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조경가와 한 건축가, 그들의 컬래버레이션 > LIVING & DECO

본문 바로가기


세 조경가와 한 건축가, 그들의 컬래버레이션

본문

Vol. / 전원속의 내집​

건축+조경+도시재생+문화기획 디자이너 그룹

INTERVIEWEE
오승환, 강한솔
김태경, 나성진

얼라이브어스 ALIVEUS는 현대 도시를 만들어가는 건축, 조경, 도시재생, 문화기획에 기반한 디자이너 그룹이다. 평등한 커뮤니케이션과 유연한 관계를 바탕으로 업역을 넘나드는 이상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한동리주택, 세종주택, 카페 EPL, 빌라 드 파넬, 어린이대공원 유니버설 가든 등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https://aliveus.net

 

건축가 하나와 조경가 셋. 어떻게 뭉쳤나

김태경(이하 김) 일단 나 포함 강한솔 소장, 나성진 소장 이렇게 셋은 해외에서 유학 중 알고 지내면서 공모전 등을 같이 하곤 했다. 서로 설계에 접근하는 방식, 관심 분야, 선호 타입, 장단점이 달라서 상호보완적으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각각 한국에 돌아오면서 결성 논의가 싹텄고, 사무실 개소 전부터 건축과 조경을 디자인하는 사무실을 오승환 소장과 구상하여 현재의 구성이 이루어 졌다. 건축과 조경이 법적으로는 구분되어있지만, 공간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같으니 업역을 가르는 ‘벽’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더 재밌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뭉치게 되었다.

조경이나 건축, 각각을 별개로 하는 것과 함께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오승환(이하 오) 정원과 건축물의 규모와 배치, 프로젝트의 특성, 콘셉트를 잡는 것부터 함께 하는데, 위계가 있어 한쪽으로 지시가 흘러가는 게 아니기에 조경이 건축을, 건축이 조경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창문을 들 수 있는데, 창문을 내는 건 건축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이 무엇인지, 위치나 사이즈, 개폐 방식을 어떻게 할지를 조경과 3D 입면을 켜놓고 다 함께 고민하며 정한다.

 건축물이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받고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을 수 있는데, 일종의 경쟁 관계가 된다고 할까? 조경이 따로 참여하게 되면, 나름대로 그 나름대로 클라이언트에게 어필하려고 하다 보니 건축과 조경을 함께 봤을 때 전체적인 오버디자인이 발생하기도 한다.

건축주는 이런 협업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PT를 할 때 함께 가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물이 도출된 이유를 양 시각으로 설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는 ‘나중에 조경을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건축과 조경을 자연스럽게 이어 생각하게 된다. 이런 사고의 전환이 프로젝트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물론 만족도도 높은 편이었다.

서울 강남의 번화한 빌딩 숲속.
조경을 다루는 그룹과는 사뭇 역설적인 듯한 사무실에서
얼라이브어스는 건축과 조경의 협업이라는 실험을
3년째 이어나가고 있다. 차분하지만 자유롭게 섞여
치열하게 정원과 건축물을 그려나가고 있는,
실험실 같은 공간에서
네 색깔 네 사람을 만났다.
세종주택(S-House)의 정원 사례. 설계 초기부터 건축과 함께 해 정원은 식물로 만들어진 외부 공간인 동시에 건축물 내외부의 공동 디자인 요소가 되었다.

견해가 충돌하거나 한쪽으로 의견이 쏠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균형은 어떻게 잡나

강한솔(이하 강) 각자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지만, 채워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작했기에 갈등이 두드러지는 일은 없다. 프로젝트가 들어오면 그것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프로젝트매니저(PM)가 되고, 충분히 논의하다 이견이 대칭을 이루면 그때 조금 한쪽에 무게를 주는 방식으로 정한다.

 생각을 꼭 관철하고 싶다면 그만큼 더 많은 자료를 준비해 제시하고 시간을 낸다. 몇 대 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모두가 수긍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

 결성하고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험 중이고 평생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은퇴하는 순간까지 깨지지 않는다면 성공 아닐까?(웃음)

각자에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소개하자면

 2022년에 개최될 ‘카타르 월드컵경기장’ 한 곳의 외부 조경 콘셉트부터 실시설계까지 맡았다. 주택과 상업공간, 나아가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기대되는 작업이다.

나성진(이하 나) ‘어린이대공원 유니버설 가든’이 기억에 남는다. ‘플랜터는 꼭 석재로’, ‘벤치는 기성품으로’ 등 일반인은 대중화된 설계방식과 시설물에 익숙한 경향을 갖는데, 거기에 금속재 플랜터를 쓰는 등 게임처럼 도전한다는 각오로 예산 내에서 시도해 성과를 본 기억이 즐거웠다.

김 ‘빌라 드 파넬’은 쇼룸이면서 카페인 상업공간인데, 클라이언트가 조경이라는 분야의 전문성과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결과물들을 충분히 존중해줘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냈다. 완벽하게 존중받을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인상 깊었다.

 ‘카페 EPL’과 ‘세종주택’은 조경과 함께 한다는 콘셉트로 시작했고, 건축주도 사실 이런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을 텐데 건축과 조경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를 이해해주셨다.

