. 이 복잡한 조건을 37평 작은 땅, 22평 협소한 건축면적에 풀어내는 건 더 큰 숙제였다. 옆 건물과의 좁은 간격으로 창문도 제대로 열 수 없는 조건, 주차면적의 확보, 일조권 사선 제한. 이런 모든 조건과 제약들을 버무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친환경 벽지
바닥재 : 동화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논현동 유로세라믹
수전 등 욕실기기 : 논현동 유로세라믹
주방 가구 : 세한싱크
조명 : 논현동
계단재 : 고흥석 20㎜ 잔다듬
현관문 : 단열도어
방문 : 영림 슬라이딩 및 여닫이문
붙박이장 : 세한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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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원과 프라이버시 문제로 창을 낼 수 없는 측벽에 하늘 발코니를 만들어 채광과 통풍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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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를 즐기는 건축주를 위해 주방 찬장에 간접 조명을 설치하고, 냉장고와 각종 집기가 들어갈 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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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발코니와 면한 안방. 안방에서 발코니로 나갈 수 있도록 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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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은 주차장과 작은 창고로, 2층은 두 개의 임대 세대로 꾸리고 3층은 건축주 세대, 4층은 신혼부부인 아들 세대로 구분했다. 층별로 세대를 나누는 보편적인 방식과 함께, 전문가로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아이디어로 건물은 구성되어 있다.
건축가는 집을 박스 형태로 만들어 패딩처럼 단열재로 따뜻하게 감싸고, 밖으로 난 창이 크지 않지만 늘 햇살이 드는 실내를 만드는 아이디어로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나갔다. 우선, 정북방향 일조 사선제한으로 생기는 최대 면적을 기본 골격으로, 건물 틈으로 드는 햇볕을 최대한 실내로 들이기 위해 벽의 일부를 위로 뚫기도 하고 옆으로 밀어내기도 해 독특한 모양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늘 발코니와 4층 거실 밖에 있는 벽돌 가벽은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하고, 벽면을 타고 드는 반사광으로 실내를 밝힌다. 창문은 열전도율이 낮아 에너지 성능이 뛰어난 PVC 3중 창호를 사용하고, 틸트 앤 턴(Tilt & Turn) 기능을 넣어 옆집 시선과 상관없이 창을 열 수 있도록 했다. 거기다 외단열시스템으로 건물을 꽁꽁 감싸 지금의 집, ‘화이트 큐브’가 탄생했다.
기능에만 치중하지 않고, 미학과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얀색 박스 모양 주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계와 전기·우수·배수관이 건물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샤프트(Shaft) 공간을 따로 마련해 외부에 덕지덕지 노출되는 배관과 설비를 모두 정리했다. 심희준 소장은 이 방법에 대해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니고 공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니 설계자가 조금만 신경 쓰면 관리도 편해지고 보기에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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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예산을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한 건축가의 노력은 건물 곳곳에 보이지 않는 흔적으로 남았다. 설계 완료 후 건축주가 받아본 60페이지에 달하는 견적서에는 타일 하나, 철근 한 개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고, 설계뿐 아니라 공정 관리와 자재 선정까지, 예산에 맞추기 위한 건축가의 노력이 숨어 있다. 덕분에 전체 공사비는 2층 두 가구의 임대료와 분가했던 아들 내외의 집을 합친 금액, 이것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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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벽의 일부를 앞으로 밀어낸다는 개념으로 설치한 가벽은 외부의 시선을 적절히 가리는 좋은 차폐 요소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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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층은 작은 면적인 만큼 방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설치해 넓게 쓸 수 있도록 했다.  ▶ 욕실 바닥을 건식으로 처리하여 따뜻할 뿐 아니라 물기도 빨리 마를 수 있도록 했고, 통풍에 의한 자연환기가 되도록 창을 냈다.

 


비록 설계자가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를 마음껏 만질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여러 제약 속에서 단점을 최소화하고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실용적이면서도 보기에도 좋은 집을 만드는 것. 이것이 건축주가 건축가를 찾을 때 바라는 점이었을 테고, 집에 대한 건축주의 만족은 이전 집에서의 불편함에 반비례, 아니 그 이상의 그래프 곡선을 그린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안에 들어오면 밝고 포근한 모습에 다들 놀라요. 요즘은 겨울에 반팔을 입고 따뜻한 거실에 누워 하늘 발코니 창으로 별, 달, 하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요.”
잘게 쪼개 넣은 임대세대로 올릴 수익보다 가족과 세대원들이 애착을 갖고 살 집을 갖게 된 건축주. 이 건물은 사는 이에게, 그리고 오가는 동네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이다.

 


심희준, 박수정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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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공방 공동대표로 일상의 건축을 생각하고, 짓고, 누리고, 공유하는 건축가들이며, 일상성이 특별해지는 공간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건축, 도시, 조경, 레노베이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대표작인 <Glamping in Korea>로 국내외 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이 밖에 <화이트큐브 망우>, <VEGEGARDEN>등의 작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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