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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꿈꾸던 낡은 창고 속 이층집, 언포게터블(Unforget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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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1-05 / 전원속의 내집

20년 전 아버지가 지었던 콘크리트 창고는 이제 딸의 신혼집이 되었다. 잊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못다 이룬 꿈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취재 김연정   사진 박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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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 된 낡은 콘크리트 창고가 신혼집이라는 이름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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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가와 사무실 직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든 집의 정면 모습

    

이 집은 20년 된 낡은 창고에 만들어 넣은 ‘집 속의 집’이다. 2년 전 10월 어느 날, 20대 후반의 젊은 연인이 결혼하면 살게 될 집을 짓고 싶다며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에게 설계를 의뢰하러 찾아온 사람 중에서 가장 어린 나이였다.

그 커플은 당시 내년(2014년)에 결혼을 할 것이고, 신혼집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고민하던 중 신부의 고향에 있는 지은 지 20년 된 콘크리트 창고가 생각났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을 고쳐서 집으로 지어 자신들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고향은 서울에서 380㎞ 떨어진 동해에 면한 바닷가, 포항과 감포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작업의 어려움과 거절할 핑계를 한참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들이 가져온 논과 밭 사이에 우뚝 솟아있는 콘크리트 창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는 순간, 갑자기 주문에 걸린 듯, 피리 부는 사나이의 피리소리를 들은 듯 나도 모르게 일을 맡겠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이 창고는 20년 전 신부의 아버지가 지었다고 한다. 고향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이 주변 땅을 구입해 양계장을 만든 아버지가 사료 공장으로 지은 곳이 바로 우리가 고칠 그 건물이었다. 큰 기계를 들여야 했으므로 층고를 5m 정도로 높게 잡았고, 철근콘크리트 기둥과 보로 뼈대를 만들고 벽체는 시멘트 블록 위에 모르타르를 발라 완성했다. 그리고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 옆에 2층 집을 지어 가족이 단란하게 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일 년 후 어느 비 오는 날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사업은 흐지부지되었고 그 건물은 그냥 동네 사람들이 농기구나 이런 저런 짐들을 모아놓는 창고로 20여 년을 보내게 되었다. 그사이 많이 낡아 벽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구멍이 뚫렸고, 비가 오면 옥상에 고인 빗물이 창고 안으로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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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 이곳은 가족이 살아가며 점점 채워나갈 것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더라도 아파트 같은 주거형식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다. 경제적 측면, 즉 부동산 가치로 볼 때나 편리함을 생각할 때 아버지가 물려준 낡은 창고를 신혼집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는 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었다. 그들의 주변 사람들도 “미래의 가치를 생각해 아파트를 사거나 임대하면서 시작해야 앞으로 재산을 불릴 수 있는데, 그 돈을 몽땅 그 낡은 창고에 다 쏟아 부으면 허공에 사라지는 거야!”라며 반대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말리는 사람들에게 “이 집에서 평생 살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필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현명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한 그들의 생각을 듣고, 무척 부담이 되기도 하였다. 커다란 공백뿐인 창고 안에 온기를 불어넣는 그 일은 말하자면, 낡은 흑백사진에 색을 넣고 입체감을 불어넣어 생생한 화질의 총천연색 그림을 만드는 것이고, 젊은 부부의 인생의 배경이 될 튼튼한 덮개로 만드는 일이었다.

