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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함께 지은 독특한 중정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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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멀리서 보아도 눈에 띄는 특별한 집. 자매가 이웃이 되기로 마음먹고 지은 두 가구 주택을 만났다.


건축가에게 집 설계를 맡기면 보통 독특하고 재미있는 공간을 요구한다. 그 요구는 집 짓는 설렘의 표현이자 평면적인 아파트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일종의 해방감에서 나온 것이다. 서동 팔콘 주택은 이 두 감정(설렘과 해방감)이 섞여 있다. 아파트의 삶을 청산하고자 하는 언니네와 신혼의 삶을 시작하는 여동생이 함께 지은 두 가구 주택이기에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1,2 필로티 구조로 넓은 마당을 가지게 된 집의 외부 모습

가족들이 요구한 내용을 살펴보면 직접적이진 않았지만, 집 짓는 설렘의 흔적이 설문지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 흔적들을 찾아가다 보니 방들은 아지트가 되어야 했고 주방은 편리함과 이상향 중간에서 욕심을 내야만 했다. 이 별개의 내용을 어떻게 잘 연결할지가 핵심적인 숙제라고 판단하고 계단실과 스킵플로어를 적용해 공간구성 측면에서 재미있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설계를 풀어나갔다. 중간이 비워진 정사각 형태의 계단실은 삼면의 공간과 연결되는 스킵플로어가 가능하여 다양한 높이에서 실들이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계단실 중간이 비워진 덕에 위아래 공간이 탁 트여서 좁은 거실을 넓게 느끼게끔 할 수 있었고,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각 실이 더 가깝게 연결되다 보니 층의 구분이 사실상 모호해져 숨바꼭질이나 잡기 놀이를 하면 술래가 힘들어지는 공간 구성을 만들 수 있었다.

3 두 가족의 공유 공간인 중정. 아이들끼리 함께 뛰놀기도 하고, 가족들이 모여 식사도 할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장소이다.4 다양한 형태의 창을 통해 새어 나오는 빛이 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5 중정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앞쪽 필로티 마당을 도로보다 1m 올리고 울타리 관목을 심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울산광역시 중구 서동 
대지면적
 ▶ 280.50㎡ (84.85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언니네 : 4명(부부 + 자녀 2) / 동생네 : 3명(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138.37㎡ (41.85평) | 연면적 ▶ 204.84㎡ (61.96평)
건폐율 ▶ 49.32% | 용적률 ▶ 73.02% | 주차대수 ▶ 3대 | 최고높이 ▶ 8.4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T80 압출법보온판 1호 | 외부마감재 ▶ 실리콘페인트 

창호재 ▶ 테라창호 3중 로이유리 39mm | 에너지원 ▶ 도시가스
구조설계(내진) ▶ ㈜유진구조 이앤씨 | 시공 ▶ 아텍건설 | 협력설계 ▶ 그리다 건축사사무소
설계
 ▶ 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DID 실크벽지 / 바닥 – TEKA 원목마루 PEERLESS STANDARD, 동화마루 나투스진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세비앙
가구설계 ▶ designgroup DAIN | 가구마감 ▶ 주방 가구 – PET 싱크대 상판 – 칸스톤
조명 ▶ LED 매립등, 이케아 펜던트 | 계단재·난간 ▶ 멀바우 + 평철 난간 | 현관문 ▶ 성우스타게이트

SECTION

① 현관 ② 화장실 ③ 주방 ④ 팬트리 ⑤ 방 ⑥ 창고 ⑦ 거실 ⑧ 다용도실 ⑨ 욕실 ⑩ 드레스룸 ⑪ 다락

PLAN

1F – 66.97㎡ / 2F - 137.87㎡ / ATTIC - 53.28㎡
6 아이들 방 앞 계단실에서는 2층 거실과 1층의 마당 풍경까지 한눈에 들어온다.7 침실에서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게 외부에 심어진 참나무 주변으로 큰 창을 내었다.

보통 집짓기 설문을 시작해보면 아들과 농구를 해야 하는 아빠는 마당을 포기할 수 없고 동시에 엄마는 고급스러운 넓은 주방을 바라는 다소 반대되는 조건들이 즐비하다.

가족 구성원들의 요구 조건은 복잡다단하고 예산이나 면적은 한계가 명확하니 이 접점을 잘 오가야 하는 건축가의 역할은 가성비 최고의 계획을 해내는 것이다. 당연히 이 주택은 법적 용적률을 넘어서 발코니 확장과 다락에 이르는 한계치까지 면적으로 모두 사용하고 예산 또한 절감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8 계단실 아래에 마련된 아지트 같은 작은 거실 공간9 언니네 집은 어두운 바닥재와 대비 되도록 주방 가구도 역시 벽체와 같은 색상인 흰색으로 맞추었다.

