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산임수 땅이 무조건 좋은 건가요?
본문
온전히 따르진 않아도 신경은 쓰이는 것이 풍수지리. 집터부터 택지의 모양, 건물의 형태에서 인테리어까지. 이왕 짓는 집, 풍수지리까지 신경 쓰면 손해는 안 볼 터. 이달은 그 첫 번째 순서로 땅을 고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산을 보는 법부터 알아본다
영화 <명당>의 한 장면. 2018 ㈜주피터필름
“저 집은 좋은 집입니까?”
“저 땅은 좋은 땅입니까?”
건축가인 저는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습니다. 이번 연재는 그 질문에 대답을 정리한 것입니다. 질문이 막연하다는 것을 본인도 알면서 이러한 질문을 하는 이유는, 집을 짓는 것은 평생에 한 번, 그것도 아주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대사(大事)이기 때문입니다. 총 다섯 번의 연재를 통해 땅을 보는 법부터 집의 터를 살피고 앉혀 내부 인테리어를 마감하는 것까지 독자 여러분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땅 고를 때 명심할 2가지,
집을 지을 수 있는 땅과 복을 주는 땅
가지고 있는 땅이 흉지(凶地)인데 아까워 그 땅에 집을 짓거나, 전망이 좋다는 말에 낭떠러지인 땅을 사거나, 살기가 가득한 곳에 집을 지어 난처한 경우 등 주변에 집을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외로 그런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땅을 고를 때에는 크게 2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땅인가’, ‘복을 주는 땅인가’. 인허가 여부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도로와 하수가 있다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이나 건축사사무소를 통해 확인하는 것도 좋지만, 시·군·구청 또는 동 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허가권자)을 통해 문서화된 정보를 전해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두 번째로 복을 주는 땅을 알아보는 방법이 바로 풍수지리(風水地理)입니다. 풍수는 ‘형기론(形氣論)’과 ‘이기론(理氣論)’으로 나뉩니다. 형기론은 산과 물 등 자연의 외적 모양을 보고 길지를 찾는 것이고, 이기론은 방위와 시간 등의 음양오행 작용을 살펴 길흉화복을 논하는 이론입니다. 산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되어 있기에 ‘음(陰)’이라 하고, 물은 움직이기에 ‘양(陽)’이라 합니다. 형태와 음양오행이 완성이고, 무엇이든 음양의 조화가 제일 좋습니다.
따라서 외적 모양이 ‘흉지(凶地)’인 곳을 피하고 길한 자리인 ‘길지(吉 地)’를 찾은 뒤, 그것이 충족되면서 행정상으로도 건축 인허가가 가능한 곳을 구해야 합니다. 그 밖에 가격, 부동산적 가치, 주변 인프라 구성, 조망권 등도 땅을 고를 때 중요한 요소이지만, 여기서는 풍수지리 위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집짓기에서는 음택보다 양택
풍수로 터를 잡을 때 산 사람의 집과 건물은 양택(陽宅), 죽은 사람의 집(묫자리)을 잡을 때는 음택(陰宅)으로 행해야 합니다. 조선 후기 이중환이 쓴 택리지(擇里志)에서는 ‘무릇 살 터를 잡는 데는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가 좋아야 한다.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살기 좋은 땅이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물론 좋은 땅에 집을 지어야 발복을 하고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땅을 구하면 좋겠죠. 하지만 제한된 국토와 정해진 예산 안에서 땅을 골라야 하는 요즘의 건축주라면 명당이 아닐지라도 흉지를 피해 무해무탈한 곳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적절한 선택이리라 봅니다.
배산임수는 좋은 땅을 찾는 기본 원칙이다. 좋은 집터 뒤에는 좋은 산이 있기 마련이다.
배산임수와 장풍득수의 바탕,
산에도 앞뒤가 있다
풍수를 모르는 사람도 아는 것이 배산임수(背山臨水)입니다. 즉, 집 뒤가 높고 집 앞으로 물이 있어야 함을 말합니다. 이는 풍수지리의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러한 이상적인 택지는 산을 따라 지맥이 흘러와서 ‘생기(生氣)’를 조성해 줍니다. 이 ‘생기’는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물을 만나면 멈춥니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득한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와 뜻을 같이합니다.
배산임수의 바탕은 산입니다. 풍수지리에서 산은 ‘용’이라 합니다. 이는 산맥의 흐름이 용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혈의 크기는 복의 크기와 같은 기준으로 잡습니다. 혈의 맞은 곳 바로 뒤의 산을 현무봉이라 합니다. 현무봉 뒤에 소조산, 증조산, 태조산이 있습니다. 이를 조상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일성은 옆으로 새로이 분가한 산을 말하고 그 용을 지룡이라 합니다. 가지에 가지를 뻗어 나갈수록 혈의 크기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대혈(종손), 중혈(분가한 자손), 소혈(분가한 자손에서 다시 분가한 자손)로 보시면 됩니다.
산에도 앞과 뒤가 있습니다. 산의 앞은 얼굴이고, 뒤는 뒤통수입니다. 남산을 일례로 든다면, 이태원이 산의 얼굴이고, 케이블카 쪽이 뒤통수입니다. 얼굴은 완만하고, 뒤는 가파릅니다. 이왕이면 산의 앞면이 좋습니다.