예산은 전체 면적의 1/3 정도만 고칠 수 있는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단 꼭 필요한 면적만큼, 집 안에 집을 넣는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높은 층고 덕에 2개 층이 가능하므로 1층은 주방과 식당, 거실 그리고 벽 뒤로 숨어 있는 작은 서재로 구성하고 2층은 가족실과 욕실, 드레스룸을 갖춘 침실로 구성했다. 남은 공간은 그들이 살아가며 조금씩 채워나가기로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북 포항시 장기면

건물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800㎡(242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98㎡(59.89평)

연면적 : 250㎡(75.62평)

건폐율 : 24.75%

용적률 : 31.25%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조

설계담당 : 손성원, 최민정, 이상우,

 이성필, 이한뫼, 문주원

시공 : 스타시스(황인일, 안종국)

감리 : 가온건축

설계 : 임형남, 노은주(studio_GAON) 02-512-6313

www.studio-ga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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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색으로 통일한 벽과 바닥 타일, 그리고 목재가 어우러지니 화사하고 밝은 거실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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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창고의 높은 층고 덕분에 이층집이 될 수 있었다. 2층에서도 1층을 내려다볼 수 있게 공간을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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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플하게 꾸민 주방의 모습. 많은 컬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는 더욱 확장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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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 뒤로 숨겨둔 작은 서재는 언제나 햇살로 가득 채워진다. 또한 미닫이문을 여닫음으로써 원하는 구조로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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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갸륵한 젊은이들은 우리와 만난 지 1년만인 작년 10월 4일 결혼했다. 서울에서 꽤나 먼 거리임에도 선뜻 공사에 응한 용기 있는 시공회사 덕에 집도 날짜에 맞춰 완성되었다.

집 속의 집은 철골로 내부의 뼈대를 짜고 공용 공간의 벽은 합판과 조명을 응용한 마감으로 목재의 따뜻함을 느끼도록 했고, 그 밖에는 흰색으로 차분하게 마감했다. 바닥 또한 흰색의 타일을 덮어 화사하고 밝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빠듯한 예산에 맞춰 집을 짓다 보니 외관의 거친 콘크리트 벽에 손을 댈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벽화를 그려주겠노라 선뜻 약속을 하고, 도안을 고민하다 바코드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바코드는 나무가 되고 숲이 되는데, 그 바코드로 읽히는 정보는 가족의 사랑을 상징한다는 설정으로 벽화의 도안을 완성했다.

      

우리 사무실 전체 인원이 차를 타고 달려가 1박 2일 동안 벽에 매달려 벽화를 그렸다. 벽화를 처음 그리는 것이라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여러 명이 매달려 줄을 긋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하며 노동의 즐거움을 꽤나 만끽했다. 옥상으로 가는 외부계단이 있는 벽에는 한국의 유명화가인 박수근의 스케치를 모델 삼아 집과 가족의 따뜻함을 상징하는 그림을 크레용으로 그렸다. 사방으로 온통 논과 밭인 들판에 우뚝 솟은 우리의 창고가 드디어 이십 년 만에 사람을 담는 창고로, 아니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둔 젊은 부부의 사랑과 생활을 담는 창고로 거듭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마치 냇 킹 콜(Nat King Cole)의 노래 ‘언포게터블(Unforgettable)’을 그의 딸 나탈리 콜(Natalie Cole)이 아버지 사후 몇 십 년 만에 이어서 다시 불렀던 것처럼,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달팽이 집 같은 포근한 껍질 속에 딸이 화음을 곁들이며 아버지가 꿈꾸던 2층 집을 집어넣은 것이다. 그렇게 삶과 집이 다시 이어졌고, 우리도 이 집의 이름을 ‘언포게터블’로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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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은 가족실과 욕실, 드레스룸을 갖춘 침실을 배치하였다. 특히 1층과 이어진 2층 벽면은 빔프로젝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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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혼부부의 침실다운 순백색의 공간과 단정한 가구 및 침구가 조화롭게 느껴진다.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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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건축 공동대표로, 홍익대, 중앙대 등에서 강의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사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KBS 남자의 자격, SBS 학교의 눈물 등 건축 관련 방송에 멘토로 참여했다. 그동안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기획전(2002, 2004), 환원된 집(2011), 최소의 집(2013) 등의 전시회를 열었고, 저서로는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서울풍경화첩』 등이 있다.

주요작품 금산주택, 산조의 집, 문호리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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