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고 달콤한 늙은호박 고등어조림 > LIVING & D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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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달콤한 늙은호박 고등어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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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속의 내집 2015년 3월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미각을 사로잡는 호박요리. 고등어와 함께 칼칼한 양념을 더해 조리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단맛은 기본, 마늘은 적게 넣어도 생선 비린내가 없어 뒷맛이 개운하고 칼칼하게 양념해도 자극적이지 않다. 

 

구성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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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간절한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갑니다. 닮고 싶은 사람, 본보기가 되는 롤모델이 있다면 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하죠. 그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큰 힘이 됩니다. 
밭을 일구면 작물에게 받는 위로와 감동도 적지 않은데, 씨앗에서 다시금 씨앗이 되기까지 호박의 한 살이를 지켜볼 때면 그처럼 나이 들고 싶어집니다. 볼품없는 외모를 호박에 비유하지만 호박꽃만큼만 정갈하고 아름다우면 어디에서든 주위를 환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씨앗과 잎, 풋 열매에서 완숙한 열매 모두 먹을거리가 되는 호박은 조리하기 쉽고 먹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특히 늙은 호박으로 만드는 음식은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으로 미각을 사로잡는데, 칼칼한 양념의 생선조림도 놓칠 수 없는 호박요리 중 하나입니다.

호박도 여느 작물과 마찬가지로 개량된 종들이 많아 색깔과 단맛, 익혔을 때의 식감이 조금씩 다릅니다. 컬러푸드로 불리는 식품들은 색이 진할수록 맛이 뛰어나고 영양가가 더 높아집니다. 호박 중에 으뜸은 과육이 주홍색을 띄며 살이 단단한 재래종 맷돌호박일 듯싶은데, 요즘은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보는 맷돌호박은 겉보기는 재래종과 비슷해도 색깔과 맛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산골에서 가꾸는 호박 중에 생김은 재래종과 달라도 색깔과 맛은 거의 같은 나물용 호박이 있습니다. 원종은 애호박처럼 달고, 늙으면 당도가 더 높아져 단호박처럼 먹기도 합니다. 고등어와 같이 조리면 자연단맛을 더해주면서 생선의 비린내를 말끔히 없애주고 무나 감자를 넣어 조렸을 때보다 속 깊은 맛이 납니다. 그 맛에 반한 후로 늙은 호박을 거두면 첫 요리는 고등어조림입니다.  

고등어•청어•정어리•전갱이 같은 등푸른 생선은 양질의 단백질과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은 물론 중년 이후의 건강을 챙기기에 좋은 건강식품입니다.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뼈를 튼튼하게 하며 두뇌발달을 도와주고 간과 혈관계 질환, 성인병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가 일상화되면 뼈에 무리가 가기 쉬운데 비타민D가 다량 함유된 등푸른 생선은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칼슘을 몸속에서 흡수할 수 있게 해주어 척추건강에도 유익합니다.
등푸른 생선 중에서도 고등어는 장바구니 부담도 적고 다루기도 만만하지만 기름에 구우면 느끼한데다 냄새가 쉽게 가시질 않고, 조림은 생목이 오를 때가 많아 잘 안 먹게 됩니다. 멀리했던 고등어와 다시금 가까워진 것은 텃밭 채소와 궁합을 맞추면서입니다. 동아나 박을 무처럼 도톰하게 썰어 고등어와 같이 조리면 시원하고, 애호박고지와 조리면 꼬들꼬들하면서 달착지근하고, 시래기는 구수하면서 맛이 진해 고등어도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양념은 칼칼하게 하고 시래기나 호박고지로 조릴 때는 맛간장에 된장을 약간 섞으면 좀 더 구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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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들이는 채소에 따라 제각각 색다른 고등어조림의 가장 푸근한 맛은 늙은호박과 함께 할 때입니다. 산골호박처럼 색깔 진한 호박을 넉넉하게 넣어 조리면 단맛은 기본, 마늘은 적게 넣어도 생선 비린내가 없어 뒷맛이 개운하고 칼칼하게 양념해도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조림양념에 육수 대신 물을 넣어도 맹해지지 않아 맛내기도 간편합니다. 당연히 소화도 거뜬하고 푹 익힌 호박은 양념과 생선 맛이 진하게 배어나 한 입 넣으면 사르르 녹아듭니다. 호박이 맛있어도 호박만 익힌다면 이런 맛이 날 수 없지요. 더불어 살아갈 때 돈독해지는 사람살이처럼 어울려서 더 좋은 맛이 나는 음식입니다.
고등어호박조림에 묵은 김치를 넣어도 좋고, 묵은지와 고등어만 조리거나 생선 빼고 묵은지호박찜으로 먹어도 감칠맛 납니다. 이맘때 고등어조림이나 호박찜에 맛들이면 슬슬 뒷전으로 밀려나는 김장김치는 다시금 밥상의 주인공이 됩니다. 단호박으로 대신할 수 있고, 생선은 생고등어나 안동 간고등어가 적당한데 자반고등어도 쌀뜨물에 담가 짠 기를 우려내 시래기나 애호박고지를 넣어 조리면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집니다.

