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 들꽃처럼 피어난 집 > HOUSE

본문 바로가기


HOUSE

성북동 / 들꽃처럼 피어난 집

본문

Vol. 201-15 / 전원속의 내집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아름다운 도시 지문을 간직한 골목길 47㎡ 집, 그리고 꽃피는 마당

 

 

민들레, 만병초, 그늘사초, 돌나물, 괭이밥, 상록패랭이, 둥굴레, 수크령, 쑥, 맥문동, 관중, 고사리……. 손바닥만 한 정원에 심은 꽃이 20여 종을 훌쩍 넘는다. 먹이를 노리는 공룡, 종이비행기, 뛰노는 아이 그림들이 담벼락에 붙어 집을 두른다. 마치 집을 지키는 수호신 같다. 이곳에 피어난 꽃은 대부분 어디선가 날아와 단단히 뿌리내리는 들꽃이다. 성북동 좁은 골목길 틈새에 굳건히 뿌리내린 이 집처럼 말이다.
“동네 수퍼가 연결해준 건축주와 건축가 관계는 아마 세계 최초일걸요?”
건축가의 우스갯소리처럼, 생면부지의 인물과 동네 슈퍼에서 음료수 한잔 하며 설계자를 알게 된 건축주는 그 길로 가온건축 과 연을 맺었다. 리모델링을 생각했지만, 뼈대가 약해 신축으로 변경되었고, 도로에 몇 미터 가량을 내어줘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크고 작은 문제 속 산고 끝에 태어난 집은 이제는 자연스럽게 동네 일부로 자리 잡았다.
집은 아주 심플한 구성이다. 층별로 거실-주거-사색의 공간이다. 1층 작은 마당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발코니창을 낸 거실 공간을 지나 2층으로 오르자, 멀리 길상사의 탑과 단풍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악산을 한 폭의 족자처럼 담은 가로 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한 층 올라가니 다락에 딸린 2평 남짓한 누마루에서 보이는 골목길이 1층과는 또 달라 보인다. 47㎡, 15평 작은 집에서의 놀라운 경험이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대지면적 : 59㎡(17.85평)
건물규모 : 2층 + 다락
건축면적 : 23.5㎡(7.11평)
연면적 : 47㎡(14.22평)
건폐율 : 39.8%
용적률 : 79.6%
주차대수 : 없음 
최고높이 : 7.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외벽 2×6 구조목, 지붕 - 2×8 구조목
지붕마감재 : 징크 
단열재 : 그라스울
외벽 마감재 : 청고벽돌 타일 
창호재 : LG PVC 이중창호
설계 : 가온건축 임형남, 노은주 02-512-6313 www.studio-gaon.com
설계담당 : 최민정, 문주원, 이상우, 손성원, 이성필, 이한뫼
시공 : 스타시스
사진 : 변종석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차가 들어올 수 없어 온종일 조용한 동네, 멀리 보이는 녹음 우거진 북악산과 함께 옆집 담쟁이덩굴이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집이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개나리 벽지
바닥재 : 폴리싱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 가구 : 한샘 - 개수대, 수전, 후드 / 바디 - 제작가구
조명 : 조명박스 현장제작 
계단재 : 미송집성재 
현관문 : 주문제작(단열 스틸도어)
방문 : 주문제작(합판 위 도장)
붙박이장 : 주문제작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사람만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골목길에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는 집의 모습 / 대나무로 담장을 세우고 끈으로 엮어 멋스러운 담장을 만들었다. 수원화성 방화수류정의 십자 모양 문양을 벽에 새겨 넣었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옛집의 슬래브와 지붕 선이 고스란히 남아 시간의 흔적을 보여주는 담벼락. 그 아래로 감나무를 심고 들꽃을 옮겨와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사실 이 집의 핵은 마당이다. ‘땅을 밟고 싶어 집을 짓는다’는 건축주의 말처럼, 설계를 맡은 임형남·노은주 소장은 집과 마당을 처음부터 같이 계획했다. 집 어디서도 마당을 누릴 수 있게 문만 열면 바로 풀이다. 옛 구옥의 흔적인 슬래브와 지붕선이 남은 담벼락도 마당 일부가 되었다. 감나무 아래에는 꽃지도를 그려 넣었고, 주변을 둘러 대나무 담과 구멍 송송 난 시멘트 블록으로 마무리했다. 심은 들꽃은 관리하지 않아도 알아서 피고 지며 푸름을 유지한다. 
“집의 면적이 중요한 건 아니에요. 어떤 의미를 담느냐에 따라 넓을 수도 있고 좁을 수도 있거든요”
면적이 작아 좁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치밀한 설계로 극복하고도 남는다는 걸, 이 집은 증명한다. 물론 잘 정비된 택지지구나 넓은 땅에 지을 때 겪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은 있지만 극복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차가 들어올 수 없는 2m 폭 도로가 공사를 힘들게 한 요인이었지만, 덕분에 거실문을 활짝 열어 두어도 소음이 없으니 오히려 주택에서의 삶은 더욱 한적해졌다. ‘의미를 담으면 특별해지고 넓어진다’는 건축가의 말처럼, 성북동 골목길 틈새에 숨어 있는 이 집에서 건축주가 앞으로 어떤 의미를 담아갈지, 그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ㄱ’자 각 면에 거실과 주방이 위치하는 1층. 계단실을 수납장으로 모두 짜 넣어 책과 함께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창을 좌우로 내 바람이 통하는 거실. 조용한 동네 길이라 오가는 사람이 적어 1층에서 프라이빗한 생활을 누리기에 충분하다.  /  한옥에서 볼 수 있었던 누마루가 집과 어우러져 멋지게 다시 태어났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INTERVIEW  건축가 임형남·노은주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작은 집을 설계하며 건축주와
‘이게 과연 필요한가?’를 계속 이야기해요.
불필요한 물건들이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거든요”
-

