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듬는 재미가 있는 빨간 벽돌집 / Reform House 나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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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에서 시작한 김용환 씨의 주방 살림은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를 거쳐 이곳 퇴촌의 한 아늑한 시골마을에 최종 안착했다. 1년에 걸쳐 하나씩 더해져가는 공간. 우리네 시골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지붕 빨간 벽돌집을 노크해보자.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 100% 수작업으로 탄생한 부엌의 모습. 싱크대와 조리대 역시 직접 만들었다.
경기도 광주 퇴촌, 빨간 벽돌을 쌓아 만든 주택은 여타 시골집과 마찬가지로 창고 한 채를 옆에 끼고 있었다. 집주인은 부모님이 살고 계신 본채와 창고 사이, 폭 2.5m의 ‘ㄴ’자 형 공간을 개조해 ‘쓸 만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은 「나물이네 매일밥상」의 저자로 유명한 김용환 씨의 전원주택이다.
목수이자 농부, 그리고 베테랑 요리사까지. 김용환 씨는 달고 있는 명함만 해도 서너 가지가 너끈히 넘는다. 2010년 부모님이 계신 퇴촌의 전원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후 뭐든지 직접 만들기를 3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주택생활 3년차인 김용환 씨 또한 여느 목수 부럽지 않은 목공 실력을 자랑한다. 목공뿐만이 아니다. 마당의 배수로도 직접 만들고 잔디까지 손수 깔았다니, Home DIY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음이다.
“기초가 제일 중요해요.” 개조 노하우를 물어보는 질문에 원론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듣다보면, 정말 모든 일에 기초가 가장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유공관은 땅이 얼지않는 동결심도보다 더 파서 인입해야 하고, 데크에서 사용할 전기배선 또한 흙을 깔기 전에 미리 연결해야 한다. 또, 샌드위치 패널로 만든 외벽의 추가 단열공사는 반드시 합판 설치 이전에 해야 두 번 일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등 그가 쏟아내는 알짜배기 정보는 그야말로 경험을 통해 얻은 살아 있는 지식이다.
주택이 이렇게 살만한 공간으로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여 남짓. 그에게 딱 맞는 맞춤형 공간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곳에선 심심할 틈이 없어요. 매일 마당을 돌보느라 분주하고, 만들고 고칠 것이 끝없이 생기거든요. 깔끔한 것을 좋아해서 하나씩 정돈되고 자리 잡아가는 재미에 푹 빠져 살고 있어요.” 손때 묻혀가며 하나씩 완성해가는 재미가 있는 주택. 군데군데 심어놓은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울 10년 후가 기대된다.
◀ 세면대와 수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수 제작해 완성한 화장실 ■ 재치 있는 ‘뒷간’ 글씨는 못 머리를 벽에 쳐서 만든 작품 ▶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주방 입구
▲ 색색의 그릇이 수납된 선반은 파티션 역할까지 담당한다.
◀ 야외용품의 필수품이 걸린 행거에도 그의 손길이 느껴진다. ■ 나물이네 주택 초입, 부모님이 머무는 공간 앞에는 예쁜 우체통이 손님을 맞는다. ▶ 가지런히 놓인 농기구들이 놓인 이곳 또한 직접 만든 처마다.
▲ 블랙 & 화이트로 꾸민 모던한 침실. 선명한 그린 컬러의 문이 포인트가 된다.
▲ 안채와 창고 사이 외부공간이었던 곳을 막아 현관과 거실로 만들었다.
“얼마나 들었나?”
주방공사 : 약 150만원
정원(조경)공사 : 잔디 300만원
포크레인 : 20만원
느티나무 : 20만원
방부목 : 50만원
시냇물에 있던 돌 공짜
▲ 하나씩 사 모으다 보니 어느덧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진 공구
“어떤 공구가 필요한가?”
