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층이 숨어 있는 스킵플로어 주택
본문
설계는 건축주의 현재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고 미래를 예상해 평면과 입면, 동선에 담아내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대지조건과 법규, 건축주의 예산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건축 전문가인 설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이동진·최윤성 건축가를 통해 복잡다단한 설계의 숨은 의도를 찾아본다
구성 편집부
건축주의 요구사항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자녀를 계획 중인 신혼부부입니다. 세종자치시라는 낯선 지역에 터를 잡기로 결정하고 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짓고자 합니다. 곧 태어날 아이까지 3세대가 거주할 주택이 되겠네요.
일반적인 집의 모양보다는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공간을 곳곳에서 맛볼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습니다. 어느 매체에선가 실내가 스킵플로어로 구성된 주택을 본 적이 있는데, 공간이 층층이 포개지면서 재미있는 공간이 구석구석에 위치한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실내구성을 저희 집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곧 태어날 아이에게도 마당 있는 주택에서의 삶과 함께 집 안 곳곳이 놀이터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대 간 프라이버시입니다. 부모님과 저희 부부가 한 공간에서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따로 또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집을 디자인해 주세요.
건축가의 답변
이번 주택은 가까운 미래에 3대가 함께 생활해야 하는 주택입니다. 그로 인해서 공간의 구성과 분리가 명확해야 하고요. 또한 건축주가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평면을 구성하길 원하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주택입니다. 다행히도 대지 주변의 도로 형성이 경사가 있기 때문에 스킵플로어의 형태로 계획을 하기에는 적절한 대지이고, 공간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것이 설계의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세종자치시 한솔동
대지면적 : 269.62㎡(81.56평)
건물용도 : 단독주택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86.98㎡(26.31평)
연면적 : 182.28㎡(55.14평)
건폐율 : 32.26% 용적률 67.61%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기초 및 서재 – 철근콘크리트구조, 지상 - 경량목구조
창호재 : 독일식 시스템창호
단열재 : 그라스울
외벽마감재 : 스터코, 징크
내벽마감재 : 벽 - 석고보드 위 벽지, 바닥 - 원목마루
지붕재 : 컬러강판
최종 외관 디자인
내부가 다양하고 복잡한 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관은 간결한 편이 좋습니다. 대지의 특성상 교차로를 통해 노출되는 두 면은 3층 규모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지나치게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붕의 경사를 교차로 부분으로 깊게 내어 건물이 거대해 보이지 않게 하며, 스킵플로어의 다양한 층에는 각기 다른 크기와 높이의 창들을 리드미컬하게 내어 입면에 재미를 더했습니다.
01 스킵플로어가 선사하는 평면의 변주
스킵플로어의 숨은 매력은 높은 층고와 다양한 공간감이다. 최고높이와 용적률, 건폐율 등 각종 제약이 많은 세종시 택지지구에 지어지는 이 주택은 스킵플로어를 이용해 큰 공사비를 들이지 않고 서재와 다락 면적을 추가로 확보하고, 다양한 평면의 층위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주택은 수직 동선인 계단을 중심축으로 삼고 실의 기능적인 부분을 분리하는 데 집중하였다. 우선 스킵플로어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대지의 일부를 1.5m 절토해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 놓은 뒤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남쪽에는 거실과 침실 등 중요 생활공간을 배치하고, 북쪽에는 드레스룸과 욕실, 서재, 주방 등 향의 영향을 덜 받는 공간을 배치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주택은 7개의 층을 갖는 리드미컬한 실내를 갖게 되었다.
02 단조로움을 탈피한 외관 디자인
2층 외벽에 비선형의 구조체를 덧대어 직선적인 입면의 단조로움을 탈피하도록 디자인했다. 그로 인해 깊이감이 생긴 창틀에 다양한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우수 유입 및 오염의 우려에 대한 해결책으로 초소수성 실리콘 에어링 페인트를 통해 스터코의 오염을 최소화했다. 또, 상단에 물끊기 홈을 만들고 아랫부분은 빗물이 잘 흘러내릴 수 있게 경사를 주었다.
03 완벽하게 기능을 분리한 1층
1층은 기능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우선 주출입구 부분이 거실에서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어 사람들이 집을 드나들 때 항상 확인할 수 있다. 현관 앞 계단은 공간을 기능적 심리적으로 나누는 장치다. 왼쪽은 부모세대의 공간으로 방과 테라스,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추었고, 오른쪽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주방과 식당, 거실이 있는 공용공간이다.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평면 중심에 있는 계단실을 통해 부모님 공간과 주방거실을 직통으로 연결해 실들이 잘 연결되게끔 배치했다. 지형의 단차를 이용해 스킵플로어로 구성한 덕분에 주택 우측에 마련한 거실 층고가 일반 주택보다 높아 개방감 있다.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거실보다 1m 정도 높게 자리하는데, 이는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노출을 줄여 주부를 배려한 장치다.
04 가족만의 공간으로 완성된 2층
2층은 가족실과 침실로 이루어져 있다. 이 두 공간은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게끔 단차로 구분해 자연스럽게 위계를 설정한다. 2층의 절반을 부부의 공간으로 구성해 독립적인 드레스룸과 욕실을 갖춘 스위트룸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스킵플로어의 반 층을 오르면 미니 다락이 있다. 아이가 자라 자신만의 방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되면 그의 비밀스러운 아지트가 될, 숨겨진 공간이다.
가족실에서 바라본 침실의 모습
홈플랜건축사사무소
‘집은 다양한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는 장소’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건축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국민대 목조건축전문과정, 우드유니버시티 WBI코스를 수료했으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목조건축을 구현하고자 한다. 031-707-5296 www.homepl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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