©김형석조경과 건축의 전면적 협업, 다른 식재기법 등 모든 과정이 모험과 실험의 연속이었던 한동리주택. 서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뜻 깊은 프로젝트였다  

한동리주택 프로젝트도 꽤 인상적이었다

오 건축 콘셉트가 ‘미니멀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자’였다. 건축주도 프라이빗한 안마당이나 흰 벽을 바탕으로 하는 조경 등 일부 아이디어 정도만 제시하고 맡겨줘 초창기에 조경과 건축을 완전히 오픈하고 자유롭게 풀어내 볼 수 있었다.

 이걸 보며 오 소장이 이런 건축을 하는구나 이해하게 됐고, 혼합 식재 등의 기법도 우리나라에서 가능한지 스스로 시도해 증명해보기도 했다. 조경가와 건축가의 유기적 협업이 실무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대내적으로도 확신할 수 있었고, 대외적으로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어느 토론회에서 ‘수종보다 형태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조경 설계에 있어 나무나 화초가 어떤 수종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에게 설명할 때도 ‘여기에는 야생적이고, 높이가 건물보다 왜소해 보이면 안되고, 땅에 박혀있는 무게감이 묵직한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 이 공간에 들어올 나무가 정해지는 건 그 수종이어서가 아니라, 이 공간의 구조와의 관계, 비례가 맞기 때문이다. 공간을 만드느냐, 화단을 만드느냐의 차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미국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미국식 정원과 한국식 정원은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 주택은 소재도 양식도 현대화되어 바뀌는 중이다. 하지만, 조경은 여전히 소나무와 철쭉으로 대표되는 전통 조경 방식과 일반화된 양식을 고수하는 편이다. 서구 조경이 맞고, 전통 조경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공간에 맞는 조경 디자인이라는 면에서 맥락이 일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비교적 우리나라 조경에 영향을 주고 있는 유럽식 정원과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미국식 정원이 아트라면, 유럽식 정원은 원예나 화원에 가깝다. 또 미국식 정원은 상대적으로 공간을 더 거시적으로 본다는 느낌이어서 식재 단위의 덩어리도 더 크고, 건축에 근접해있다. 건축과 조경을 공간이라는 틀에서 엮고자 하는 작업 성격에는 더 합치된다고 본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식은 소재의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다. 수평과 수직의 선으로 공간과 미학을 구축하는데, 전통 조경에 익숙한 분들은 이런 선이 살아있는 조경을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런 부분을 조금씩 설득해나가고 있다.

‘얼라이브어스 ALIVEUS’ 명함 뒷면은 달로 가득했다.
그것도 모두 다른 달이다.
지구에서 보는 달, 달에서 보는 지구, 그저 혼자 떠 있는 달.
‘메이저의 방식과 감성이 아닌 마이너리티의
애틋한 시선으로 조경과 건축을 바라보고 있다’는
그들은 달을 두드러지게 함으로서 오히려
지구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얼라이브어스는
‘어스(Earth)’를 안에 품고 있었다.

앞으로 얼라이브어스는 어떻게 진화할까

 지난 3년간은 서로 맞춰가는 시간이었다고 하면, 지금 진행하는 것 중에는 더 적극적으로 조경과 건축이 함께하는 프로젝트도 있다. 콘셉트를 잡거나 배치, 구획, 디자인 등 모든 방면에서 서로 계속 이야기하며 풀어가고 있다. 아직 공개하기는 이르고, 내년에나 시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더욱 급진적으로, 게임처럼, 우리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

한동리주택은 주택이 조경의 배경이 될 것을 상정한 디자인이었기에 어느 한쪽이 압도하지 않고 건축과 식재가 서로를 채워나간다. ©김형석 프라이빗과 퍼블릭의 중간적 위치에 놓이게 되는 커머셜 조경 프로젝트였던 ‘빌라 드 파넬’. 식재와 함께 수평과 수직의 선이 선명한 조경을 표현했다. 정원주의 전적인 배려와 함께 진입로 자갈 세팅, 식재 등 지난 한동리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요소들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이삭아르떼포베라

조경가 Pick  |  정원 계획을 앞둔 건축주들을 위한 제안

1 - 상록 대신 정원의 라이프사이클을        
겨울 경관에 신경 쓰며 상록에 얽매이는 정원주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조경을 누리는 데 있어 즐거움 하나를 놓치는 것과 같다.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식물과 매년 함께 산다고 할 때 늘 똑같은 상록보다는 계절마다 변화를 읽을 수 있을 때 거기에서 오는 경이, 감동은 분명히 있다. 상록과 상록이 아닌 것들, 겨울에 볼륨이 남는 것과 완전히 사라지는 것들을 조화하면 더 풍성한 조경을 즐길 수 있다.       

2 -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요소 하나하나에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서 있는 장소에서 무엇을 보고자 하는지를 확실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게 변했으면 좋겠고, 어떤 게 그대로였으면 좋겠는지를 보는 눈이 생긴다면 조경가에게 전달하고 논의할 것도 많아질 것이다. 자신의 구체적인 취향을 갖추는 것이 더 좋은 정원을 갖는 길이다.       

3 - 조경을 종속이 아닌 독립된 요소로        
조경을 바라볼 때 ‘건축하고 나서’, ‘건축의 일부분’이라고 여기지 말고 함께 나아가는 요소라고 인식해야 한다. 입면 디자인뿐 아니라 가구 디자인, 토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영향을 주는 것이 조경이고, 또 받기도 한다. 이런 개념을 받아들이면 건축과 조경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


취재_신기영  |  사진_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4  www.uujj.co.kr

20200422053012472xbsb.png

월간 <전원속의 내집> 의 기사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복사, 배포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오니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인스타그램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