[그림 1] 귀룡(좌)과 천룡(우)
또한, 산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능선이 좌우, 위아래로 그 모습이 용처럼 움직임이 부드럽고 힘차게 생동감이 있는 산이 좋은 산입니다. 산 능선의 좌청룡 우백호를 거닐고 다니기에 귀하다 하여 이를 ‘귀룡(貴龍)’이라 합니다. 반대로 직선으로 쭉 뻗은 산은 힘이 없는 산입니다. 산의 능선을 주변 산이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나 형태가 조잡스러우면 ‘천룡(賤龍)’입니다.
산·바위 모습 따라
귀함과 흉함 등급으로 나뉘어
사격은 혈의 좌우에 있는 모든 산과 바위 등을 말합니다. 사격의 모습에 따라 귀함에서 흉함까지 등급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반듯하면 귀격(貴格), 풍만하면 부격(富格), 깨지고 무성하면 흉격(凶格)입니다.
[그림 2] 길격(좌)과 흉격(우)
음양오행을 기준으로 귀한 방향에 좋은 사격이 있다면 금상첨화로 발복이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반면 귀한 방향임에도 나쁜 사격이 있다면 재앙과 화를 초래합니다. 그림 1의 왼쪽의 형세는 용을 보호하는 좌청룡, 우백호가 다양하게 많고, 앞에 반듯한 안산이 사격이 되어주는 길한 형세입니다. 반면 오른쪽 형세는 용을 보호하는 좌청룡, 우백호가 배반하는 모양이고, 물이 한곳에 모이지 않아 혈을 보호하지 못하는 흉한 형국입니다. 우선순위로 보면 용과 혈이 우선이고, 사격은 차순위라 최악만 피하면 됩니다. 이외에도 정승이 나오는 고축사, 벼슬을 하는 보개사, 명장이 나오는 돈고사, 대장군이 나오는 돈기사, 부귀가 오래가는 금어사, 임금님의 자처럼 생긴 어좌사, 부귀를 얻는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의 와우사 등 사격의 형태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산의 모습에 따른 등급 구분
▶ 목성사격
관장 총명 문필 관직 등 귀함을 관장한다. 산정상이 죽순처럼 뾰족하거나 원통형으로 우뚝 솟은 형상이다. 생기의 기운이 가득한 산이다.
등급 종류로는 귀인사가 있으며, 상격은 문장이 좋아 대과급제하고 출사한다. 하격은 승려나 도를 닦는 자손이 나오거나 무자손이다.
▶ 화성사격
관장 불꽃이 타오르거나 화살촉 같은 모습으로 날카롭게 서 있는 산이다. 형살과 반역, 패망을 관장한다. 간혹 무장이 나와 병권을 장악하기도 한다.
등급 지각(주름)이 없이 붓 또는 죽순처럼 뾰쪽한데, 이를 ‘첨탕랑’이라 한다. 상격은 문장이 좋아 대과급제하고 출사하나, 하격은 화공이나 어리석은 몽상가가 나온다.
▶ 토성사격
관장 부귀장수를 관장한다. 산의 정상이 일자로 평평하다.
등급 지각이 없는 것이 상격으로, 바르고 단정하면 길하고 지각이 있으면 좋지 않다. 상격은 당대의 재명이 1등이며, 후학의 종사가 된다. 하격은 문장은 있으나 현달하지 못하여 허망한 명예만 갖는다.
▶ 금성사격
관장 복덕을 가져다준다. 산정상이 원형, 종, 가마솥을 엎어놓은 형상이다. 산에 지각이 없이 깨끗해야 한다. 산이 높으면 태양금성, 산이 낮으면 태음금성이다. 주로 무장, 여귀를 관장한다.
등급 상격은 대장군으로 난을 정벌하여 위명을 드높이고, 하격은 성질이 조급하고 포악해 깡패 두목 정도로 낮아진다.
▶ 수성사격
관장 뚜렷한 봉우리는 없으나 풍선을 모아둔 것처럼 볼록볼록한 봉우리가 미미하게 연속으로 있는 모양이다. 수성은 총명한 문인과 처목을 가져다준다.
등급 상격은 문신재상으로 공이 역사에 길이 남는다. 왕후지지에서는 필히 있어야 한다. 하격은 고독하고 가난하며, 승도가 된다.
앞서 여러번 반복했지만, 풍수지리를 맹목적으로 쫓기보다 제대로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것의 일환으로 생각하시고, 최악을 피하는 마음으로 앞으로의 연재를 참고하시길 당부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다음 호에 계속…>
글&사진_ 안응준 건축사
스타일랩 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이자 참살이 풍수연구소 선임연구원이다.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석사를 취득하였고, 박정해 박사에게 풍수지리를 배웠다. 국내 대형 건축사사무소 프로젝트 매니저, 유명 인테리어회사 실무, 종합 건설회사 현장소장 등 건축 분야를 두루 거쳤다. 현재는 풍수지리를 고려한 젊은 건축사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한남요트, 성남 은금재, 양산 스위스 등이 있다.
010-9098-9088 | http://blog.naver.com/lab5163
참고도서_ 정경연, <정통풍수지리>, 평단출판사, 2003 | 정경연, <정경연의 부자되는 양택풍수>, 평단출판사, 2005
구성_ 조성일 | 일러스트_ 라윤희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39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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