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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스테이, 지혜원 [智慧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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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인생의 레일을 바꿔 뛰어든 한옥의 세계. 장인들과 합심해 지은 첫 한옥에서 가족은 오가는 나그네를 맞이한다.

 

 

마루에 앉아 겨울 햇살을 즐기는 최지혜 씨와 그녀의 부모님

 

 

다시 지은
반백년의 역사

춘천호수를 지나 고즈넉한 솔바우 마을에 들어서면 한옥 한 채가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곳에서 ‘궁리한옥’의 최지혜 대표와 그녀의 ‘지혜원’을 만났다.

“처음에 여기 지혜원을 고쳐짓게 된 건 ‘궁금해서’였어요.”

한옥 건축의 길로 접어들고 독립을 준비하던 그녀 앞에 특이할 것 없는 작은 한옥 한 채가 눈에 띄었다. 부모님이 은퇴 후 들를 공간을 고민하다가 찾은 구옥과 땅이었다. 처음에는 고치려고만 했지만, 동네 목수가 지은 평범한 집이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조금씩 뜯어나갔다.

 

 

집을 둘러싼 얕은 돌담은 아버지가 손수 쌓았다. 뒷마당에서부터 앞으로 쌓아 나가면서 점점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펜스 너머로 보이는 조그만 건물은 이전 구옥에 딸렸던 외양간으로 지금은 창고로 쓴다.  /  새로 지었지만, 기존 재료를 최대한 살려 썼다. 기둥에 온전한 부재끼리 이어붙인 흔적이 보인다.

 

알게 된 건 상량문에 적힌 ‘단기 4288년(1955년)’이라는 건축연도와 단출했던 구조. 전쟁 직후라 나무 구하는 것도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지은 걸 생각하니 구조를 전부 살리긴 어렵겠지만, 주택의 역사를 포기할 순 없었다. 상량 등 일부 부재와 형태를 남기는 방향으로 다시 짓기로 결정했다.

과정은 쉽지는 않았지만 즐거웠다. 건축을 전공한 친구들과 설계를 맞춰보고, 대목·소목 장인들과 뼈대를 맞추며 부자재를 만들었다. 구조목을 들쳐업고, 서까래를 갈고, 구들을 짜맞추고, 틈틈이 황토 미장을 했다. 공사는 생각보다 오래 걸려 지혜원을 만나기까지 1년 정도를 보냈다.

 

 

정갈하게 꾸며진 주방 겸 식당

 

 

 

한식 창호살을 적용한 폴딩도어를 열면 뒷마당 데크와 연결된다.  /  원래는 없던 욕실을 실내로 들이다보니 이 부분만 구옥보다 늘어났다. 파스텔톤의 바닥 타일과 함께 벽면의 수예 작품이 눈에 띈다. 

 

 

새로운 길로 이끈
한옥이라는 우주

지금은 ‘궁리한옥’을 통해 한옥 컨설팅과 건축, 연구에 매진하는 지혜 씨지만, 과거에는 접점을 언뜻 떠올리기 어려운 영어선생님이었다. 언젠가 학교 연수차 갔던 강원도 낙산사와 그곳에서 만난 김도경 교수의 강의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고민을 거듭하다 한옥건축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합숙이 전제되는 과정이라 처음에는 여자 수강생이라고 입학도 쉽지 않았다”는 그녀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덕분에 더 다양한 현장을 다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小宇宙)고, 자연은 대우주라고 할 때, 집은 대우주와 소우주를 잇는 중우주래요. 셋 다 무궁한 가능성을 품은 닮은 존재라는 개념이죠.”

지혜원 이전의 구옥은 자연이 주는 지형에 그대로 순응해 앉혀졌고, 지혜원도 그 한옥의 틀 위에 큰 변화 없이 지어졌다. 구옥과 다른 건 욕실을 실내에 들이기 위해 조금 옆으로 확장된 정도 뿐. 그곳에서 방문객들은 한옥과 자연을 즐기며 힐링하고, 부모님은 매일 들러 일용할 작물을 기르고 야생화를 키워나간다.

 

 

이전 구옥의 모습  /  지붕과 벽을 덜어내니 구옥의 상태가 드러난다.  /  본격적인 공사 전 ‘모탕고사’를 지내는 모습 

 

 

 

구옥의 상량문. 공교롭게도 아버지의 생년과 똑같아 운명이라고 느꼈다고.  /  주방 천장의 거뭇한 목재는 구옥 당시의 흔적 중 하나 / 그녀의 한옥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어머니가 취미 삼아 놓는 수예 작품은 지혜원 여기저기를 빛낸다.  /  지붕이 완성된 후의 지혜원

 

 

전통건축을 전하는
한옥 스테이, 지혜원

처음부터 이 공간을 공유 숙박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옥의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양건축인 한옥은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뷰를 전제하고 전체적인 구조나 비례를 계획해요. 한옥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하루라도 살아봐야죠.”

은퇴 후 부모님의 부업으로서도 적당하다 싶어 시작한 공유 숙박. 서울에서도, 춘천에서도 먼 이곳까지 누가 올까 싶었지만, 3년 정도 지난 지금은 단골도 생기고, 외국인 손님도 찾아온다. 개중에는 한 달여간 살아보기를 한 손님도 있었다고.

 

 

주방에서 멀리 떨어진 사랑방은 조용히 독서하기에 좋다.

 

 

 

반려묘 ‘양양이’도 자주 드나드는 안방의 작은 문으로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스테이를 하면서 ‘제로웨이스트’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는 지혜 씨는, ‘인간뿐만 아니라 자연에게도 친환경적 건축과 생활’, ‘보통 우리네들의 한옥 문화’를 앞으로 더 고민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지혜원을 비롯한 그녀의 발걸음은 오늘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취재협조_ 궁리한옥 × 지혜원 |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솔바우1길 32-23 | www.instagram.com/kungri_hanok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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