과육이 노르스름한 늙은호박은 색깔 진한 호박보다 당도도 낮고, 익히면 푸석거리며 싱거운 맛이라 찜이나 생선조림엔 적합하지 않지만 죽•떡•빵•잼•양갱 등은 얼마든지 만듭니다. 첫서리 전에 거둔 호박은 호박고지로 말리고 겨우내 일용할 양식은 얼지 않게 다루어야 하는데 잘 늙은 호박은 살짝 얼어도 호박고지를 만들 수 있고, 심하게 얼어도 썩지 않으면 갈아서 조리하든가 냉동 보관해도 됩니다. 씨를 둘러싼 속은 단단한 과육보다 달고 영양가도 높아 걸쭉하게 끓이는 죽•잼•양갱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죽보다 간편하게 만들면서 호박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칼국수와 수제비도 별미입니다. 나박하게 썬 호박을 심심한 된장국물에 푹 끓여 호박을 갈아 반죽한 국수•수제비를 끓이거나 삶아 건진 호박수제비에 김치카레를 얹어도 일품요리가 됩니다. 매작과나 팬케이크도 호박으로 만들 수 있고, 늙은 호박과 잘 어울리는 계피를 시럽이나 반죽에 넣으면 풍미는 더 좋아집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즉석에서 찌거나 구운 호박빵은 보기에도 먹음직하고, 죽처럼 곱게 갈아 발효빵을 만들면 버터•우유•달걀을 넣지 않아도 스폰지케이크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천연색소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박은 용도에 맞게 활용하면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지요. 숨어 있는 맛을 한 가지씩 찾아낼 때마다 일상의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재료 준비
- 당도 높고 살이 단단한 늙은 호박(또는 재래종 멧돌호박, 단호박) 과육 600g
- 손질한 고등어 450g(5토막)
- 조림양념 :    고춧가루 4큰술
        집간장으로 만든 맛간장 3큰술
        멸치육수(또는 물) 2~2½컵
        다진 마늘 1½큰술
        대파 1뿌리
* 맛간장 : 집간장 300cc 물 100cc에 양파 1개를 잘게 썰어 넣고 끓여 식으면 체에 걸러 국물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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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
01    늙은 호박은 반으로 잘라 씨앗과 속을 긁어내고 껍질을 벗긴다.
02    껍질 벗긴 호박은 세로로 2등분해 2㎝ 두께로 썬다.
03    고등어는 내장을 제거하고 토막을 내어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04    냄비에 호박을 판판하게 깔고 고등어를 올린다.
05    대파를 어슷하게 썰어 맛간장•고춧가루•마늘과 섞고 육수를 넣어 걸쭉하게 양념장을 만든다.
06    고등어 위에 양념장을 얹고 남겨 놓은 육수로 양념장 그릇을 가셔내 양념이 씻기지 않도록 냄비 가장자리에 돌아가며 붓고 뚜껑을 닫고 끓인다.
07    보글보글 끓으면 양념이 고루 배이게 국물을 생선 위로 끼얹어주고, 은근한 불에서 호박이 푹 물러지도록 익힌다. 다 조려졌을 때 국물이 자박하게 남도록, 끓는 도중에 부족해 보이면 육수나 물을 보충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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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紫雲)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http://blog.naver.com/jaun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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