개조를 시작한 초기단계, 목수분 하루 품값이 15만원인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는 김용환 씨. 작업자의 공구를 유심히 살펴보고 메모해두었다가 검색해보니 개당 10만원 내외의 공구 7~8개만 있으면 무슨 작업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김용환 씨가 수납장을 털어 밝히는 Home DIY 필수 공구 8가지.
01 드릴 02 원형 스킬톱 03 직소기 04 각도 절단기 05 샌더 06 콤프레셔 07 타카 F30 08 타카 F60
“어디어디 고쳤나?”
▶ 정원의 재탄생
깔려 있던 보도블록을 모두 걷어내고 수도관과 유공관을 보온담요로 싸 얼지 않는 1m 깊이에 다시 매설했다. 수도를 놓을 자리를 미리 정한 뒤 수도관도 확보하고, 중간중간 물이 빠질 맨홀도 두 군데 설치해, 이곳에 옥상에서 내려오는 배수로도 연결했다. 마지막으로 포크레인을 불러 구획해놓은 대로 흙을 배치한 후 텃밭을 제외한 부분에 잔디를 심었다.
▶ 현관문 리폼하기
창고와 본채 사이를 실내로 만드는 대공사 후, 철판 방화문과 샌드위치 패널 문 그리고 알루미늄 새시 문을 통일성 있게 리폼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미리 잘라놓은 루버로 프레임을 만들고 안쪽을 하나씩 끼워가며 피스로 고정했다. 완성된 루버는 철판용 피스를 사용해 문에 부착했고 리폼이 힘든 안쪽 틀은 젯소를 바른 후 페인트를 칠해 마무리했다.
▶ 황토 모르타르 아궁이 만들기
수돗가 옆, 야외에서 쓸 수 있는 황토 아궁이를 만들었다. 버려진 돌을 모아 아궁이가 만들어질 단을 쌓고 황토 모르타르를 반죽해 찰흙놀이 하듯 덕지덕지 발라주었다. 이때, 뒤쪽에 연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낡은 가마솥은 깨끗이 세척한 후 불에 올려 기름을 먹인 다음 사용했다.
▲ 잔디가 촘촘히 깔린 지난여름의 마당. 손수 만든 화덕과 벤치가 마당과 잘 어우러진다.
▲ 높인 화단과 잔디밭을 구분하는 토담도 김용환 씨가 직접 만들었다.
“무슨 재료를 사용했나?”
내벽 마감 : 페인트
바닥재 : 나무 마루
조명 : 빈티지 창고등(www.sonjabee.com)
욕실 및 주방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인터넷 구입
주방 가구 : 자작나무합판, 미송집성목
싱크볼 - 엔텍 인조대리석 씽크볼(SBS8450)
수전 - ML2606A(양수원홀)
가스쿡탑 - 파세코가스렌지 2구 PGC-230B(http://allsink.co.kr)
“이건 느티나무이고요, 저건 감나무에요. 집 주변으로 담쟁이덩굴을 심었고 얼마 전에는 어린 라일락과 능소화도 옮겨왔어요.”
600평에 달하는 마당은 직접 심고 가꾼 나무들로 5~6월, 눈부실 정도로 푸르다고 한다. 숲속 같은 느낌이 좋아 마당 안에도 군데군데 나무를 심은 그는 나무가 자라자면 10년이 걸린다며 “8년만 더 기다리면 나무그늘 아래 쉴 수 있겠다” 며 웃는다.
새로 지은 화려한 건물이 아니기에 더 애착이 가는 퇴촌의 빨간 벽돌집. 직접 만든 주방에서 직접 키운 채소와 식재료로 만들어질 나물이네 김용환 씨의 다음 요리가 기대된다.
나물이네
블로그에 ‘나물이네’로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부터 「나물이네 매일밥상」, 「뚝딱 나물이네 쉬운 집밥」 등 ‘나물이 신화’를 일구어낸 서민 밥상 차리기 시리즈는 아직도 초보 요리사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꼽힌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레시피로 사랑받는 그의 상차림과 손수 만들어가는 전원 일기를 보고 싶다면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면 된다. www.namool.com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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