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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와 모던 사이, 35년 세월을 담아 고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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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경기도 파주의 작은 마을, 오래된 빈집이 새 주인을 만났다. 아담한 박공지붕 집에 놓인 손때 묻은 고가구와 소품들이 낡은 이야기에 온기를 더한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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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담소를 나누곤 하는 주방. 간소한 싱크대와 피자팬으로 만든 조명, 직접 만든 그릇 등 소품 하나하나가 멋스럽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한 마을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혜정 씨를 만났다. 그녀가 반겨준 곳은 지난겨울 취재했던 중정이 있는 목조주택이 아닌, 그 근처의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다. 같은 형태의 박공지붕 집들이 줄이어 서 있는 이 작은 마을은 35년도 더 전에 대북선전 마을로 계획된 곳이라고 했다. 지난 세월의 흔적이 낭랑히 감도는 이곳이 좋았던 그녀는 운 좋게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1억7천만원에 주택을 매입했다. 19평 남짓한 크기에 보일러도 없는, 낡은 빈집이었다.

“처음엔 정말 곰곰이 생각했어요. 방 두 개에 거실, 주방……. 도대체 세수는 어디서 했던 걸까?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었어도 가끔 들러 지내다 갔다고 들었거든요. 집 뒷마당에 비닐천막과 외부수도가 있었는데, 여기서 씻으셨나 보다 했어요. 화장실이야 당연히 밖에 있었죠.”


집은 보일러, 화장실 등 설비부터 새로 시공해야 했다. 계획된 마을이라 오·폐수 처리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정화시설이 갖춰져 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렌지색 지붕은 전 주인이 수리한 것을 그대로 두었고, 주택 건물에 딸려 있던 가건물들은 모두 철거해 최대한 본래의 형태를 되찾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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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높게 튼 거실. 모던한 가구와 고가구의 어울림이 자유로우면서도 균형감 있다.

 


낮은 천장을 트고 보니 오래된 나무 질감이 멋스러운 속살이 드러났다. 마음 같아선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살림집임을 생각하면 단열을 포기할 순 없었다. 대신 시멘트 벽돌의 내벽은 울퉁불퉁한 표면을 그대로 살려 페인트칠만 했다. 박공지붕의 천장은 지붕 면에 따라 자작합판, 미송합판 등 목재 종류를 달리해 변화와 재미를 주었다. 야간에도 조용조용 쉬지 않고 작업했더니 걸린 시간은 고작 2주, 리모델링 비용은 7천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안방이 있던 곳은 벽을 터서 널찍한 주방이 되었고, 높은 천장의 거실과 다락, 아늑한 침실과 욕실까지 꼭 필요한 공간만 모아둔 집이 탄생했다. 특히 다락 건너편 창을 통해 보이는 해 질 녘 풍경은 일상의 고단함을 한순간에 잊게 해줄 만큼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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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새옷을 입은 주택 외관. 앞집, 뒷집과 똑같은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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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유일한 방인 침실. 책 조명은 일본 의류매장에서 우연히 본 것을 응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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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서 주방으로 지나는 복도.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불투명 유리 파티션을 두었다.  /  욕실 거울은 오래된 나무 문짝을 활용해 만들었다.

 

 

Remodeling Source
외벽 마감재 : 삼화페인트
내벽 마감재 : 삼화페인트, 자작·미송 합판, 삼나무·미송 루버
창호재 : 공간 시스템창호
바닥재 : 레몬트리(독일 수입 원목마루 메이플)
욕실·주방 타일 : 을지로 성문타일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
주방 가구 : 아트주방
주방 블라인드 : 타공 알루미늄 블라인드
조명 : 을지로 제이제이라이팅, 이태원 씨앗
커튼 : 까사미아 린넨 커튼 리폼
금속 : 을지금속 제작
문손잡이·레일 : 을지로 반도철물
식탁·소파 : 이태원 엔틱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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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으로 오르는 계단. 빈티지TV는 4년간 창고에 있던 것을 친분이 있는 작가에게 부탁해 오디오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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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바라본 현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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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창에는 린넨 커튼을 사다가 손수 뜨개질한 패브릭을 덧대어 리폼해 달았다.


 

“이번 집의 콘셉트는 ‘창고에 있던 것 다 쓰자’예요(웃음). 새집 지을 때보다 더 마음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작업했어요.”


오랜 경력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답게 그녀의 집엔 늘 예사롭지 않은 감각의 빈티지 가구나 소품들이 가득하다. 이번엔 소장품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 고가구와 외국의 빈티지 가구, 소품들을 손 가는 대로 놓았다. 곳곳에 적절히 믹스매치한 철제 TV장이나 주방의 블랙 알루미늄 블라인드 등은 빈티지와 모던함 사이의 중심을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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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 맞은편 창에는 그림 같은 풍경이 담긴다. 보를 건너 창문을 열면 작은 테라스로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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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아지트 같은 다락 공간



작은 집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는 자작합판과 미송합판, 미송 루버, 삼나무 루버 등 주로 밝은 재료들을 선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자재는 환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메이플 원목 바닥재. 비싸고 긁히기 쉬운 재료 아니냐는 물음에, 그녀는 “원래 예쁜 것들은 조심조심 다뤄줘야 한다”며 “내 집이기도 하고 마침 면적도 작아 과감하게 써봤다”고 농담 섞인 대답을 한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다정한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녀. 내년 봄 소담한 꽃들이 피어날 이 마당에서 꼭 다시 보자던 그 말에, 발길을 돌리며 남은 겨울을 벌써 헤아려본다.

 


인테리어•K-STYLING www.kstyling.net


ⓒ 월간 전원속의 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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