두 가구 주택은 일반적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면서 외부 마당이 좁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층 면적을 줄이고 남은 공간을 필로티 구조로 계획하였다. 필로티 덕에 마당도 넓어졌지만, 그 아래는 그늘도 많이 생겨 활용도가 높아졌다.

10 동생네 집 1층 계단실. 방문을 양개문을 사용하여 좁은 공간이 답답하지 않게 보완하였다.

단독주택에서는 비나 햇빛을 피해 사용할 수 있는 그늘진 공간이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필로티 구조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단위계획 주거단지들은 법적으로 담장을 못 하므로 마당이 도로에서 훤히 들여다보일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필로티 아래 마당을 도로보다 1m 높이고 그 부분에 울타리 나무를 심는 방법으로 마당의 사생활을 보호하였다.

두 가구 주택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은 세대 간 맞붙은 벽을 통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층 평면에서 세대 중간을 비운 도넛 모양의 형태로 설계하여 세대 간 맞붙은 벽을 최소화했는데 결과적으로 모든 실의 채광과 통풍에도 상당히 유리하게 되었다.

11 1층에는 게스트룸을 두어 가끔 오시는 부모님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화장실과 별도의 테라스를 배치했다.

지구단위계획의 주거단지에는 대부분 경사 지붕을 법적으로 정해 놓았다. 두 가구 주택에는 용적률을 다 사용하고도 면적이 모자라 다락을 필수로 넣어야 했는데, 이 경사 지붕이 문제였다. 도넛 모양의 사각형 형태에서 경사 지붕이 다소 생뚱맞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지붕의 경사를 다소 복잡한 형태로 만들어 해결했고, 이 지붕 때문에 우주선 닮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집 이름은 ‘서동 팔콘’이 되었다. 물론 스타워즈의 ‘팔콘’과는 형태가 다르지만, 우주선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팔콘’인 점도 있고 ‘서동 팔콘’이란 단어가 입에 착 붙는 이유도 있었다.

두 자매 건축주는 취향이 분명하게 달랐다. 언니는 어두운 바닥재, 동생은 밝은 바닥재, 언니는 1층에 주방, 동생은 2층에 주방, 안방을 도로 쪽에 배치한 언니와 다르게 동생 집은 도로 반대편 깊숙이 안방을 배치하였다. 취향에 대한 존중은 당연하나 이 취향은 삶의 패턴이 다른 점에서 기인한 것이라 최대한 반영해주고자 노력하였다. 전업주부와 직장인의 삶을 각각 살고 있는 두 자매는 이렇게 서로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외부공간을 사이좋게 나눠서 사용하는 배려도 놓치지 않았다.

12 다락에서 본 거실과 주방13 하늘에서 바라본 주택의 전경. 남다른 모습만큼이나 두 자매에게는 특별한 집이 되었다.

요구사항과 환경적인 제약은 건축가에게 늘 주어지는 시험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지선다형의 객관식이 아니라 늘 주관적인 답을 써야 하는데 그게 해답인지 오답인지는 살아본 건축주만이 안다. 시공과정에서 예산의 초과와 시공 기간의 연장에 따른 피로감으로 불편한 감정들이 노출되기 마련인데, 몇 달 살고 난 이후에 찾아가 만난 건축주의 얼굴에선 집을 짓길 잘했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건축가에게 이보다 더한 보상이 있을까. 그간의 설움과 불편한 감정들은 그 모습에 눈 녹듯 사라지고 언제든 놀러 오라는 인사말에는 왠지 모를 미안함도 느껴졌다. 시험답안지 제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 짓고 나면 좀 더 잘할 걸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구석엔 남겨지는 것 같다.


건축가 김성률 _ 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



동서대학교 건축학과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0년의 실무경력을 바탕으로 2013년 리을도랑 아틀리에를 개소한 후 2020년 리을도랑 건축사사무소로 개명하였다.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부산시 공공건축가/경관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건축과 브랜딩이 연계된 카페와 펜션 프로젝트 및 도시재생 관련한 서구 아미로 돌집, 체험형 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지역발전에 기여한다. 근작으로 빌라빌레쿨라 카페&주택, 민들레유치원 등이 있다.  051-917-6258│www.rieuldorang.com


취재 _김연정, 사진 _윤준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5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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