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얻은 우리의 뜻밖의 해방 일지 > CULTURE


2025.12.05 11:01

집으로 얻은 우리의 뜻밖의 해방 일지

  • 관리자 3시간 전 2025.12.05 11:01 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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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주는 긴장감에서의 도피, 그 너머 작은 일상들 하나하나도 우리에게는 해방의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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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넘게 윗집 아랫집 옆집,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바짝 세우며 살아왔다. 

오래도록 그렇게 살다 보니 이런 긴장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그런 긴장감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채지도 못하며 지내왔던 것 같다. 

이런 일상의 긴장감들은 우리 스스로 알아서 통제하는 법을 터득하게 했고, 그렇게 지속된 통제는 우리 안의 다양한 감정까지 건조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의 집에서는 이 통제가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주택을 짓고 그런 것들에서 뜻밖의 해방감을 맛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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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밖에서 이불 털기를 고집하는 이 여사는 늘 아무도 다니지 않는 밤에 나가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조심 이불의 먼지 제거를 했었다. 

혹여나 주변에서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많았지만 이여사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먼지 제거 방식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 이 여사가 좋아하는 이불 털기를 밤이 아닌 밝은 날 마음껏 하고 있다.

두 번째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 반찬을 만들 때도 이 여사는 늘 냄새가 신경 쓰였기에 그런 메뉴는 집에서 만드는 걸 부담스러워했고 외식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지금은 식탁 위 반찬이 달라졌다. 밖에서 생선을 굽기도 하고 먹기도 하며 요리 시간이 길어졌고, 또 대화가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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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10년을 넘게 윗집 아랫집 옆집의 소리에민감하게 살았다. TV 볼륨은 물론이고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도 신경이 쓰였다. 

이제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이 여사의 노랫소리를 10년 만에 처음 들었다.

네 번째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같은 계절을 느끼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계절은 다르다. 지금까지 바람, 비, 눈, 추위, 더위는 우리의 적들이 되기 쉬웠다. 

그것들을 피하고 가리고 덮어왔었는데 이곳에서는 이상하게도 그것들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눈이다!', '바람이 분다!', '비 온다!'라는 감탄사가 우리의 입에서 더 많이 나온다.

다섯 번째 지금까지는 마트에서 가격으로만 모든 물건을 고르는 소비를 했었다.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건을 바라보는 눈이 생겼다. 

옆집의 농작물을 받을 때도, 우리가 가꾼 작은 열매를 수확할 때도, 그 작물들이 어떻게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가꿔왔는지 알게 되었기에 우리는 '감사'라는 단어를 마음의 한편에 떠올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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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의 긴장감은 소음이나 시선이나 냄새 같은, 실제로 누구나 느끼는 것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감정의 여유까지 그 틀에 가두었던 것 같다. 

같은 시간을 지내지만 이곳에서 우리 마음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그래서 주위의 모든 것들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조금이나마 더 생긴 듯하다.

이렇게 뜻밖의 좋은 선물들을 받았지만 살다 보니 뜻밖의 문제점도 분명 있긴 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좋았던 날들만을 그리며 편지를 끝맺어도 좋다고, 홀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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