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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균형 있는 삶을 위한 단층집 Lag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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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집은 ‘삶을 담은 그릇’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9번의 이사를 거쳐 마침내 나를 꼭 닮은 공간과 일상을 누리게 된 부부의 이야기.



©texture on texture

Family 이해승(51), 박은정(43) 결혼 16년차 부부    
Job 부부 모두 자영업    
House 1976년에 지은 단층 주택     
Process 설계 3개월, 공사 4개월, 내·외부 전체 리모델링   
Cost 주택 매입 260,000,000원, 리모델링 130,000,000원


나이가 같은 집에 산다는 것

이해승, 박은정 씨 부부는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전전하며 9번의 이사를 했다. 기성복 같은 집에서의 삶을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2016년 11월, 이 집을 계약했다. 1976년 지어진 단층집으로, 아내 은정 씨와 동갑내기인 집이었다.

“가격이 낮더라도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의 집은 제외했죠. 가능하면 두 도로가 교차하는 코너에 위치한 집을 찾았어요.”

 



 

 

재개발 문제가 확정되지 않은 지역이라 위험 부담은 있었지만, 과감하게 리모델링을 하기로 했다. 주택의 경제적 가치를 우위에 두었다면 쉽게 내리지 못했을 결정이었다. 다만, 너무 오래된 노후주택이라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리모델링을 이끌어줄 전문가가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BEFORE  -  남쪽에 마당이 있는 1970년대 주택의 전형으로, 화장실이 외부에 있는 구옥이었다. 흔한 적벽돌 마감의 배면, 측면과 달리 정면의 마감재는 고급스러워 보였지만, 철거 후 드러난 구조는 허술했다. 난방도 깔리지 않았던 거실 마루를 뜯어내니 깊은 흙바닥이 나타났다. AFTER - 리모델링 후 달라진 현재의 외관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분들이었어요. 공간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디자인 감각도 남달랐고요. 관련 지식도 해박하셔서 제가 오히려 긴장할 정도였죠(웃음).”



여러 건축가와의 미팅 끝에 연을 맺은 스튜디오 오브릭의 남혜영 소장은 두 사람을 이렇게 기억한다. 여행, 캠핑 등 평소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부부는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잘 반영된, ‘집 같지 않은 집’에 살고 싶다고 주문했고, 설계 기간 내내 남 소장과 긴밀한 대화가 오고 갔다.

리모델링의 어려운 점은 건물의 기초나 구조, 시공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고 마감 재료를 철거하고 난 후에야 눈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 남쪽으로 마당을 둔 집은 외벽 마감재 등이 비교적 고급스럽고 탄탄해 보였지만, 막상 뜯어보니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적 상태가 굉장히 엉성했고, 오랫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화장실이 마당에 있어 넓지 않은 면적에 2개의 욕실까지 포함시켜야 했다. 결국, 기존 구조를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 다양한 평면을 검토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2가지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거실. 안전상의 이유로 없앨 수 없던 벽이 오히려 장점이 되어 집 전체가 순환하는 독특한 동선을 이루게 되었다.

Livingroom      
벽 : 수성 내부용 VP 마감(비닐페인트), 적벽돌  /  바닥 : 윤현상재 테라조 타일      
소파 & 테이블: 가리모쿠60  /  라운드 테이블 & 의자 : PLANJAE        
펜던트 조명 : 루이스폴센 파테라(Patera)  /   방문 : 영림도어


건축주 요청에 따라 신발장 없이 심플하게 구성한 현관 / 현관, 드레스룸, 욕실,세탁실로 연결되는 진입로 부부를 위해 마련한 프라이빗한 동선으로, 외부에서 오염된 옷과 신발을 바로 탈의하고 세면할 수 있다. /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만든 세탁실 및 욕실 평상형 침대를 제작한 침실. 오롯이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  드레스룸, 욕실을 지나 꺾으면 정면으로 침실 출입구가 보인다. 부부만 생활하는 집이다보니 문은 커튼으로 대신해 디자인적 요소를 살렸다. 

Bedroom    
침대 : 현장 제작   /  침구 : 무인양품  /  의자 : 가리모쿠60      
조명 : 해외 직구   /  커튼 : 키티버니포니, 이케아 블라인드



단층이지만, 입체감 있는 집의 구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현관에서 손님과 집주인의 동선을 분리한 것. 손님은 좌측 거실을 향하는 통로로, 부부는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드레스룸으로 바로 진입한다. 부부의 깔끔한 성격과 생활 습관을 반영한 구성이다. 마루 아래 깊은 흙바닥이 드러났던 거실은 기존 주택의 특성을 살려 집 전체 바닥보다 약 50cm 낮다. 이 단차 덕분에 층고를 확보하고 한층 풍성해진 공간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작지만 넉넉한 새집에서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바로 ‘미니멀라이프’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넘치는 것을 버릴 줄 아는 삶. 부부는 집과 함께 적당히, 나이 들어간다.

