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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이 아닌 공간을 누리다, 삼단고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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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2-13 / 전원속의 내집

작은 땅에 지어지는 작은 집은 더 치밀한 설계 아이디어와 시공 디테일을 요구한다. 건축가 권현효의 말처럼, 사는 이가 면적이 아닌 공간을 누리며 산다고 느낄 수 있도록 깊은 고찰을 더해 지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진심을 담은 프로젝트가 서촌마을 한 귀퉁이에서 방금 마무리되었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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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직적 공간감을 극대화한 3층. 추후 다락방을 설치해 가변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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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은 창이 없되, 2층과 3층은 채광과 전망을 위해 적절하게 창을 배치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종로구

대지면적 : 48.95㎡(14.83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27.60㎡(8.36평)

연면적 : 73.42㎡(22.24평)

건폐율 : 56.38%

용적률 : 149.99%

최고높이 : 9.56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조, 1층 - 철근콘크리트조, 2~3층 – 경량목구조

지붕재 : 리얼징크

단열재 : 1층 외벽 - T90 압출법보온판, 1층 바닥 - T90 비드법보온판

2~3층 벽 - 25K 그라스울, 지붕 - T240 연질우레탄

외벽마감재 : 1층 - 모노타일, 2~3층 – 스타코플렉스

창호재 : T39 로이 3중유리 / PVC시스템창호(엔썸)

내벽마감재 : 친환경수성페인트

바닥재 : 온돌마루

설계 :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권현효) 02-6338-3131 www.sgim.co.kr

시공 : KS HOUSING(케이에스하우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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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도심 풍경 속 작고 높은 집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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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TION

 

서울 도심에서 자연의 풍경과 역사의 흔적을 생활의 일부로 느끼며 사는 동네는 흔치 않다. 낡은 것이 편하고 불편함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여유가 묻어나는 서촌 작은 골목길 한구석, 삼단고음집이 소박하게 자리 잡았다. 두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을 위해 근린생활시설( ‘건축법’에 의해 나누어지는 건축물의 용도 중 하나로 도보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보통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줄여서 ‘근생’이라 부르기도 하고 슈퍼마켓, 제과점 등이 이에 속한다.)이 포함된 주택을 설계하면서, 소형주거의 물리적 크기의 한계보다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을 공간에 담아내는 것이 더 큰 숙제였다. 각층에 담긴 소리는 다르지만 하모니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4개월의 설계와 4개월의 시공을 거쳐 소담하고 다채로운 ‘작은 집’을 완성했다.

토지대장상 부지면적은 18평이지만 전면도로의 폭을 확보하고 인접한 한옥이 점유한 부분을 제외하면, 가용면적은 14평에 불과했다. 실제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 건축면적은 8평, 연면적은 22평인 작은 땅이다. 부지의 남쪽으로 한옥이 있고 북측과 동측으로는 3층 건물이, 2m 폭의 도로 건너편 서측에는 1층 주택이 자리해 1층의 네 면은 모두 막혀 있었다. 다만, 2층과 3층에는 남쪽으로 빛이 들어오고 서측으로 인왕산 조망이 가능했다. 대지의 형상은 오래된 동네가 그러하듯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에 남북방향으로 경사까지 있는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내진설계를 위해 1층은 콘크리트구조, 2, 3층은 경량목구조를 택했다. 워낙 작은 골목이라 차량 진입이 어려워 외부에서 목구조 골조 전체를 제작한 뒤 해체하여 현장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했다. 이로써 협소한 부지의 한계와 겨울철 공사의 어려움을 동시에 해결하였다. 건물의 주된 외벽은 스타코플렉스마감이지만, 콘크리트 구조의 1층 외벽은 모노타일로 계획하여, 자연스러운 재질감을 드러내면서도 주변 한옥 및 작은 건물들과의 조화를 고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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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은 가족들의 공용 공간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1층의 근린생활시설은 내부지향적인 7평짜리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하고, 2층과 3층에 주택 15평을 설계하였다. 주생활 공간은 2층이며 조망과 채광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계단과 오픈된 공간이 포인트가 되도록 계획했다. 2층에는 안방과 서재를 배치하고 남측으로 밝은 화장실이 위치한다. 2~3층 사이 계단 옆으로 작은 보이드 공간을 두어 개방감을 높이고, 전체 연면적의 한계(대지가 워낙 협소하여 주택면적이 15평 이하로 계획되어야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1층 공간은 주차장 대신 근린생활시설을 두었다)를 공간으로 확보하였으며, 이로써 모든 공간이 시각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였다. 2층은 가족 간의 이야기가 넘쳐나는 즐거운 장소로 계획했다. 거실과 주방, 복도, 계단실이 경계 없이 열려 있고, 동선의 시선 방향에 창을 두어 답답함을 최소화하였다. 이곳에서 남편은 맞벌이로 늦는 아내를 대신해 요리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은 인왕산을 보면서 책을 보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장난을 친다. 음향감독을 하는 남편의 음악실 겸 휴식공간으로도 쓰인다. 개방적 공간을 살리기 위해 기능시설은 바깥쪽으로 배치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디자인했다. 2층 공간의 중심에 있는 계단과 보이드 공간을 개성 있는 디자인요소로 계획하여 공간의 다채로운 변화를 꾀하였다. 열린 공간을 통해 거실에서 서재 쪽을 올려다보면 3층과 소통할 수 있고, 천창을 통해 따스한 빛을 깊숙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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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은 임대를 위한 근린생활시설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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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 곁으로 보이드 공간을 두어 각 층은 소통하며 개방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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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에서 바라본 서재 뷰   ■ 방에는 붙박이장과 다락방으로 오르는 접이식 계단이 있다.   ▶ 지붕의 경사를 그대로 만끽하는 욕실 

