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것은 집에 두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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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디자이너 윌리엄 모리스가 매만졌던 집과 정원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지상낙원이 따로 없습니다. 그는 “아름답다고 믿어지지 않는 것을 일체 집에 두지 말라”고 했지요. 이 말은 아직도 영국인들의 삶 속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모리스가 아내를 위해 ‘레드 하우스’를 지었다면 저는 ‘옐로 하우스’를 지었습니다. 지붕은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 독일의 고전양식을 한껏 살리고, 외벽은 머스터드 크림 컬러로 마감한 따뜻한 집입니다.
글ㆍ정혜정
우리 집은 침실을 가족 모두가 함께 사용합니다. 저와 남편, 아이가 모두 한방에서 자는데 침대의 주인은 가끔 바뀔 때가 있지요. 때로는 큰 부부침대에서 저와 아이가 잠들 때도 있고, 제가 홀로 작은 침대에서 자기도 합니다. 부부의 침대와 아이의 침대는 일렬로 나란히 두었습니다. 이렇게 두면 잠잘 때 서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독립된 방에서 잠드는 기분이 듭니다.
저는 침실에 가구를 최대한 적게 두려고 노력합니다. 거실이나 주방으로 가족들이 모였으면 하는 마음에서죠. 침실에는 아이가 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책상과 속옷 등을 정리해두는 서랍장, 화장대가 전부입니다. 대신 조명은 침대에서 손이 닿는 곳에 각각 두었습니다. 침실 가구 중 가장 특색 있는 것이 침대와 침대 사이에 놓인 파티션인 것 같습니다. 자연목으로 만든 파티션은 제습과 가습의 역할을 합니다. 실내의 습기는 빨아들이고, 건조할 때는 제 몸의 수분을 내뿜습니다. 파티션에 천연 오일을 묻혀두거나 향수를 뿌려두면 방향 효과가 있어 은은한 향이 방 전체에 감돌지요.
침실은 다양한 색감으로 꾸몄는데도 어떤 색도 특별히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서까래로 기울기를 준 침대 쪽의 벽은 네 가지의 색이 만납니다. 아주 옅은 바이올렛과 여러 가지 느낌의 아이보리색이 접해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가 생기지요. 단조로운 흰색 벽에 재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책상이 놓인 창 쪽 벽은 침대 쪽의 벽에서 뻗어 나간 두 가지 색이 만납니다. 벽을 파서 만든 크림색 수납장의 배경은 고풍스러운 핑크빛 프린트 벽지와 바이올렛 컬러가 조화를 이루고 있고요. 이렇게 다양한 벽의 색감은 채도와 명도를 모두 비슷하게 맞춰 부드러운 조화를 이룹니다. 참, 페인트는 칠하고 나면 색이 훨씬 밝아지는 경향이 있으니 처음 페인트를 칠할 때는 벽에 조금씩 발라 완전히 말려 확인한 뒤 면을 메우도록 하세요.
커튼은 또 하나의 창입니다. 눈 부신 햇살을 가리기 위해 커튼을 달지만, 어둡고 무거운 색의 커튼은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설계도에서 창을 내는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죠. 커튼을 내려도 따뜻한 햇볕이 적당히 집 안에 들어와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한낮에 조명이 필요 없는 정도면 더 좋습니다. 불을 켜지 않아도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거나, 잠시 창가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새하얗고 넓은 욕실을 꿈꿨지만 실현하지는 못했습니다. 욕실을 넓히려면 방 하나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대신 탁 트인 시야를 위해 정갈한 느낌의 하얀색 타일을 준비했답니다.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바다색 타일을 나란히 줄지어 마감했고요. 마치 하얀 조각구름과 지중해의 수평선이 연상됩니다. 욕실에는 수납공간도 제법 두었지요. 선반형 수납벽장을 만들어 욕실 벽면 색감과 비슷한 느낌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샤워기나 세면대에서 물이 튈 염려가 없고, 목창이 있어 습도 조절이 잘 되기 때문에 수납장에 굳이 문을 달 필요가 없었습니다. 두꺼운 벽을 파서 수납장을 만든 것처럼 욕조도 바닥을 파서 낮게 만들었어요. 아늑하고 독특하며, 물이 바깥으로 넘치거나 튈 염려가 없어 편하답니다.
욕실 천장에는 창을 내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욕실 천장은 2층 작업실과 연결되어 있어 뚫을 수가 없었죠. 대신 반짝이는 크리스털이 달린 작고 낡은 샹들리에를 달기로 했습니다. 오래된 조명은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다가 전기선만 교체하면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소품입니다. 먼지가 끼어 뿌연 크리스털은 부드러운 면장갑을 끼고 계속 매만져주면 금방 무지갯빛으로 반짝거린답니다. 무지갯빛이 뚜렷할수록 좋은 크리스털이고요.
세월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조명은 인테리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아름다움 중 하나입니다. 그중 천장에서 길게 내려와 앉는 샹들리에는 고전적이며 기품 있는 멋을 더해주지요.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의 샹들리에 상점에는 크고 작은 조명들이 많습니다. 조그만 상점에서 판매하는 샹들리에들은 서로 마구 포개어진 채 천장까지 쌓여 있지만, 제 눈은 그중에서 보물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어 나에게 꼭 맞는 샹들리에를 찾는 재미가 있답니다. 좁은 복도의 입구에 놓으면 참 예쁠 샹들리에, 넓은 웨딩홀에나 어울릴법한 크고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 고전 화가들의 그림에나 등장했을 소박하고 튼튼한 샹들리에까지. 할 수만 있다면 모두 가져와 집에 아름다움만 가득 들이고 싶은데, 과한 욕심일까요?
정혜정
프로방스와 독일식 건축디자인 전문 회사인 베른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서양화를 전공했고, 어린 시절부터 집을 구상하고 만드는데 재주가 있었다.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의 삶이 행복할 수 있는 집, 가족들이 사랑으로 휴식할 수 있는 집을 짓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행복한 집짓기(2012)」가 있다. 031-8003-4150 www.bernh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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