 

Q 집을 설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어디인가요
마당이요. 예산이 빠듯해 조경하는 분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었더니 들꽃을 심자더라고요. 공사장에 철거하다가 발견한 들꽃을 가져와서 심은 것도 있어요. 들꽃이 참 강인하고 예뻐요. 천만원짜리 소나무나 비싼 조경석보다는 이런 게 더 친숙하고 어울릴 것 같았어요.

Q 특별히 예산을 절감한 부분을 설명하자면요
처음 리모델링으로 설계를 진행했고, 창호와 문도 이에 맞춰서 제작해뒀어요. 새로 하는 설계에는 중복 지출을 줄이고자 이를 최대한 활용했어요. 사실 이 집에 쓰인 재료 중 비싼 건 없어요. 공사현장에서 쓰이곤 하는 튼튼한 미송합판으로 벽면에 책장을 짜 넣었고, 조명 프레임도 손재주 좋은 목수가 현장에서 나무로 뚝딱 만들었어요. 사실 쓰는 사람이 잘 쓰기만 한다면 세상에 나쁜 재료는 없다고 생각해요.
또, 예산이 제한되어 있으니 정원을 만들 땐 저희 직원들이 직접 못과 망치를 들고 현장에서 일했어요. 담벼락도 저희가 직접 세우고 대문도 직접 만들었지요.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침대와 옷장, 책상으로 단출하게 구성한 2층. 침대 발치 쪽으로 난 가로 창으로는 길상사가 한눈에 담긴다.

 

 

f4ba5f0244182757e49bc02e04e89e65_1519375
박공 지붕 면을 활용해 다락을 두었다. 

Q 누마루와 마당 등 집이 한옥을 닮은 듯합니다

마당을 앞뒤로 내어 바람이 돌게 하고 누마루를 만들어 공기가 통하게 하는 등 한옥은 우리나라 기후에 최적화된 요소들이 많아요. 저희는 한옥을 현대건축에 접목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해오고 있고, 이 집에도 그런 요소들이 들어갔지요.

Q 작아서 사는 데 불편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집은 평수를 키우고, 더 나은 학군으로 옮겨가는 개념이었죠. 이런 프로세스를 깨야지만 주택 문화가 개선될 수 있어요. 교육 때문에 이사를 못 간다면, 계속 학원과 좋은 학교 근처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야 해요. 요즘은 이런 통념으로부터 자유로운 분들이 작더라도 나만의 집을 짓는 경우가 많아요. 반가운 일이죠.
저의 부부가 예전에 이삿짐센터에 짐을 3개월 넣어놓고, 진짜 필요한 이불과 옷가지, 밥그릇 4개, 수저 4벌만 가지고 3개월을 산 적이 있어요. 80%가량의 집기와 가구가 없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거예요. 그때 “도대체 저 80%의 짐은 뭐냐?” 자문했어요. 이런 불필요한 것들을 지고 사니 집이 좁다고 느꼈던 거지요. 작은 집을 설계하면서 건축주와 ‘이게 필요한가요?’를 계속 이야기해요. 보면, 이고지고 살 필요 없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