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공동사업, 정말 리스크도 나눠갖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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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땅을, 시행사는 건물을, 수익은 나중에’라는 지주공동사업. 편하게 수익을 얻고 리스크는 나누는, 괜찮은 사업일까? 변호사는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자신의 운동장에서 움직이라 주문한다.
"사장님께서 땅을 제공해주시기만 하면 시공부터 분양, 임대까지 저희가 모두 책임지겠습니다. 사장님께서는 나중에 건물만 받으시면 됩니다. 시공비요? 분양이나 임대가 무사히 이뤄져 돈이 생기면 그때 주십시오."
- C개발산업(시행사) 박 부장
지주는 땅만 제공하면 되는 지주공동사업?
흔히 ‘지주공동사업’이라고 하면 지주가 땅을 제공하고 시행사나 시공사가 거기에 건물을 올려 그 건물을 분양 또는 임대해 각자 수익을 정산하는 사업 방식으로 대부분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땅만 가지고 있는 지주는 시공비와 전문적인 분양을 보조받고, 시행사는 토지 확보 자금 부담을 던다는 측면에서 서로 이익을 보는 이상적인 사업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단 지주공동사업은 어떤 법적인 개념이 아니라, 세간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 사업의 특징은 지주에게는 아무런 부담 없이 수익과 건물을 가져갈 수 있을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그것은 거의 착각에 가깝다. 실제로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재원은 땅을 저당 잡혀 받는 대출인 경우가 대다수다. 용어 때문에 지주와 시행사가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질적으로는 ‘내 땅으로 대출 내서 내가 공사하는 것’인 셈이다. ‘리스크를 책임진다’라고 하지만 건물이 지어지지 않거나 중단되면 지주 손해, 대출금을 못 갚아도 실질적으론 지주 손해다.
진짜 리스크는 누가 가져가는가
보통 지주공동사업은 금융부터 시공까지 시행사가 맡아 하지만, 시행사가 이자 비용을 내지 못하면 지주가 내야 한다. 저당 잡힌 땅의 소유자는 지주이기 때문이다. 흔히 시행사는 이자 비용을 전부 자신이 부담한다며 지주를 설득하는데 이것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시공비를 부풀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선 기부가 아닌 이상에야 시행사는 그 이자 비용을 어떻게든 시공비에 녹여내는 과정을 거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지주공동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모든 주도권을 시행사에 넘겨버린다는 데 있다. 시공은 기본이고 감리, 설계 등 모든 건축 관련 행위들을 시행사가 주도하는 것이다. 사업비 확보에서도 토지 담보 대출이라는 주도권을 넘겨준 상황에서 지주는 공정에 개입할 여지도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서 리스크는 지주의 몫으로만 남는다.
금융, 시공 리스크도 결국은 지주에게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그래서 지주공동사업이라는 단어를 쓰는 시행사와 일을 하려 한다면 그 전에 대출과 관련한 문제에서 서로 이 사업이 가지는 의미를 서로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토지 담보 대출 없이 시행사가 자기 자본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그것은 ‘진짜’ 지주공동사업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자본 측면의 리스크는 시행사가 책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태껏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지주공동사업 중에서 그런 케이스는 없었다.
최종 리스크를 좌우하는 ‘조건과 기한’
다 양보해서 대출 리스크, 시공 리스크 감수하고 추가 비용이 얼마가 돼든 지주가 부담한다 해도 건물이 지주에게 돌아와 분양이나 임대를 주고 시행사와 정산하는 단계까지 오면 그나마 다행인 사례에 속한다. 지주공동사업에서 지주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는 건 ‘분양·임대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 상황’이다. 어떤 이는 반문할 것이다. ‘분양이나 임대가 이뤄진 뒤에 시공비를 정산한다면 별문제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는 법적 개념인 ‘조건과 기한’을 알아야 그 위력을 이해할 수 있다.
“(분양이나 임대가 나가) 돈이 생기면 시공비를 주십시오.”는 ‘조건’일까 ‘기한’일까? 법원으로 간다면 거의 100% 기한으로 판단한다. 일단 채무가 있는 것으로 봐 법률행위를 해야 하는 건 확실하고 단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불황이어서 몇 달, 몇 년 집이 안 나간다고 해도 ‘기한의 도래가 불가능한 것이 확실’해진 것으로 봐서 결국은 그때 돈을 줘야 한다.
‘줘야 하는 돈’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바로 가압류를 언제든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의 건물에 가압류가 걸린다는 것은 그 이후 매매와 임대가 아주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가압류 걸려있는 부동산을 사거나 들어올 임차인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주는 ‘돈이 생기면 시공비를 준다’는 항목만 믿고 있다가 법원의 판단과 크게 달라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주공동사업, 반드시 챙겨야 할 체크포인트 4
1 법률전문가
계약부터 법률전문가를 만나라. 계약서 문제, 용어에 대한 법적 개념을 점검하고 일반 상식과의 차이를 메우는 것은 일반인 스스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 주도권
주도권을 쉽게 넘기지 마라. 가능한 한 ‘내가 아는’ 건축사사무소, 감리, 은행 등 시야가 닿는 곳에서 움직이도록 해 견제 장치를 두도록 한다. 특히 은행이 가장 중요하다.
3 건축지식
시공비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구조와 사양이면 어느 정도 시공비용이 산출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비싸면 비싼 이유를, 싸면 싼 이유를 점검할 수 있다.
4 자본금
지주공동사업을 생각하는 지주는 현금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실 자본이 전혀 없는 지주는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 아무래도 쉽게 리스크에 노출되고 타격이 커지기 때문이다.
알고 보는 손해와 모르고 보는 손해
지주공동사업은 지주가 큰 투자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시행사와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작한다. 또 멀리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인 사업모델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대출이나 시공비용 책정, 시공비 지급 등 리스크가 숨어 있음에도 어떤 부분에서 어떤 손해가 발생하는지 거의 모르고 일이 진행된다. 모든 사업은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갖고 있고 또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문제는 알고 보는 손해는 다른 곳에서 자금을 융통하는 등 이성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예상치 못한 손해는 대처 능력과 시야를 크게 좁혀 오판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다. 급한 돈을 막기 위해 사채를 끌어 쓰고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례도 이런 종류 사건에서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행사를 악, 지주를 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누가 강제해 계약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책임이고 지주도 이런 조건을 받아들인 이면에는 나름의 ‘쉽게 돈 벌 욕심’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은 자본으로 어렵지 않게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지주공동사업이지만, 사실 그런 사업은 이상에 가깝다. 안전장치를 위한 자본은 항상 쥐고 있어야 하고, 직접 챙겨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문제가 발생했다 싶으면 즉시 법률 전문가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도 손해를 최소화할 뿐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다음에는 택지를 마련하는 건축주들이 피해 보기 쉬운 기획부동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변호사 원영섭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하여 10년 넘게 건축 로펌인 법률사무소 집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고, 연세대학교, 광운대학교, 서울시청 등에서 강의를 하였다.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 박사를 수료하였으며, 건설관리학회의 고문변호사이다. 저서로는 ‘건설부동산법률 실전 사례의 종결’이 있다. 02-596-8263|www.lawzip.co.kr
취재_ 신기영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4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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