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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찾은 휴식, 다섯 그루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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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9-04 / 전원속의 내집

다닥다닥 붙여 지은 집, 그 사이로 난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눈앞에 서 있는 다섯 채의 나무집과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사람들이 기대어 쉴 수 있는 나무를 닮은 게스트 하우스다.

취재 김연정  |  사진 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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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건물과 서로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 집의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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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건물들 사이로 각기 다른 모습을 한, 다섯 채의 게스트 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
대지면적 : 136.68㎡(41.34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76.59㎡(23.16평)
연면적 : 135.96㎡(41.12평)
건폐율 : 56.04%
용적률 : 98.04%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약 8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 지붕 - 2×8 구조목 / 슬래브 – 탑데크
지붕마감재 : 알루징크
단열재 : 그라스울 R19, R21
외벽마감재 : 시멘트 뿜칠, 벽돌쌓기, 알루징크
창호재 :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 70㎜ EPLUS
그래픽디자인 : 최승희
설계담당 : 김현주
설계 : 정영한(정영한 아키텍츠)
시공 : 이우열 소장(TCM 글로벌)
총공사비 : 2억4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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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마당에서 올려다 본 풍경

 


오래전 산의 지형을 따라 빼곡히 자리 잡았을 수목들은 자취를 감추고, 대신 그 장소에 높이와 크기가 다른 인공 나무들이 하나둘 채워졌다. 이들은 서로 적당한 거리두기를 시작했고 그 거리 사이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잠시 머무르거나 한낮의 북서쪽 높은 고도 위에서 내리쬐는 따뜻한 볕이 이내 고여 버리고 만다. 높이와 크기가 다른 나무들이 드리운 음영의 공간은 우리의 의식을 고요히 마주하게 하거나 때론 하루 종일 굴렁쇠를 굴리며 그림자를 쫓게 만든다. 마치 미로 속을 헤매듯 수없이 연결된 골목을 쫓다 우연히 마주친 다섯 그루의 나무가 자아내는 풍경은 순간 우리의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아마도 서로 다른 시간의 풍경이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새로이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설 대지엔 오래된 나무 두 그루와 한 채의 적산 가옥 그리고 쓰러져가는 슬레이트집 두 채가 있었다. 이 다섯 가지 서로 다른 시간의 기억을 환기하고 또 다른 시간을 이곳에 이식(移植)하고 싶었다. ‘초량’이란 장소는 우리 과거의 단면을 가로지르듯 다양한 유형의 주거, 이를테면 적산가옥, 슬레이트집, 다가구, 아파트 등 서로 다른 스케일과 보기 드문 밀도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산지의 비탈면을 채워왔다.

자연 현상에서 주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을 통해 주변과 동화되는 카무플라주(Camouflage) 현상처럼, 우리에겐 거대 자본에 의한 대규모의 획일적인 개발방식이라는 천적으로부터 기존 장소의 고유한 특징들과 소소한 관계를 유지할 작은 스케일의 출발이 필연적이었다. 특히 초량과 같은 구도심에서의 신축에 대한 태도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 풍경에 어떻게 스며들까 하는 장소와의 관계에 대한 문제와 개체 간의 밀도, 다양한 폭의 골목길에서 느끼는 정감 어린 스케일, 그리고 비탈진 경사면을 오르기 위해 설치된 높은 계단처럼 이 장소에서만 느낄 익숙한 경험들의 재현이 아닐까 싶다.

 


PROCESS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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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Giorgio de Chirica, The Mystery and Melancholy of Street 1914  /  가파른 계단  /  철거 전 사진  /  틈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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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옆 우뚝 솟은 벽돌 외관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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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테라스는 주변이 한눈에 들어와 개방감이 느껴지고, 머무는 이의 휴식을 돕는다.  ▶ 빛으로 인한 그림자가 내부에 드리우며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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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들 사이로 들어가면 아담한 안마당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담장으로서 주변과의 물리적 경계를 설정하지 않고 마치 자연 숲 속 수목들 사이의 능동적 질서처럼, 건물 사이 벌어진 다양한 틈을 통해 주변 골목길을 안으로 끌어들이고 주변과의 경계를 흐린다.
재료의 물성과 건물의 형태도 이 장소 주변이 오랜 시간 품어왔던 고유성과 친화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주변 집들의 외장 재료는 대부분 조립이 작은 벽돌, 타일과 같이 시간의 물성을 담고 있는 재료 등이다. 도장 면과 함께 건물의 일부 입면에 적용하여 보는 각도에 따라 면(面)들이 보여주는 서로 다른 표정이나 그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익명의 작업자 손에 던져진 오래된 시멘트 뿜칠 마감의 따뜻한 표정들을 닮아 가고 싶었다. 그리고 조형성만 가득한 건물의 형태를 최대한 배제하고 다섯 채의 집들이 서로 다른 높이와 크기 그리고 개체 간의 밀도만으로 주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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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 3F / PLAN - ROOF
PLAN – 2F / PLAN - 1F

❶ 커뮤니티룸  ❷ 안마당  ❸ 침실  ❹ 욕실  ❺ 보일러실  ❻ 주방  ❼ 객실  ❽ 다용도실  ❾ 테라스  ❿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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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실크벽지, VP도장
바닥재 : 데코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세라트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주방 가구 : 한샘
조명 : 을지로
계단재 : 현장 제작
현관문 : 금속 제작
방문 : 제작 도어
붙박이장 : 방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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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룸과 게스트룸이 자리한 건물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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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을 오르면 천창으로 자연광이 풍부하게 내려오는 오붓한 공간이 나타난다.

 

 

다섯 그루의 나무는 다섯 채의 집을 은유한다. 그중 한 그루는 여행을 삶의 일부로 생각하는 건축주가 살게 될 1인 가구의 작은 집으로, 나머지 네 그루는 여행자들을 위한 집으로 계획되었다.
40평 대지 위에 채 나눔을 통해 다섯 채의 작은 집들이 만들어 내는 간격은 마치 자연에서 늘 마주하는 수목과 수목 사이의 임의적 거리감과 닮아 있다. 그 사이로 초량의 서로 다른 시간의 풍경이 스미고 잠시 머물고 갈 여행자들에겐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볕을 제공해 줄 것이다.  <글·정영한>

 

 

정영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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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2002년 스튜디오 아키홀릭(現 정영한 아키텍츠)를 개소하여 현재까지 다수의 실험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근작인 인사동의 ‘체화의 풍경(POROSCAPE)’으로 ‘2013년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했다. 9×9 실험주택, 6×6 주택 등 다양한 작품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2013년부터 시작한 ‘최소의 집’의 총괄전시기획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광운대학교 건축과에 출강 중이다. 02-762-9621, www.archihol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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