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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9×9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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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82-05 / 전원속의 내집

기존 거주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 그리고 또 다른 가능성을 위한 건축가의 첫 실험. 70대 여류화가가 거주하게 될 최소의 주택 프로젝트를 만나본다. 

취재 김연정  사진 김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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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정한 모듈의 다공으로 구성된 전면 파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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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의 다공이 외기에 면해 있어 적당한 빛을 받고, 비와 눈이 내릴 때면 안과 밖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 다공 사이로 새어나온 불빛이 인상적이다. 

 

완벽한 기하학 평면으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나의 첫 주택 작업이다. 오래 전 건축가 루이스 칸이 트렌트 탈의장(Trenton bath house, 1955)을 통해 팔라디오의 9분할 기하학체계를 단위 공간의 가능성으로 보여준 것처럼, 기하학이 언제나 또 다른 가능성을 낳을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동시에 거주의 본질에 다가갈 7가지 통로인 ‘자연, 장소, 경계, 거리, 행위, 가구, 최소의 건축’의 발견을 통해 주거 안에서 삶과 어떻게 밀착되어 주택으로서 작동할지에 대한 첫 실험 작업의 의미 역시 담고 있다.  이 주택은 70대 여류 화가를 위한 최소의 거주와 작업 공간, 그리고 갤러리로 구성된 2층 규모다. 마치 만다라(Mandala : 불교에서 우주 법계를 나타내는 둥근 그림)의 형상과 흡사한 9×9는 절대적 기하학의 영역으로부터 새로운 공간구조의 가능성을 위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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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변적인 정원

건물 전면 다공으로 구성된 파사드 이면에 설치된 폴딩은 정원에 두 가지 성격을 부여한다. 폴딩을 열었을 땐, 다공 사이로 들어오는 정경이 중정과 결합되어 외부 공간이 연속된 것 같은 외향적인 정원이 된다. 반면, 폴딩과 내부 가구의 모든 무빙 월을 닫게 되면 은밀하고 내향적인 정원으로 바뀐다.  


1층은 각각의 정의된 영역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공간이다. 당초 1층은 70세 여류화가를 위한 최소의 작업공간이었으나 2층이 자녀부부공간으로 변경되면서 노모의 주생활공간으로 바뀌었다. 2층은 세 가지 레이어와 중정으로 되어 있다. 첫 번째 최소의 개구부와 투명성을 위한 다공의 외벽으로 구성된 가로·세로 9m라는 절대 기하학의 상징적 경계(건축의 원형)를 설정하고, 두 번째는 가구에 의한 정의된 영역을 역전하고자 주요 개념인 Furniture Corridor가 적용되었다. 세 번째 레이어는 바닥 레벨의 차이로만 영역이 구분된다. Glass wall로 구성된 벽체는 중앙에 있는 중정을 따라 내·외부의 경계를 흐리고 묘한 거리감을 자아낸다. 이 레이어는 가구 사용 빈도에 따라 영역이 정의되거나 임의적 영역이 되기도 한다. 방과 방 사이의 경계는 물리적인 벽 대신 외부현상의 또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중정은 완전히 외기에 개방되어 있는 것이 아닌 Glass wall의 요철로 구성된 세 번째 레이어 사이마다 부분적으로 천장에 다공이 있어 그 부분만 외기에 접한다. 지붕층에는 외벽의 개구부 모듈과 동일한 1.8m×1.8m, 1.2m×1.2m 사이즈의 다공이 외기에 열려 있거나 천창으로 계획되었다. 이는 외부에서 경험할 법한 현상을 내부로 끌어 들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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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 1F  /  PLAN-2F  / PLAN–ROOF

1 ENTRANCE / 2 PORCH / 3 GALLERY / 4 TERRACE GARDEN / 5 WORK PLACE / 6 BATH / 7 UTILITY ROOM / 8 GARAGE / 9 STORAGE / 10 FURNITURE CORRIDOR / 11 VARIABLE AREA / 12 COURT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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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장을 통해 바닥에 떨어진 빛은 보이지 않는 경계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주시 
지역지구 : 제1종 일반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용도 : 단독주택
대지면적 : 195.00㎡(58.99평)
건축면적 : 78.32㎡(23.69평)
연면적 : 93.24㎡(28.21평)
건폐율 : 40.16%
용적률 : 47.82%
규모 : 지상 2층
주차대수 : 2대
높이 : 6.3m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스터코플렉스
내부마감 : 석고보드 위 도장
구조설계 : 티섹구조 엔지니어링 사무소
시공 : 류승환
설계 : 정영한+스튜디오 아키홀릭 02-762-9621  www.archihol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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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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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

