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워너비 테라스 정원
본문
작은 공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조성한 도심 속 주택 정원. 집 안 곳곳 다채로운 시도로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탄생했다.
도심 속에서 만끽하는
우리만의 사계절 정원
대구광역시 도심 속, 노후 주택은 재건축을 통해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었다. 낮은 경사를 사용해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이루어진 집. 단순하지 않은 내부 구조 덕분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공간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든다. 집 안 곳곳 비밀스러운 공간에 마련한 정원은 집에 다채롭고 명랑한 매력을 더한다. 자녀부터 할아버지까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정원 주택이다.
도시 주택은 한정된 대지 크기 때문에 여유 있는 정원 공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 주차장이나 현관 주변에 좁은 공간이 있지만 대부분 푸른 펜스용 침엽수를 심는 것에 그친다. 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각 층의 테라스나 벽 주변, 현관의 좁고 긴 정원 공간을 조성하거나 플랜터를 추가로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정원. 흰 벽에는 빛의 이동에 따라 식물들의 그림자가 멋스럽게 그려진다.
흰 벽면을 배경으로 키가 작은 목련 ‘제니’, 자엽안개나무, 가침박달나무, 자엽병꽃 등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다가올 봄, 꽃이 피면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질 예정.
현관문 양쪽의 생가지로 만든 크리스마스 플랜터가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러한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도심 속 특별한 정원 주택을 꾸밀 수 있었다. 주택 2층에 위치한 욕실은 목욕을 하며 야외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욕실 바로 앞 뒷집과 이어지는 좁은 통로를 활용해 음지 식물을 위주로 정원을 조성했다. 골목길과 이어진 개방된 테라스에는 나무 펜스를 설치하고 내부에 정원과 벤치를 만들어 이색적인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넓은 통창으로 테라스가 시원하게 바라다보이는 2층은 벽면과 중앙에 플랜터를 설치해 모임이나 바비큐 파티를 하기에도 좋은 공간이 되었다.
음지 정원의 기준
정원의 식물을 선택할 때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는 햇빛이 비치는 양과 시간이다. 도심의 주택은 주변의 집들과 근접해 있어 그늘진 공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원을 조성하기 망설여진다. 하지만 알맞은 식물을 선택한다면 음지에서도 멋진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음지 정원은 하루 중 직접 햇빛을 받는 시간이 2시간 이하인 곳, 또는 해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고 주변의 밝은 공간에서 간접적으로 햇빛을 받는 곳에 조성되는 정원이다. 맑은 날 아침에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시간별로 햇빛이 비치는 곳을 체크한 후 알맞은 식물을 골라 보자.
욕조에 앉아서 바라보는 후정은 폴딩도어의 프레임과 어우러져 마치 병풍처럼 펼쳐진다.
욕실 폴딩도어를 열면 나무벽 아래로 아담한 반음지 정원이 펼쳐진다. 동쪽으로 열린 공간에는 아침 시간에 빛이 들어와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만병초, 다정큼나무, 방울철쭉(단풍철쭉), 풍지초 등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2층 테라스에 조성된 정원. 즈이나, 철쭉, 은사철 등을 심은 플랜터와 연결하여 나무벤치를 만들었다. 여름에 시원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할아버지의 방 앞 테라스에는 그라스류, 수국, 설유화 등과 함께 앉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도로가 면한 곳이지만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GARDEN ADVICE / 멋진 음지 정원을 만들기 위한 팁
1_바위를 활용하기
음지 정원의 장점은 여름철에도 온도가 높아지지 않아 꽃이 피는 식물이 오래가고, 잎도 싱싱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크기의 바위를 배치하고 고사리, 호스타, 아스틸베를 배치하면 매우 자연스러운 공간이 된다.
2_큰 나무 아래 음지 공간을 휴식 공간으로
주택에서 음지 정원은 건물이나 담장에 가려져 생기기도 하지만 여름철 활엽수들의 잎이 무성할 때 나무 아래 생기는 그늘에 만들어지기도 한다. 나무 아래에 키가 낮은 식물인 바람꽃, 앵초, 떡갈입수국, 스노우플레이크 등을 모아서 심으면 숲속 정원의 분위기가 난다.
3_음지 정원에 좋은 대표적인 식물
• 관목류 수국, 철쭉, 만병초, 병꽃나무, 즈이나 등.
• 초화류 앵초, 암소니아, 아스틸베(노루오줌), 삼지구엽초, 하야초, 휴케라, 디기탈리스, 상록사초, 풍지초(하코네클로아) 등.
욕실 앞 야외 정원. 키가 큰 꼭지윤노리와 자엽풍년화, 철쭉, 수국, 카렉스 등이 2단으로 이루어진 플랜터에 심겨져 매우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든다.
1층부터 연결된 높은 천장의 2층 공간은 긴 통창을 통해 정원을 바라볼 수 있다. 내부와 이어져 시원한 풍경을 만든다.
나무 데크 위에 설치한 긴 플랜터는 높고 낮은 식물을 적절히 배치해 테이블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기 좋은 공간이 되었다.
SKETCH
다정큼나무(Rhaphloepis umbellata)
키는 1.5m 정도로 옆으로 넓게 퍼지는 상록관목이다. 광택이 나는 잎과 둥근 열매는 리스나 꽃꽂이에도 잘 어울린다.
방울철쭉(Enkianthus perulatus C.K. Schneider)
2m 정도로 자라며 4~5월이 되면 가지에 흰색 통꽃이 달린다. 음지와 양지 모두 잘 자라고, 추위에도 강하다.
히어리(Corylopsis coreana)
한국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으로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란다. 잎이 나기 전 3~4월에 밝은 노란색 꽃이 피며 잎은 노란 단풍이 든다.
플랜터, 펜스 시공 : Shnt
홍지네고사리(Dryopteris erythrosora, autumn fern)
잎이 윤이 나고 질감이 딱딱하다. 잎의 일부분이 갈색으로 변해 초록일색의 정원에 활기를 준다.
말채(Cornus ‘Midwinter Fire’)
11월경, 노란 줄기가 주황색으로 물든다. 늦봄이 되면 흰색 꽃이 피고, 여름에는 보라색 열매가 달린다. 겨울 정원의 포인트.
꼭지윤노리(Pourthiaea villosa Decnei)
나무의 선이 곧고 아름다워 그라스와 잘 어울린다. 4~5월에 흰색 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열매와 단풍을 보인다.
정원디자이너 김원희_ 엘리그린앤플랜트(Elly Green n Plants)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주의 정원을 지향하며 개인 정원뿐만 아니라 공공정원, 상업공간 등 다양한 정원·식물 작업을 한다.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정원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정원가 ‘피트 아우돌프’에 관한 영화 <Five Seasons>를 한국에 처음 소개하기도 했다. 2018년 일본 세계가드닝월드컵에서 ‘최우수디자인상’(최재혁 작가와 협업)을 수상했고, 2019년부터 매년 첼시 플라워 쇼에 프레스로 참석하여 다양한 정보 제공과 강의를 하고 있다. www.instagram.com/wonheekim33
구성_ 조재희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74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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