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맞이 정원을 위한 11가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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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내키는 대로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정원은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 꽃을 기다리는 설렘을 주고,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도 하는 행복한 정원. 가든 디자이너 강혜주 씨가 제안하는 여름 맞이 정원 관리법을 알아보자.
글 강혜주 정리 이세정 취재협조 와일드가든디자인
겨울이 긴 우리나라 중부는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짧다. 겨울의 끝인가 싶은 4월까지도 눈보라가 불고 우박이 내리는 때가 있다. 꽃샘추위는 움트던 튤립의 싹조차 얼게 만들지만 보름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에 거짓말 같이 꽃 세상이 펼쳐진다. 산수유, 벚꽃, 진달래, 조팝, 철쭉과 라일락이 피고 깽깽이, 복수초, 동의나물을 시작으로 야생화가 피어난다. 바야흐로 5월이 되면 목단, 작약의 화려함을 지나 장미의 계절로 접어든다.
3월이 봄 정원 채비로 바빴다면, 6월은 앞으로 다가올 무더위와 장마를 대비한 정원 관리를 해야 할 때다. 이제 잡초와의 끝나지 않을 전쟁도 시작된다. 이 시기 자칫 게으름을 피우면 키친가든이나 꽃밭은 금새 풀밭이 되고 만다. 무성한 정원은 난잡해지기 때문에 때에 맞춰 정돈이 필요하며, 아름다운 꽃을 좀 더 오랜시간 즐기려면 가드너의 땀방울은 필수다.
1 수형을 다듬어라
봄철에 꽃을 피우고 진 꽃나무는 6월까지 전지 작업을 모두 마친다. 7~8월 꽃눈이 분화되므로 그 전에 해야 꽃을 많이 볼 수 있고, 해거리(한 해 걸러 꽃이 피는 것)를 방지할 수 있다. 한 나무에서도 잎이 나지 않는 고사지(죽은 가지)들은 모두 제거한다. 잔가지와 꽃이 진 꽃대를 치면 통풍과 채광에도 좋다. 마당의 규모를 봐가며 수형과 크기를 조절한다.
2 풀과 잡초를 제거한다
마당이 좁은 경우 잡초는 보이는 족족 손이나 호미 등을 이용해 바로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토끼풀과 같이 뿌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금방 다시 크는 잡초들은 뿌리까지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3 포기 나누기를 한다
초화류의 묵은 잎이나 지저분한 누런 잎은 모두 따 준다. 포기가 너무 크거나 빽빽하게 심겨진 것들은 흐린 날을 잡아 포기 나누기를 한다.
▲ 포기 나누기를 할 때는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넓고 깊게 파내어 묵은 흙을 먼저 털어낸다. 엉긴 뿌리와 상한 뿌리를 제거하고 반으로 나누어 다시 옮겨 심는다.
4 일년초의 지는 꽃을 따주면 꽃을 오래 볼 수 있다
봄철 화원에서 내놓고 파는 다양한 색의 꽃을 사다 정원에 심으면, 화려하긴 하지만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다. 일년초의 지는 꽃은 열매 맺기 전에 바로바로 따 주면 씨앗을 맺으려는 식물의 속성 상 계속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운다.
허브류인 라벤다, 세이지 종류도 한차례 꽃을 본 후 따주면 장마가 지나고 다시 꽃을 피운다. 사계 장미류는 9월에 한 번 더 꽃피우기 위해서, 여름에 자란 약한 가지는 제거하고 건강한 가지는 2/3 정도 남기고 잘라낸다.
5 덩굴식물의 형태를 잡아준다
정원에서는 다년생, 일년생 등 종류에 맞춰 적합한 지지대를 세워 덩굴식물을 감상할 수 있다. 장미, 찔레, 다래 같이 기대기만 하는 식물은 휀스나 목재ㆍ철재 구조물에 묶어서 가지를 유인해야 한다.
파골라, 휀스, 트렐리스 구조물에 가지를 묶어 유인한다.
▲ 대나무나 싸리 등을 엮어 만드는 터널형, 돔형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 지지대에 와이어를 설치하여 가지를 유인하면 햇빛을 고루 받아 꽃과 과일이 튼튼하게 자란다. 솎아주기나 따기 등 작업을 할 때도 용이하다.
▲ 지주대의 다양한 모습들
6 웃자라는 가지의 순을 자른다
웃자라는 가지는 순을 잘라주면 곁가지 2~3개를 받아 더 많은 꽃을 보게 되고, 수형도 단아하고 튼튼해진다.
