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한 정원을 위한 시(詩)
본문
글이 막힐 때면 나만의 정원에 나와 식물들을 바라본다.
소나무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정적인 잔디 정원은
시시각각 모양을 달리하며 오감을 깨워주는 정원으로 변신했다.
나만을 위해 꾸민 정원에서 ‘풀멍’으로 얻은 위로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정원주는 글쓰기로 복잡해진 머릿속을 풀기 위해 혼자만의 공간이 절실했다. 멀리 불곡산이 자리하고 앞으로는 중랑천이 흐르는 조용한 곳에 얻은 세컨드하우스. 처음의 정원은 잔디와 소나무가 있는 평범한 모습이었지만, 아파트와 달리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내 손으로 직접 가꾸며, 오감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정원을 꾸리고 싶어졌다.
BEFORE그렇게 정원 리모델링을 진행했고 지금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정원을 바라보며 보낸다. 자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식물들을 보며 삶의 위로를 얻고 맑은 정신을 선물받았다. 정원 공간 전체를 차지하던 잔디를 들어내고 한쪽 코너에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에지(Edge)를 가진 메인 정원 공간을 조성했다. 주택 입구에서 마당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도록 설계해 작은 면적의 정원이지만 깊이감과 입체감이 느껴진다. 정갈한 핸드메이드 디딤석으로 산책길을 만들어주고, 현관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던 돌계단도 디딤석으로 교체해 이전보다 안전하고 정돈된 공간을 완성했다. 뒷정원에는 정원주의 바람에 따라 꽃사과, 블루베리 나무 등 과일나무를 심어 수확의 소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주택 입구에서 바라 본 메인 정원. 다양한 식물과 꽃이 어우러져 풍성한 숲의 깊이감이 느껴진다.메인 정원에는 곡선의 에지를 활용해 마치 물이 흐르는 숲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었다. 디딤석과 바위 사이로 올라온 식물들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만든다.
TIP 1. 정원에 심는 과일나무
도심 정원에서는 정원 안에 과일나무를 심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정원의 면적이 넓지 않으니 몇 가지 포인트가 되는 교목을 심으면 다른 식물이 추가될 공간이 없어지기 때문. 또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나무는 중부지방의 추운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도심 정원에 많이 심는 과일나무 중 모과나무는 과일도 얻을 수 있지만 아름다운 수피를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본격적인 과일나무는 방제 등의 수고를 들여야하므로 꽃사과, 체리나무, 매실나무 등으로 꽃과 열매를 즐기고 정원수로도 사용되는 품종을 추천한다.
TIP 2. 틈새를 활용한 식물 심기
에지로 구성한 정원 공간 이외에 어느 부분에 추가로 식물을 심을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크지 않은 바위 혹은 돌을 곳곳에 적절히 배치하고 그 주위에 식물을 심어주는 것이다. 땅을 조금 파서 돌 높이의 30% 정도는 땅에 묻어 주면 자연스러운 조경을 연출할 수 있다. 디딤석 주변에 드문드문 식물을 심어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도 좋다.
현관 앞의 돌계단은 디딤석으로 단정하게 정리해 메인 정원과의 통일감을 주었다. 벽면에는 목수국 라임라이트와 자엽국수나무 레이디인레드, 억새를 심어 조경을 완성했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
다양한 꽃이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원 생활의 큰 행복이다. 4월이 지나면 꽃사과, 복숭아 나무, 박태기나무 등에서 꽃들이 피어나고 바위 사이에는 하설초와 유포르비아가 가득해진다. 5월부터는 가침박달나무, 아이리스, 황화철쭉, 하설초, 위실나무가 꽃이 연달아 피어난다. 아이리스는 주변의 털수염풀과 함께 공간을 채우고 속단과 니포피아는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준다. 6월이 다가오면 블루베리 열매가 익고 벨가못이 파스텔컬러로 피어난다. 에린기움이 연보라색 꽃에 이어 에너벨 수국이 분홍색으로 피어난다.
GARDEN ADVICE 바크 활용법
햇볕이 많이 내리쬐는 양지의 경우 가뭄이 심할 때, 특히 여름의 뜨거운 날에는 물을 자주 주어야 한다. 이때 멀칭(mulching)재로 바크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수분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소나무 껍질을 이용한다. 바크를 뿌려주면 잡초가 자라는 것도 방지할 수 있고, 겨울철에 땅의 온도를 유지해 중부지방에서는 식물의 월동을 도와준다. 이외에도 초봄에 잘라낸 그라스를 10cm 내외로 잘라 덮어주는 방법도 있다.
THE FOUR SEASONS 양주 정원의 사계절
봄이 되면 겨우내 숨죽이고 있던 땅속의 숙근초들이 힘차게 땅 위로 모습을 나타낸다. 여름에는 푸르고 풍성하게 자라는 꽃나무와 과일나무들이 달콤하게 익어간다. 가을에 접어들면 그라스(파니쿰)가 가득히 갈꽃을 피워 풍성해지고, 겨울에 접어들면 남은 갈색 그라스들이 바람에 흔들리거나 저녁 햇살을 맞으며 반짝거린다. 겨울이 와도 여전히 마른 꽃들의 씨송이와 마른 그라스가 바람에 흔들리며 정원은 쓸쓸하지 않다. 눈이 오면 나뭇가지와 그라스에 덮인 풍경이 또 다른 풍경을 만든다.
정원스케치위실나무(Limmaea amabilis) | 늦은 봄에서 초여름까지 연분홍 꽃이 무리를 지어 화려하게 핀다. 양지에서 반음지까지 키우기 쉽다.실꽃풍년화(Fothergilla gardenii) | 5월 초순경, 크림색 실모양의 꽃이 가득 피는 낙엽관목. 추위에 강하여 전국에서 노지월동된다.자엽국수나무 타이니와인(Physocarpus opulifolius ‘Tiny Wine’) | 초여름이 되면 흰색에 핑크빛이 도는 작은 꽃들이 가지에 가득 핀다.하야초(Gillenia Trifoliata) | 5~6월이 되면 붉은 줄기에 별 모양의 흰꽃이 피는 우아한 분위기의 여러해살이 식물이다.차이브(Allium schoenoprasum) | 초여름부터 라벤더 색의 꽃이 피며 샐러드 등 요리에도 많이 쓰이고, 관상용으로도 아름답다.향기 프록스(Phlox divaricata) | 여름 정원에서 은은한 향기를 내며, 풍성하게 번져 정원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도 한다.
정원디자이너 김원희_ 엘리그린앤플랜트(Elly Green n Plants)
취재_ 조재희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79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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