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공자, 믿을 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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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들이 가장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 일이 시공자 선택이다. 하자가 없도록 공사는 잘 해 주는지, 자재는 정품으로 잘 사용할 것인지도 불안하다. 이 모든 것의 키를 쥐고 있는 시공자, 어떻게 찾아야만 할까?
일단 시공자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한다. 건축 시공자는 국가에서 발급하는 ‘면허’라고 불리는 시공 자격이 있는데, 공사 종류와 규모별로 다양하다. 건축물의 전체 공사를 할 수 있는 면허를 ‘건설업’ 면허라고 한다. 과거에는 ‘종합건설업’ 면허로 부르다 지금은 명칭이 바뀌었다. 건축공사 중 각 부분별 공사인, 공종별로 공사를 할 수 있는 면허는 ‘단종건설업’ 면허라고 했는데, 지금은 ‘전문건설업’ 면허로 역시 명칭이 바뀌었다. 건설업 면허는 이렇게 두 종류인데 명칭이 변경되다 보니 혼동하는 것 같다. 건설업 면허는 광역시나 도청에서 면허 발급과 자격 관리를 하고, 전문건설업 면허는 일반 시·군·구청에서 한다.
시공 품질의 향상과 공사 현장의 안전 확보, 불법 건축물 근절 등을 위하여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 제41조(건설공사 시공자의 제한) ①항 2조에 의하면, 2018년 6월부터 200㎡(약 60평)을 초과하는 건축물은 건설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에서 공사를 하도록 법규 기준이 강화되었다.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면적에 관계없이 건설업 면허를 가진 업체만이 공사를 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200㎡(약 60평)이하의 건축물이라고 하더라도 건축주 직영으로 시공을 할 경우에는 현장에 감독자를 상주시키도록 강화되었다.
이 법이 시행되고부터는 임대가 포함된 상가주택의 경우는 건설업 면허를 가지고 있는 업체가 시공해야 한다. 시공의 품질 확보나 하자 보수 등에 있어서 안정적이고, 하자보수보증서를 통한 하자 보수를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고, 유지 관리에 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관리비 등이 포함되고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도 부담해야 되어서 시공비가 상대적으로 비쌀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것은 건설업 면허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 중에서도 면허 대여 업체는 아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면허를 빌리는 것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건축주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힌다. 이들 면허 대여 업체는 행정상의 인허가 절차만 충족시킬 뿐 건설면허를 가지고 있는 회사로서의 의무는 저버리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이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정부에서도 이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으나 이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 나가고 있다.
누가 좋은 시공자인가?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시공비를 싸게 부르는 시공자를 선정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남보다 싸게 짓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싸게 짓는다고 하여도 그 차이는 크지 않다. 품질의 차이만큼 싼 것이다. 건축주와 시공자의 서로 다른 품질 기준은 분쟁의 근원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과도한 요구를 하는 건축주, 폭리를 취하고자 하는 시공자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된다. 다만 공사 과정에서 과도한 요구인지도 모르면서 하는 건축주의 품질에 대한 불만, 시공자에 대한 적정한 대가의 미지급, 시공비에 미치지 못하는 시공자의 수준이 서로에게 불신을 가져오고 그 순간부터 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은 상가주택 시공자 선정을 위한 다섯 가지 기본 전제다.
▶ 설계 도면에 충실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능력이 되느냐?
시공사는 품질이 어느 정도 확보되고, 신뢰할 수 있는 업체라면 최고의 업체다. 품질은 어느 정도로 설계 도면에 충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느냐 하는 관점과 방수, 결로, 냉난방 등 성능을 확보하는 시공을 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성능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경험과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시공자가 갖는 신뢰라는 것은 적정한 공사비의 집행과 품질의 확보가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일한 것에 대한 적정한 이윤 이외에는 시공비로 투입을 해서 건축물의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시공사가 갖추어야 할 신뢰다. 그러나 일부 시공자들은 적정한 이윤이 아닌 최대한의 이윤을 확보하려 하기 때문에 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 디자인 개념을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가졌는가?
건축주와 협의하고, 의도한 내용을 건축가가 도면에 100% 표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시공자의 경험을 통하여 디자인에 관련된 시공 디테일 보완이 가능하고, 재료에 대한 감각이 있는 정도라면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시공회사들은 자신들이 공사해 오던 방식대로, 가급적이면 비용이 덜 드는 편리한 방식으로 공사하려는 속성이 있다. 똑같은 재료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해오던 방식이 아닌, 최대한 설계자와 협의하여 설계자의 의도를 이해하여 시공하려는 의지가 있는 업체라면 충분하다. 이런 업체는 규모는 작더라도 공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사에 대한 자부심은 곧 품질로 이어진다.