7 꽃밭에도 거름이 필요하다
포도나무와 같은 과실수, 장미와 제라늄처럼 꽃을 많이 피우는 식물, 채소처럼 성장이 빠른 식물은 지속적으로 영양을 공급해줘야 한다. 계분, 돈분 완숙형을 얹어 주거나 흙과 섞어 준다. 3개월~6개월 이상의 지속형 알비료를 뿌려두는 것도 방법이다. 단, 지나치게 거름이나 퇴비를 많이 주면 식물이 웃자라거나 고사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또한 음식찌꺼기나 완숙되지 않은 거름은 염분이 있거나 가스와 열을 발생시켜 퇴비로 적합하지 않다. 벌레가 생기는 온상이 되기도 한다.
8 병충해에 대비하라
단맛이 나는 과실나무와 장미나 꽃의 여린 순과 잎에는 진딧물과 벌레가 생기기 쉽다. 사전에 목초액 등을 뿌려 정원의 흙과 식물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벌레가 과하게 생겼을 때는 피해가 심한 가지 부분을 잘라 내고 통풍과 채광이 잘 되도록 하며, 잎의 밑면까지 골고루 주기적으로 소독한다. 식물의 물이 오르는 3월경 꽃이 피고 싹이 연한 시기에는 진딧물이나 응애가 끼기 쉽고, 장마를 앞두고는 흰가루병이 기승을 부린다. 장마가 지난 9월쯤에도 방제가 필요하다.
▲ 상록을 자랑하는 두꺼운 사철나무 잎도 해충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연한 잎이나 줄기에 생긴 벌레는 스프레이식 분사 소독으로 가능하지만, 넓은 면적은 고압 스프레이로 소독한다
9 수명을 살펴 보충 심기를 한다
새로 식재한 화초는 환경에 적응해 잘 번지기도 하지만, 수명을 다해 죽기도 한다. 일년초, 이년초, 여러해살이 식물을 애초부터 잘 알고 심어야 한다. 수명을 다해 비는 곳은 정원의 컨셉에 맞춰 보충 심기를 하며 변화를 준다.
10 봄에 꽃을 본 구근을 보관한다
봄에 꽃을 본 추식 구근(튤립, 히야신스, 크로커스, 수선화, 스노우드롭, 무스카리) 식물들은 잎이 누렇게 되어 땅에 누울 즈음, 시든 꽃대를 잘라주고 구근을 캐낸다. 마늘이나 볍씨를 소독하는 수화제에 2시간 정도 담갔다가 말려서 망이나 신문지에 싸서 그늘에 보관하면 가을에 다시 파종할 수 있다. 그대로 땅 속에 두면 장마철에 썩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 튤립, 수선화는 꽃이 다 피고 겉잎이 시들 때쯤이면 구근을 캐낸다. 주변에 수국, 휴케라, 램스이어가 무성해져서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11 장마에 대비해 배수를 점검하라
흙은 기본적으로 통기성, 보습성, 보비력, 배수성, 수분확산능력이 좋아야 한다. 식물에 따라 PH농도를 달리하여 산성 토양에 잘 자라는 소나무, 철쭉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중성토양을 만들어 배수가 잘 되게 한다. 요즘 우리나라 여름철은 우기가 생겼다고 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 덥고 습도가 높은 날씨는 채소류와 허브류에 치명적이다. 배수가 잘 안 되는 부분은 구멍이 뚫린 구공관을 묻어 배수를 유도해 두거나 마사토의 비율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목재나 철재 구조물, 외부 장식물들은 칠을 다시 하고 보수를 해서 변형이나 뒤틀림, 과도한 부식을 막아야 한다.
▲ 굵은 석분 위에 자갈을 덮어 배수로를 만들거나, 벽돌ㆍ기와등으로 수로를 내기도 한다.
가든디자이너·보타닉아티스트 강혜주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화가로 활동하던 중, 타샤와 탐 스튜어트 스미스의 정원에 마음을 빼앗겨 본격적인 정원 디자이너의 길로 들어섰다. 꽃을 주제로 한 4번의 개인전을 열고, 주택과 상업공간 정원 뿐 아니라 공공장소 설치 디렉팅까지 다방면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작품으로는 ‘걸리버가 머무는 자리’, ‘라면정원’, ‘마더스정원’ 등이 있고, 올해 핵안보정상회의 포토월, 대구꽃박람회 주제관 등을 직접 디자인했다. 현재 가든디자이너 홍미자 씨와 함께 와일드가든디자인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031-966-5581 wildgarden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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