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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나무, 쇠로 지은 집 / 함박산 아래 너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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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2-09 / 전원속의 내집

두 팔로 감싸 안아도 모자란 굵기의 나무, 오로지 짚과 흙으로 치대 만든 벽돌, 여기에 철물로 제작된 장식을 더해 완성된 집. 진천-음성 혁신도시를 내려다 보는 전망 좋은 터에 자리한 흙벽돌집은 고풍스런 너와까지 올려 현대판 흙집의 정점을 보여준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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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의 함박산 인근은 요즘 ‘진천-음성 혁신도시’ 개발로 가히 천지개벽 중이다. 과수원과 밭이 전부였던 이곳에 도로와 공원이 열을 맞춰 들어서고, 최신식 빌딩이 경쟁하듯 솟고 있다. 세종시 다음으로 큰 계획도시로 변모 중인 이곳을 개발 초기부터 지그시 관망 중인 집 한 채가 있다. 바로 2년 전, 신도시와 함박산 경계 터에 지어진 손영도 씨의 흙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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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는 나지막한 함박산 능선이 보이는 주택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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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면에는 다용도실로 통하는 문이 있어 텃밭이 더욱 가깝다.  ▲ 너른 데크에 앉으면 새로 조성되는 도시 경관이 펼쳐진다.  ▶ 기초가 워낙 높아 1층 창으로 보는 전경이 넓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북 음성군
대지면적 : 909㎡(275.45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33㎡(40.3평)
연면적 : 182㎡(55.15평)
건폐율 : 14.63% 
용적률 : 20.02%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7.5m
공법 : 기초 - 줄기초, 지상 - 황토벽돌쌓기, 목구조
구조재 : 고벽돌 + 황토벽돌
지붕재 : 서까래, 너와
단열재 : 반죽한 진흙 30㎝
외벽마감재 : 황토벽돌 메지 마감(돌가루)
창호재 : 시스템창호
설계 및 시공 : 인토문화연구소 031-886-7806  www.intocom.kr
건축비 : 평당 약 600만원

그는 오랜 서울 생활을 뒤로 하고 연고도 없는 음성으로 귀촌했다. 은퇴 후 도심에서 할 일 없이 지내기보단 땅을 밟고 텃밭을 일구며 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마침 딸 내외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 마음에 맞는 땅을 구하고 집도 짓게 되었다.
땅은 함박산을 뒤로 하고 맹동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을 앞에 둔, 배산임수의 좋은 터였다. 여기에 노년의 안위를 생각해 흙집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이왕이면 시멘트가 섞인 성형 벽돌보다 전통 그대로의 방식으로 만든 흙벽돌을 찾고자 했고, 결국 인토문화연구소와 연이 닿았다. 인토문화연구소에서는 유압식으로 만든 인공 흙벽돌이 아닌 짚과 황토, 발효 추출액 등을 섞은 진짜 흙벽돌을 만든다. 자연 건조를 통해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며 벽돌 본연의 강도를 높이는, 생산부터 건조에 이르기까지 조상들의 제조 방식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재료가 마음에 든 건축주는 설계부터 시공까지 건축 전 과정을 인토문화연구소에 일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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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벽돌 사이 흰색 돌가루 줄눈을 넣어 외관이 환하고 경쾌하다.

INTERIOR SOURCES
내벽 마감 : 황토 몰탈
바닥재 : 황토대리석
욕실 및 주방 타일 : 주문제작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주방 가구 : 붙박이장
조명 : 단조 주물등
계단재 : 목재
현관문 : 단조 제작(철사랑)
방문 : 일반 주문창호
붙박이장 : 주문제작
데크재 : 더글러스퍼+오일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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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이 높아 개방감 있는 거실. 벽돌로 조적해 만든 벽난로 자리가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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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텔 색 타일로 현대식으로 마련한 주방. 원목 싱크대와 천장 루버가 조화를 이룬다.  ▶ 안방은 붙박이장과 침대만 두어 과한 장식을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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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조로 제작한 아치형 현관

 

흙집은 기단이 높을수록 좋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기초를 한껏 올리고, 외부 하단은 고벽돌로 쌓아 빗물이 튀어도 안전하게 조치했다. 나머지는 모두 천연 자재를 이용한 공정이다. 벽체는 황토벽돌 30㎝ 두께로 조적하고 줄눈은 백색 돌가루 모르타르로 채웠다. 지붕은 흙을 반죽해 30㎝ 두께로 올리고 단열재, OSB합판, 방수시트 작업을 한 뒤 너와로 마감했다. 너와 판은 최대한 많은 겹을 쌓아 방수에 대비함은 물론, 멀리서 볼 때 한옥의 지붕선 마냥 멋진 곡선으로 보이도록 매만졌다.
실내 역시 더글러스퍼의 웅장한 기둥과 보, 원목 서까래, 황토 벽면이 어우러져 흙집 본연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2층까지 층고를 올린 거실에는 상량문이 적힌 거대한 대들보가 집의 중심을 잡고 있다. 특히 1층 벽면은 흙색 그대로 미장한 반면, 2층은 흰색 돌가루로 미장해 실내가 더욱 환하고 개방감 있다. 방 역시 면적을 시원시원하게 할애하고 붙박이장과 큰 창 말고는 별다른 장식을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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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은 흰색 돌가루 몰탈로 미장해 밝고 안정감 있다.  ▶ 집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더하는 장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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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난간을 통해 집의 웅장함을 바로 느낄 수 있다.

흙집은 조명, 문, 소품 등 인테리어 요소를 결정하기가 까다롭다. 기성품들은 색이나 재질 등이 흙과 완벽하게 어우러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이런 고민을 철을 이용한 단조 제작으로 과감히 해결했다. 현관문은 아치형 단조에 유리를 끼워 집의 첫인상을 답답하지 않게 하고, 각 실의 조명도 철제 갓과 펜던트를 이용해 통일감을 줬다. 직접 금속공예가를 수소문해 주문한 결과물들로, 건축주가 가장 흡족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흔히들 흙집이 하자가 많다고 하지만 입주 2년 차, 건축주는 집에 대한 걱정거리는 전혀 없이, 오로지 정원과 텃밭 가꾸는 데만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지난겨울 난방도 기름이나 가스는 일절 쓰지 않고, 화목보일러의 장작 비용만 들었다. 겨울 전 주문해 놓은 15톤 트럭 한 차의 장작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하루 한 번 장작을 넣는 일이 수고스러워서 그렇지, 원하는 만큼 따뜻하게 지내서 좋아요.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으니 건강에도 좋고 전기 요금도 적게 들지요. 앞으로 마당 한켠에 작은 찜질방 하나 지어볼까 하고 있어요. 그 때도 우리집 흙벽돌은 꼭 쓰고 싶어요.”
눈앞의 새로 짓는 도시는 분주하지만, 이 집은 시간이 머문 듯 고요하다. 집주인만이 새 꽃을 심고 밭에 씨를 뿌리느라 손이 바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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