가구 배치에 의해 설정된 영역에서 고정된 행위를 역전하고자 하는 이 주택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주택에서의 모든 기능적 산물과 행위 등을 동시에 수납하는 것으로, 각각의 크기가 다른 가구 스케일에 의해 750~1,000㎜ 범위로 설정되었으며 초기에는 급·배기 및 환기, 냉·난방 설치까지 매입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무빙 월이나 슬라이딩 도어의 개폐에 따라 그 가구에 면한 영역의 기능이 가구 사용에 의해 정의된 영역(Define area)이 되고 가구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영역들 자체가 자유롭게 사용자에 의해 정의(Arbitrary area)되거나 그 영역이 전체적으로 통합되는 가변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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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의 경관이 중정의 정원과 만나 외부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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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실은 마치 원시적 주거의 경험을 하듯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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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과 밖이 소통하는 중성적인 계단실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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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DIAGRAM  /  6×6 주택 프로젝트  /  POROSCAPE

이 프로젝트는 기존 주거 공간에서의 영역·가구·경계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 또 다른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첫 번째 거주에서의 영역은 가구에 의해 정의(Define)되어 있다. 즉 가구의 기능이 영역을 정의하여 소파와 TV가 놓인 곳은 거실로, 식탁이나 주방기구가 놓인 곳은 주방, 양변기와 세면대가 놓인 곳은 화장실, 침대가 놓은 곳은 침실로 각각 정의되어 있다. 이를 탈피하고자 퍼니처 코리도(Furniture Corridor)란 장치를 통해 사용자가 영역을 능동적으로 정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폭 600~800㎜의 퍼너처 코리도는 ‘최소 기능의 수납’이라는 장치로서, 주거에서 가구, 위생, 전기와 설비, 환기 및 냉·난방 시스템을 수납하고 있다[현재 진행 중인 또 다른 6×6 주택 프로젝트(그림 중앙)에서 퍼니처 코리도는 계단, 애완견, 조경까지 수납의 기능을 확대해 수직적으로 표현된다]. 이 장치에 각각 접해 있는 영역은 퍼니처 코리도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나 무빙 월의 개폐 여부에 따라 어떤 가구를 사용하느냐로 그 기능이 정의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영역으로 정의될 수 있는 가변의 영역이 된다.  두 번째 거주에서의 경계는 가구로 정의된 영역을 물리적인 벽에 의해 나뉘어 전통적인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며 동시에 집과 외부정원 역시 내·외부의 경계가 명확하다. 그러나 이 실험주택에 적용된 가로 9m와 세로 9m는 기하학의 엄격한 경계의 설정(건축의 원형)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1.8m×1.8m, 1.2m×1.2m의 2가지 크기로만 구성된 다공(POROUS)에 의해 실상 내·외부의 경계가 해체되어가길 의도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POROSCAPE(그림 우측)’라는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 전면 파사드에 적용된 1.8m×1.8m 크기의 다공을 통해 ‘다공성에 의한 투명성’을 시도한 바 있다. 주변 외부 경관은 다공을 통해 차경된 풍경이 내부 중정의 정원과 만나 9×9의 기하학 영역 설정인 물리적인 외벽이 서서히 해체되어, 마치 태초의 자연 속 거주 풍경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글 _ 정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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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정영한 
한양대 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하였다. (주)건정종합건축사사무소를 거처 (주)롯데건설에서 3년간 해외프로젝트를 경험한 뒤 귀국 후 (주)Y건축연구소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2002년 스튜디오 아키홀릭을 개소하여 현재까지 다수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체화의 풍경’으로 서울시 건축상을 수상하였고, 장기 기획 전시인 ‘최소의 집’의 총괄기획을 맡아 대중과 건축의 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주요작품 : 린(LINN), 더 라이트 컨테이너, 더 쉐이드 컨테이너, 보이지 않는 벽, 체화의 풍경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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