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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포시 내려앉은 행복 안성 배꽃집(Pyrus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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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지난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마치 하얀 구름 속에 있는 착각이 들만큼 아름다웠다. 평범한 시골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살게 된 행복한 네 식구의 배꽃집 이야기다.

 


취재 김연정  사진 석정민(건축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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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마을에 부부와 아들, 아이의 외할머니까지 함께 사는 네 식구를 위한 집이 지어졌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건축에 있어 ‘소통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그동안 건축이 분야의 사람들끼리 만들어지고 소비된 덕분에,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건축에 대한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고 건축가들 역시 대중과 소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 사이에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빡빡한 도시생활을 버리고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기로 한다면, 서울의 전세값으로 나만의 공간과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공간을 가진 주택을 지을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실천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건축주와 인연은 작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택살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건축가들의 강의도 듣는 인터넷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 배꽃집은 홈시어터 마니아인 건축주의 이상이 담긴 집이다. 안성 시내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마을에 대지를 구입하고, 부부와 아들 하나 그리고 지척에 사시는 아이의 외할머니를 위한 공간까지.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네 식구를 위한 공간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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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측 모습. 앞으로 넓은 창을 내어 밝고 따스한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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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 마련된 높은 천장고의 메인홀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안성시 
대지면적 : 507㎡(153.36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건축면적 : 187.94㎡(56.85평)
연면적 : 211.71㎡(64.04평)
건폐율 : 37.07%
용적률 : 41.76%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7.6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징크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20㎜
외벽마감재 : ㈜로그인터네셔널 돌타일, 스터코
시공 : 라이프 건축
설계 : 스노우에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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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내부 공간의 배치에 따라 다채로운 입면을 가진다


INTERIOR SOURCE
내벽마감재 : 삼화페인트
바닥재 : 이건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벨라 세라믹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대림요업
주방 가구 : 제작가구(일팔공디자인 경면 및 패트)
전기 및 조명 : 명진조명
계단재 : 집성계단판
현관문 : 메리트도어
아트월 : 벨라 세라믹 수입타일
붙박이장 : 제작가구(일팔공디자인 경면 및 패트), 브론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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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한가득 드는 2층 가족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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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공간에 마련된 남편의 홈시어터룸

 

 

대지는 좁은 길로 진입해야 하는 전형적인 시골 동네에 있었는데, 동쪽으로 배나무 밭을 마주한 상태였다. 특히 처음 대지는 동쪽의 진입도로보다 지면이 낮아 건축주는 성토한 후 설계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먼저 설계를 통해 마당을 도로 높이로 올리고 원래 지반은 지하층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불필요한 공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우리의 생각을 제안했고 건축주는 흔쾌히 따라와 주었다.
설계의 주안점은 남편의 공간인 홈시어터룸과 다른 가족들의 공간 관계를 설정하고, 독립적으로 사용되면서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집의 전체 면적 중 홈시어터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이는 최소 5m 폭과 7m 길이의 공간이 확보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의 창이 필요한 홈시어터룸을 기존 대지 높이에 배치하여 반지하 공간으로 만들고, 진입도로와 나란히 두어 도로로부터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홈시어터룸 남쪽으로 선큰 데크를 두고 채광 및 환기창을 만들어 습기가 차지 않고 공기가 순환되도록 계획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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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GRAM


북쪽으로는 주차장과 현관이 있는데, 현관에 들어서면 공간은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가장 가까이는 할머니의 공간으로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출입이 용이하도록 하였고, 오른쪽에는 2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실을 두었다. 이어서 정면으로 현관의 낮은 천장에서 공간의 높이가 급격하게 높아지는 매개공간이 나타나는데, 이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2층까지 가장 높이 오픈되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주택을 설계할 때 아파트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높이의 공간을 계획한다. 이 부분은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고, 이런 공간에서 자란 아이가 창의력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중요한 설계 요소로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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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방에는 다락과 연결되는 노란 사다리를 놓아 주었다. / 화이트 컬러로 마감한 복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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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공간과 대비되는 안방 아래 비교적 낮은 높이의 주방과 식당이 위치한다. 두 공간은 3단의 높이 차가 있어 주방에 서서 음식을 하면 반대편 식당 쪽에서는 좌식으로 식사할 수 있다. 식당의 경우, 동쪽 폴딩창을 통해 외부 데크로 열려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배 밭 풍경은 이 집의 최고 전망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아이방이 있다. 아이를 위해 사다리와 다락을 만들었고, 내벽의 남쪽 상부를 유리로 마감하여 더 많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아이방의 건너편에는 데크를 만들어 가족들의 야외 활동을 고려했다. 두 단의 계단을 통해 공간이 분리되면서 가족실을 접하게 되는데, 남쪽은 매개공간으로 열려있고 북쪽과 동쪽에는 큰 창을 두어 원경의 산을 볼 수 있다. 좁은 복도를 통해 공간은 다시 분리되고 욕실과 만나게 된다. 창가에 욕조를 두어 사계절 달라지는 풍경을 경험하도록 디자인하였다. 큰 드레스룸을 원한 안주인의 요청에 따라 안방은 침대만 놓을 수 있는 최소의 공간과 워크인 옷장(Walk-in Closet)을 제작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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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은 탁 트인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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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침실에 둔 욕실

평범한 젊은 부부인 건축주는 고가의 주택이 아닌 그들의 삶이 녹아든 공간을 갖길 원했고, 언제나 그렇듯 한정된 예산의 현실과 꿈꿔온 욕망의 절충이 설계를 하면서 반복되었다. 건축주가 처음 생각했던 면적보다 전체 공간이 늘어나면서 더는 충당이 힘들었던 예산과의 싸움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주 부부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한 노력들이 쌓여 집이 완성될 수 있었기에 감사한다. <글·박호현>

 

 

 

건축가_ 박호현, 김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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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건축사인 박호현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와 컬럼비아 대학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국립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현주는 건국대학교와 런던 첼시 예술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이다. 두 사람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스노우에이드는 주거 및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부터 건축설계까지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0년 시카고 아테나움 국제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031-8016-6058, www.snowa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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