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지 않는 건축 계약서 작성 팁
본문
계약서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문구를 주의해야 할까? 도장 찍기 전까지 이어지는 치열한 눈치 싸움에 변호사는 ‘빈칸을 남기지 말라’고 조언한다.
집짓기 계약서의 기본, 표준계약서
집짓기를 위한 시공 계약은 크게 네 가지 핵심 요소로 이뤄진다. 계약서, 설계도면, 시방서, 내역서가 그것이다. 설계도면이 있어야 시방서와 내역서가 완성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확정된 금액이 계약서에 담기는 등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네 요소가 계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또 건축주 입장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알아야 건축주는 집짓기 계약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네 핵심요소 중 가장 중요한 계약서를 먼저 살펴보자. 시공사마다 양식이나 디자인을 가지고 있어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계약서의 내용과 항목은 흔히 ‘표준계약서’라고 하는, 대한건설협회가 만들고 국토교통부가 고시하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이하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표준계약서는 3년마다 문제점 등을 수정·고시하게 되어 오래전 날짜의 계약서는 지금 조항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표준계약서는 국가법령정보센터나 대한건설협회,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서 최신판을 내려받을 수 있다.
계약 전 표준계약서 항목을
임의로 바꾸거나 누락해도 법적 책임은 없어...
꼼꼼히 살펴보고 따져야
특수조건에서 이익극대화의 전략을 노려라
표준계약서는 본계약서 1장에 일반조건 15장이 딸려있다. 본계약서는 공사명부터 대가 지급 지연이자율, 기타사항까지 13개 항목으로 이뤄져 가장 중요한 결정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라고 해서 검토 없이 사인하는 것은 금물이다. 표준계약서는 일종의 가이드일 뿐 일부 항목을 빼거나 넣는 것은 자유고, 심지어 바뀐 내용에 표준계약서라는 명칭을 써도 법적 문제는 없다. 나중에 법적 갈등으로 비화하여 ‘표준계약서인줄 알았지만 실제 표준계약서와 내용이 달랐다’고 주장해도 결국 ‘내용을 읽고 도장을 찍은 건 본인’이라는 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리고 날짜, 금액, 비율 등 채워 넣어야 하는 빈칸은 전부 작성해야 한다. ‘계약 후 추후 상황에 맞춰 기입’하는 것은 나중에 불리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는 표준계약서는 본계약서와 일반조건까지지만, 실제 계약서는 여기에 특수조건을 더한다. 특수조건은 건축주가 계약을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끌어들이는 방편으로, 계약 건마다 다르지만 대략 현장 민원 처리 등 ‘원래 건축주가 해야 할 일을 시공사에게 맡기는 내용’들을 담게 된다. 또 특수조건은 건축주가 요구해야 비로소 만들기 때문에 잘 알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계변경 = 비용 상승! 완성된 설계도로 계약하라
다음으로 설계도면 파트. 여기서는 착공 시기에 쫓겨서 부실하게 도면이 작성되는 상황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일부 건축주나 시공사는 ‘일단 건축허가를 먼저 얻고 나중에 설계변경을 통해 도면을 다듬자’곤 하는데, 이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계약 당시에 첨부하는 도면이 ‘기본도면’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비용 산정과 계약이 이뤄지는데, 미리 약속하더라도 설계 변경이 이뤄지면 이는 ‘추가 공사’가 되고 본 계약 조건과는 다소 불리한 조건을 시공사가 제시해도 건축주는 방어하기 어려워진다. 착공하고 나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건축 중단이 더 큰 손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기본도면을 완성도 있게 마련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현장 상황에 따라 설계를 변경해야 할 일이 부득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시방서와 내역서. 이 둘은 단독주택 등 소규모 현장에서는 계약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부득이 공사를 중단하고 관계를 청산해야 할 때는 중요한 계약 파트가 된다. 내역서는 시공사가 일을 더 한 경우 그에 해당하는 초과 공사비를, 건축주가 준 돈에 비해 공사가 덜 되어 돌려받아야 하는 미시공 부분을 산정하는 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드물기는 하지만, 계약금 결정 방식을 통상적인 ‘총액 계약’이 아닌 ‘내역 계약’으로 하는 경우 내역서는 더욱 중요해진다.
▶ 계약서에서 놓치기 쉬운 4가지 체크포인트
계약과 그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 부분을 꼽자면 ‘부가가치세’와 ‘선금’, ‘지체상금율’, ‘지연이자’ 항목을 들 수 있다. 항목이 존재하는지, 숫자는 적당한지, 의미를 서로 정확히 이해하는지 점검해보도록 하자.
1. 부가가치세 : 만약 ‘부가가치세 포함’이라는 표기가 따로 없다면 법적으로는 별도인 것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정확히 명기하지 않으면 계약한 금액이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금액인 줄 알고 있다 정산할 때 10%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2. 선금 : 계약이 깨지는 경우 시공사에 귀속되는 계약보증금과 달리 선금은 ‘공사에 대한 대금’의 성격인 금액이다. 시공사나 건축주가 선금의 의미를 오해해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공사가 선금만큼 집행되지 않았다면 선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3. 지체상금율 : 항목이 빠져있는 경우, 존재 자체를 잘 모르는 건축주는 채워 넣을 생각을 못할 수 있다. 빠진 채로 계약하면, 시공사 유책으로 준공이 늦어져도 지체상금 받기가 아주 어려워진다. 비율은 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관급공사 기준 지체일수당 0.1% 정도로 설정한다.
4. 지연이자 : 시공사의 정당한 대가 요구의 수단이지만, 자금 규모가 큰 건축 특성상 제때 조달이 종종 어려워질 때가 있어, 과도하게 이자를 적용하는 경우 의도치 않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정해진 것이 없고, 보통은 은행 대출 연체 이자(연 약 15%)와 비슷한 정도로 설정된다.
계약이라는 것은 건축주만 100% 유리하게 할 수는 없다. 시공사와 건축주는 각자가 자유계약의 주체이기 때문에 상황을 유리하게 끌기 위해 서로 밀고 당길 뿐이다. 다만, ‘계약서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항목이 나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얼마나 내주고 또 얻어낼 수 있는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주택이 올라가게 될 토지와 관련해 ‘지주공동사업’과 ‘기획부동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변호사 원영섭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하여 10년 넘게 건축 로펌인 법률사무소 집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고, 연세대학교, 광운대학교, 서울시청 등에서 강의를 하였다.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 박사를 수료하였으며, 건설관리학회의 고문변호사이다. 저서로는 ‘건설부동산법률 실전 사례의 종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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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_ 신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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