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치 셰프의 테마 정원
본문
직사각형 평범한 정원에 불어온 변화.
식물원에 온 듯 테마별로 꾸며진 정원 사이를 거닐며
새로운 정원이 지닌 생명력을 느낀다.
정원 리모델링을 진행한 후에는 하루에 한 시간 가까이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물을 주고 정원을 가꾼다.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정원을 만나다
정성스레 대접한 음식을 즐기며, 주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 그 모습에 매료된 정원주는 은퇴 후 본격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르꼬르동블루 숙명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프렌치 셰프가 된 그는 현재 새로운 사업을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평소 정원에 텃밭을 두고 관리하며 식물들을 감상하는 것을 즐겼지만, 어느 순간 아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저 지켜만 보는 정원이 아닌 식물들 사이를 거닐며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중앙의 잔디 마당을 둘러싸고 식물들이 정원 테두리에 줄지어 서 있었던 형태의 정원은 이제 같은 공간 안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정사각형의 단조로운 형태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테마가 공존하고 있다. 셰프가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가 있는 텃밭부터, 장미 정원,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 조성한 음지 정원, 양지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식물들로 채운 양지 정원, 정원주가 아버지께 선물 받은 분재 정원까지. 각 정원들 사이사이 만들어진 여백의 공간을 거닐면 마치 계속해서 새로운 곳을 오가는 기분이 든다. 아침 해가 뜨면 가족은 배롱나무 아래 테이블이나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한 교감을 느낀다.
GARDEN PANORAMA
다양한 잎채소와 바질, 타임, 고수 등을 키우는 텃밭. 바닥에 있던 텃밭을 플랜터를 활용해 40cm 정도로 높여 쉽게 수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채소밭은 2개로 나누어 구성해 잎채소와 허브종류를 키우고 있다. 잎채소가 자랄 시기가 지나면 김장을 위한 배추 등도 키워 볼 예정이다.
남쪽으로 앞집의 벽이 있어 자연스럽게 음지 정원을 이룬 곳. 큰 바위를 두고 고사리, 호스타, 브루네라, 노루오줌 등의 음지식물을 심어 차분한 공간을 만들었다.
기존에 있던 장미와 함께 새로 구입한 영국장미로 꾸민 정원. 오벨리스크에 덩쿨을 올려 관리한다. 겨울을 위한 흰말채나무도 나란히 심었다.
배롱나무 아래에는 붉은 조팝, 이테아, 에너벨수국, 노루오줌 등이 있어 6월이 되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음지 정원 쪽으로는 산책로가 나있다.
모자이크 형식의 핸드메이드 판석을 두어 가족이 함께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게 했다. 판석을 이용한 길은 집의 서재로 이어진다. 울타리 쪽에는 키 작은 나무를 심어 볼거리를 더했다.
라일락과 가침박달나무를 판석 바닥 옆에 심고 그 아래로 키 낮은 수국이나 숙근초를 심어 조화로운 풍경을 만들었다. 정원주가 가장 애정하는 공간이자 장면이다.
부모님께 선물 받은 분재를 활용해 작은 일본식 정원을 만들었다. 데크에 앉아서 바로 감상할 수 있으며, 서양식으로 꾸민 다른 정원과 차별점이 있어 보다 이색적인 정원이 완성되었다.
GARDEN ADVICE 가지치기
정원을 관리할 때 과하게 자라난 식물을 언제, 어느 정도까지 잘라주어야 하는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장마가 오기 전에 줄기를 잘라주는 작업을 하면 식물에 따라 두 번째 꽃이 필 수도 있고, 장마 후에 과도하게 성장하여 쓰러지거나 형체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샐비어, 센트란투스, 톱풀, 에키네시아, 캣민트, 델피늄, 아스틸베, 원추리 등이 2차 개화를 하는 식물이다. 줄기의 1/3 혹은 1/2 지점 등 식물에 맞게 자른다.
SKETCH
고수 / 브루네라
모든 부분을 먹을 수 있으나 잎사귀와 말린 씨를 요리에 가장 많이 사용한다. 꽃도 예쁘기 때문에 채소 정원에서 기르기에도 좋다.
브루네라(Brunnera macropylla ‘Betty Bowring’)
진한 녹색의 큰 잎과 대조를 이루는 흰꽃이 비교적 오래 간다. 잎이 넓어 지피식물(ground cover)로도 좋다.
꼬리풀 / 떡갈잎수국
50cm 정도의 곧은 줄기에 피는 핑크색 꽃은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면 여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 볼 수 있다.
떡갈잎수국(oakleaf hydrangea)
흰 색깔의 큰 꽃이 특징. 떡갈잎 모양의 큰 잎은 가을에 붉은 단풍이 들어 아름답다. 양지와 반그늘 모두 적합하다.
알리움 / 꿀풀
지중해가 원산지로 초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심는 구근. 금빛을 띄는 노랑색 꽃이 매력적이며,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딘다.
꿀풀(Stachys officinalis)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이 피며 벌들이 아주 좋아하는 식물이다. 물빠짐이 좋은 곳 혹은 반음지에서 자라며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식물이다.
정원디자이너 김원희_ 김원희 가든웍스 GardenWorks
구성_ 조재희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8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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