▶ 상가주택 시공 경험이 풍부한가?
상가주택은 규모는 작아도 성격이 서로 다른 주거 기능과 상가 기능이 합쳐진 복합건축물이다. 또한, 주거도 임대용의 소형 주거와 건축주가 거주하는 대형 평수가 공존하며, 대형 평수라 하더라도 건축주가 주거하는 경우와 임대를 주는 경우 등 그 경우의 수가 매우 많은 복잡한 건축물이다. 가급적 시공자가 전문화되어 있다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설계의 문제점과 건축주의 부족한 점에 대하여 기술적인 보완이 가능하다.
▶ 회사가 공사 현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지역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사를 할 때는 모두 열심히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공사 후 1년간은 시스템의 이런저런 조정 기간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 시공사가 멀리 있게 되면 신속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 특히 전기나 수도 등 급한 생활형 하자의 경우에는 세입자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같은 조건이라면 가까이에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 공사비는 디테일에 맞춰 적정가를 제안하는가?
공사비에 맞는 업체를 선정하자. 공사비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지고, 이러한 디테일은 공사를 많이 해 본 업체일수록 해결이 유리하다. 저가의 공사를 주로 해 본 업체가 고가의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열심히 해도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또, 고가의 공사를 주로 해온 시공사는 저가 업체만큼 공사비를 맞추지 못하여 공사비가 초과하기도 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다 건축주와 시공자 간의 분쟁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 결국 피해는 건축주에게 올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공사비의 수준에 맞추어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 모든 건축주에게 각자의 상가주택은 자기 자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럴수록 상가주택을 제대로 지으려면 내 상가주택의 객관적 수준을 정확히 인식하고, 시공자에게 정확하게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건축주와 설계자, 그리고 시공자는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건축주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공통된 고민의 바탕에는 대부분 설계자와 시공자에 대한 불확실성 내지는 시공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바가지를 쓰지는 않을까?’, ‘제대로 지어줄까?’, ‘폭리를 취하지는 않을까?’,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등등 근원적인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계자들은 어떠할까? 열심히 설계해 주고도 설계비를 못 받아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계획설계(소위 ‘가설계’라고 불림)를 해주면 아이디어만 가로채 설계비 싼 곳에 가서 “이대로 해 주세요. 그 대신 계획설계가 되어 있으니까 싸게 해 주세요”하는 건축주도 있다. 설계비는 조금 주고 도면의 품질은 한없이 좋게 요구한다. 그러면서 나중에 설계가 마음에 안 든다고, 설계가 엉터리라고 책임을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그런 사람들은 잔금도 치르지 않는다. 시공자는 어떤가? 싼 설계비 덕에 엉성하게 그려진 도면을 보고 공사를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 주어도 모두 사기꾼 쳐다보듯 한다. 주어진 도면, 주어진 공사비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도 “어디서 빼먹었겠지, 남으니까 공사를 하지 제 돈으로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눈초리들이다. 공사를 하다 보면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가끔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물고 늘어진다. 그리고는 그 하자를 핑계로 몇 배나 되는 공사비를 주지 않고 남겨놓는다. 그 돈을 받아야 겨우 이윤이 만들어지는데 이제껏 헛수고를 한 셈이다.
이런 악순환이 되고 있는 현장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좋은 건축주란 우선 건축에 대한 기본 소양이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기본 소양은 디자인에 대한 판단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건축물 수준의 이해, 그리고 자신이 지급한 비용만큼의 결과물에 대한 만족, 그리고 사람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소양이 없으면 비용면에서는 시공자에게 자신이 지급한 비용보다 더 과다한 결과물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디자인면에서는 설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입된 비용보다 훨씬 떨어지는 수준의 건축물을 얻게 된다. 설계자나 시공자의 노고를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데 아까워하지 않아야 한다.
목적이야 각자 차이가 있지만 좋은 건축주나 좋은 설계자, 좋은 시공자 모두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에서는 일치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자가 서로를 못 믿는다는 것은 좋은 건축을 위해서는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귀하께서는 건축주이신가? 그렇다면 두 눈을 부릅뜨고 좋은 설계자와 시공자를 찾아라. 그리고는 그들을 믿어라. 그러면 그들은 좋은 건축이라는 결과물로 보답할 것이다.
건축가 유훈조
㈜재마건축사사무소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년 넘게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가주택 기획 업무는 물론 설계와 감리, 시공과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그동안의 경험을 녹여 『상가주택 건축주 바이블』을 출간했으며, 현재 ㈜재마건축사사무소 대표 이사,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 한국환경공단과 한국농어촌공사 VE위원직을 겸하고 있다. https://cafe.naver.com/yulim4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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