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팔까? 아니면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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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너무 큰 집은 지양하라’ 충고하지만, 지하실은 공짜로 얻는 면적이라는 인식 때문에 한번쯤은 예비 건축주들의 고려대상이 되곤 한다. 지하실을 파는 것, 과연 득일까? 실일까?
취재 정사은
판교의 단독주택 용지에 건축을 계획 중인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주변의 집들을 보니, 지하공간을 파서 주차장과 AV룸 등을 조성하는 집이 많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주변인들에게 물어보니 파라는 의견과 파지 말라는 의견이 절반으로 갈린다. 지하실, 과연 파야하는 것일까? 다음의 질문에 대답하며 지하실 조성에 대한 나만의 답안을 완성해보자.
첫째,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실내 면적인가요? 아니면 너른 마당인가요?
지하실 조성을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가면적의 확보이다. 지하면적은 연면적에는 포함되지만 용적률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건폐율과 용적률의 제한을 받는 단독주택 건축에서 이는 큰 이득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하실을 파는 것이 지상의 마당 일부를 포기해야 함을 간과하고 있다. 지하실을 파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드라이 에어리어(Dry area)를 확보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지상에서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 적어짐을 의미한다. ‘마당’에 의미를 두고 주택으로 옮겨오는 사람이라면, 추가로 얻는 실내공간과 마당의 가치 사이에서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둘째, 비용 증가를 생각해보셨나요?
제한된 건축비용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라면, 비용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흙막이를 설치하고, 굴삭기 등의 중장비를 대여하는 비용에서부터 단열과 누수, 결로를 잡는 특수한 보조건축자재의 설치까지, 지하는 지상의 골조를 올리는 것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약 30%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대지의 상황에 따라서도 비용의 양상은 달라진다. 암반지역에서 무리하게 지하실을 만들기 위해 땅을 파헤치다보면 토목공사의 기간과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아차 하는 사이에 공사예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대지의 상황에 따라 물이 많은 지역도 있다. 이런 땅에 무리하게 지하실을 파는 것은 지하수를 한 곳으로 끌어 모으는 격. 이런 땅은 기초를 팔 때 물이 고이는 정도를 통해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지하실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땅의 형질과 주변의 여건, 소음 발생의 문제 등을 미리 고려하고 지질탐사 등 충분한 사전검증을 거친 후 설계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셋째, 사용목적을 정하셨나요?
지하실의 가장 큰 문제는 결로와 누수이다. 누수의 문제는 제대로 된 설계와 효과가 뛰어난 건축자재 등으로 건축공정에서 일정 부분 컨트롤이 가능하지만 결로의 문제는 다르다. 공간을 자주 열고 닫아 공기의 흐름을 원활히 해주지 않으면 내·외부의 기압과 온도 차이에 의해 필연적으로 결로가 발생한다. 혹여, ‘지하실을 파고 창고로 사용하더라도 지어놓으면 좋지! ’라는 생각으로 지하실공간을 만들 계획이라면 재고해보자. 대게 창고에 보관하는 내용물은 계절을 타는 것으로, 1년에 서너 번 물건을 교체할 때를 제외하고는 지하실에 내려올 일이 없다. 그렇다면 비싼 비용을 들여 만들어 놓은 지하실에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쓸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이다. 습기에 장기간 노출된 물건 또한 제 기능을 발휘하기 힘들 것임은 자명하다. 오히려 지하가 주된 생활공간이라면 문제가 덜하다. 자주 들락거리며 공기 유동을 원활히 한다면 습기 문제는 줄어든다. 이는 지하공간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의 문제로, 결로는 사람이 생활하지 않을 때 더 많이 생긴다. 취미공간인 음악 감상실이나 피트니스 등의 시설을 두려한다면, 이 또한 가족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인지 고려해 조성하는 편이 좋다.
지하실, 만들어서 제대로 쓰고 싶다면 팔 때 제대로 파고, 관리를 철저히
지하실은 공짜 공간이 아니다. 땅이 아까우니까, 나중에 되팔 때를 생각해, 옆집이 파니까 등등의 단순한 이유로 조성한 지하실은 오히려 집의 수명을 갉아먹는 해충이 될 것이다. 위의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한다면, 비용을 들여 마련한 지하실은 둘도 없는 쾌적한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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