 

2층이 수평적 개방감이 주된 공간구성이라면, 3층은 수직적 공간감을 극대화하여 건물전체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천장고가 높은 서재는 정적인 공간으로 비워 향후 가족의 필요에 의해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지금은 안방에서 부모와 함께 잠을 자지만, 아이가 크면 아래쪽은 작은 아이의 방, 그리고 위쪽은 다락으로 만들어 큰 아이의 방으로 만들 예정이다. 북측에 배치된 안방에도 천창이 있어 채광을 확보하고 2층의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작은 실내창을 두어 가능하면 많은 시각적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3층 천창은 서재에서 인왕산을 조망할 수 있고 도로사선에 의해 기울어진 벽면은 3층 각 실에 특별한 공간감을 준다. 계단판과 방문 그리고 창호 주위 내부 공틀은 모두 자작나무합판으로 처리하여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책이나 소품을 올릴 수 있도록 실용성을 추구하였다. 3층으로 가는 계단의 일부와 난간은 철제를 사용하여 최대한 가볍게 보이도록 디자인하였고, 활기 있는 색상으로 칠해 공간에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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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후 설치된 3층 다락에서 내려다 본 풍경

 

아주 작은 땅에 지어지는 아주 작은 집은 공간을 매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얼마만큼의 바닥면적에서 사느냐가 아닌 얼마만큼의 풍성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느냐의 문제로 치환되어야 하며, 공간 공간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고심하여 쓰임새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삼단고음집은 불편함이 익숙하고 오래된 동네에 소박하게 지어졌지만 천천히 동네를 닮아가고 더불어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건물로 뿌리내리길 바란다. 네 식구의 행복한 삶이 공간 공간에 차곡차곡 채워지면서, 안으로 안으로 끊임없이 자라나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INTERIOR SOURCES

페인트 친환경 : 수성페인트

몰딩 :  마이너스몰딩

주방 벽면 마감재 :  자기질타일

욕실 타일 :  자기질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계림요업

조명 :  을지로조명

바닥재 :  온돌마루(강안채)

​현관문 :  탄화방부목 제작

방문 :  자작나무 합판 30T

​계단재 :  자작나무 합판 30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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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효 건축가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소오건축과 엄이건축에서 실무를 쌓고 건축사사무소 삼간일목(三間一木)을 설립한 이후, 집은 건강하고 맑은 삶이 깃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패시브하우스 및 한옥 등 다양한 건축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2년 통영 연대도에 설계한 ‘에코아일랜드 비지터센터’와 ‘에코체험센터’가 제7회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였고, 2013년에는 산청 ‘율수원’으로 제3회 대한민국한옥공모전에서 올해의 한옥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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