현관에서 분리되는 또 하나의 진입로. 거실, 주방 등 공용 공간으로 이어진다. 집의 역사를 간직하고자 옛 외벽 일부를 그대로 남겨둔 점이 인상적이다. ©texture on texture 요리와 식사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11자형 주방. 나무의 따스한 질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마주 선 부부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Kitchen   
주방 타일 : 윤현상재 수입타일  /  스테인리스 상판 & 싱크볼 : 리스퀘어산업      
주방 가구 : 현장 제작  /  수전 : 해외 직구  /  냉장고 : 삼성     
후드 : haatz  /  조명 : 스튜디오 오브릭 제작


깊은 바닥 레벨을 살려 단차를 준 거실 덕분에 한층 입체적인 공간이 탄생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인천광역시 남구 | 대지면적 ▶ 171㎡(51.73평) | 건물규모 ▶ 지상 1층 + 옥탑 | 건축면적 ▶ 81.91㎡(24.78평) | 연면적 ▶ 89.91㎡(27.20평) | 건폐율 ▶ 47.63% | 용적률 ▶ 52.3% | 주차대수 ▶ 1대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 벽 – 연와조 + 지붕 콘크리트 평슬래브 | 단열재 ▶ 외단열 – 비드법단열재 50mm / 내단열 – 비드법단열재 50mm + 수성연질폼 200mm |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 외단열시스템 / 지붕 – 옥상 방수 | 담장재 ▶금속 평철 제작 | 창호재 ▶ 살라만더 시스템창호 / 유리 – 한글라스 46T(5Low-E+16Ar+4CL+16Ar+5Low-E) | 에너지원 ▶ 도시가스



설계·시공 ▶ STUDIO O’BRICK 남혜영 소장 02-730-0029, www.obrick.kr


단을 높이고 걸터앉아 이야기 나누기 편하게 계획한 다다미방은 3중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거실의 확장형으로, 문을 닫으면 게스트룸으로 변신한다. 

Tatami room    
TV : 삼성 세리프  /  바닥 : 다다미 해외 직구  /  방문 : 영림도어


마감재 변화로 공간적 반전을 꾀한 계단실 ©texture on texture   /  서재로 쓰는 아늑한 옥탑방. 합판으로 마감한 벽과 천장이 계단에서부터 이어진다.  

Rooftop       
벽 : 라왕합판  /  바닥 : 윤현상재 테라조 타일      
책장 : 라왕합판 현장 제작  /  의자 : 가리모쿠60, Nychair X      
수납함 : 건축주 DIY / 조명 : LED 매입등


AFTER


건축주 인터뷰 / HAESEUNG & EUNJUNG

리모델링 정도는 셀프 시공이나 직영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전문가(건축가)가 투입되면 그 과정과 결과물이 분명히 달라집니다. 적벽돌, 스테인리스, 합판, 타일 등 다양한 자재와 스타일을 적절하게 믹스매치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특히 저희끼리 진행했다면 나올 수 없었을 효율적인 구조와 동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죠. 영리한 평면 설계가 중요한 리모델링에 건축가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단, 전문가와 함께하더라도 건축주는 기본적으로 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통해 자재나 시공 디테일에 관한 정보를 수집, 연구하고 건축 관련 교육을 수강했어요. 시공 현장에도 매일 상주하다시피 했습니다. 덕분에 나중에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죠. 여건만 허락한다면 가능한 현장에 자주 들르기를 추천합니다.


공사일지


D-124|6월 13일~15일 철거를 시작하고 목재 프레임을 제거하니 부실하기 짝이 없는 내부 조적 벽이 드러났다. 구조 보강이 절실해 보인다. 

D-121|6월 16일~20일 거실 마루를 철거했는데, 생각보다 더 깊은 단차에 놀랐다. 이를 그대로 살릴지 바닥 레벨을 맞출지 고민이다. 

D-116|6월 21일~23일 기존의 전기 배관을 모두 교체하는 작업을 했다. 

D-113|6월 24일~26일 원래 안방이었던 공간에 주방을 만들기 위한 배관 시공을 진행했다. 창문이 있던 자리를 아래까지 철거하여 외부로 출입이 가능한 문을 설치하려고 한다. 

D-110|6월 27일 배관이 끝난 바닥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을 시작했다. 

D-74|8월 2일~11일 이렇게 긴 기다림이 될 줄은 몰랐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 때문에 공사가 한 달 넘게 지체되었다. 비가 물러가고 본격적으로 벽체 보강을 시작했다. 막상 뜯어보니 상태가 훨씬 심각했던 상황. 구조를 살리려면 보강이 필수다. 

D-64|8월 12일 단열을 위해 거실의 나무 창을 뜯고 바닥부터 보강 작업을 하였다. 

D-43|9월 2일~5일 내부 바닥과 벽 마감이 시작되었다. 바닥에는 테라조 타일을 깔고 벽은 도장했다. 주방 벽에는 화이트 타일을 깔고 나무로 주방 가구를 제작했다. 합판의 질감이 스테인리스 상판과 싱크볼, 수전, 조명의 차가움을 덜어줄 것이다. 

D-39|9월 6일~25일 도장 전 목재로 마감한 계단실. 합판 벽체의 느낌을 꼭 살려보고 싶었는데, 1층의 마감재 종류가 너무 많다는 남 소장님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적용 부분을 변경해 계단실부터 옥탑방까지 이어지는 느낌으로 마감했다. 

D-5|10월 10일 욕실 공사와 붙박이장, 조명 설치 등이 마무리되고 있다.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취재_ 조고은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Vol.23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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