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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비의 한계를 즐기며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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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76-11 / 전원속의 내집

멋진 설계, 하자 없는 시공에 앞서 건축주들은 늘 건축비에 대한 고민을 먼저 갖고 있다. 설계ㆍ시공자가 그들의 가려운 데를 읽고 진정을 실어 지은 집이 경기도 양평에 지어졌다. 1억원이란 예산 안에서 건축의 한계를 껴안고, 이를 넘어서고자 했던 그들의 노력을 읽어본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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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을 들어서면 거실 겸 주방의 공용 공간이 자리한다. 전면창을 통해 데크로 바로 나갈 수 있다. 


작년 12월 초 어느 날, 건축비가 아주 적고 집의 규모도 작은데 설계가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를 받았다. 사정을 들어보니 동원할 수 있는 건축비용은 총 1억5백만원. 형질변경과 지하수 확보 등 건축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포함한 금액이었다. 선뜻 하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를 찾아 전화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여 어떻게 나를 알게 되었는지, 어떤 집을 원하는지 상투적인 질문을 했다. 그는 전화기 너머로 조심스럽게 자신이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고, 내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축주는 어린 아이 둘을 가진 젊은 부부로, 도시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우고 싶어 전원생활을 결심했다. 그러나 의정부에 있는 작은 아파트를 팔아 그 돈으로 집을 지으려니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비슷한 사례들을 찾던 중 ‘1억원대 집짓기(2012, 주택문화사 발행)’란 단행본에 소개된 ‘부래미 주택’을 보고 나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부래미 주택은 6년 전에 지은 집이라 지금의 상황에서 비슷한 비용으로 집을 지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건축주는 화려하고 큰 집이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키워갈 수 있는 작은 집이면 족하다고 거듭 말했고, ‘이런 집도 설계해주시나요’라고 조심스러운 청을 했다.

그동안 전국의 농촌 마을 만들기에 관계해 오며 적은 공사비와 그들에게는 비싸게 느껴질 법한 설계비 때문에 건축가들로부터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현실을 알기에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런 연유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약속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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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부는 브릿지 공간 아래 그늘을 만들어 물놀이와 휴식을 즐긴다.  ▶ 창으로 자연의 풍광을 마주하는 아들의 방. 무한한 상상력을 갖고 크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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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포슬린타일과 어우러진 심플한 마감의 주방과 아일랜드 식탁. ㄱ자 창을 통해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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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사용빈도가 높은 만큼, 멀바우와 자작나무 합판으로 견고하게 제작했다.  ▶ 화려한 장식은 없지만 휴양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부부 침실 

 
건축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시공자와의 협업이 중요하다. 초기에 시공자를 정하고 재료의 선정과 공법에 대해 검토하면서 설계를 진행했다. 시공자가 공사비 범위 내에서 가능한 재료를 추천하면 이를 검토해서 설계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넘어서지 않도록 신경 썼다.


집의 구조는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경량목구조로 결정하였고, 결과적으로 2.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완공되었다. 30평 이하로 건축허가가 아닌 신고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도 공사기간 단축에 도움이 되었다. 건축 재료는 효율은 좋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고, 가장 물량이 많은 건물의 외관은 흔히 쓰이는 시멘트사이딩으로 마감하기로 하였다. 

집이 지어지면서 가격이 저렴한 자재들로 인하여 혹 건물이 전체적으로 값싸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세워서 시공한 시멘트사이딩은 그 자체로 매력적인 색깔과 질감을 제공했다. 단지 누수가 우려되어 칠한 페인트의 컬러가 오히려 미감에 저해가 되었다.  목조로 구성된 벽체는 일부를 서가로 디자인하여 별도의 서가를 두지 않아도 많은 책을 꽂을 수 있게 하였다. 지붕은 건물 뒤쪽으로 경사를 주었는데 낙엽이 많은 주변 환경을 고려하여 선홈통을 두지 않고 바로 땅으로 떨어지게 했다. 덕분에 공사비도 절감하고 낙엽으로 홈통이 막혀 누수되는 하자도 피했다. 창문은 단열을 고려해 다소 비싼 로이유리를 사용하여 큰 창의 단점을 극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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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방은 부부 침실 곁에 나란히 자리해, 아직 어린 자녀들을 가까이서 보듬도록 했다.   

 

건물의 형태는 외피면적이 가장 적은 박스형 2층으로 결정하였는데 주변건축물과 자연경관 사이에서 오히려 돋보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건축주는 자신의 집이 어떻게 지어질 것인가를 수시로 확인하고 미리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결국 공사 중에 재료를 바꾸는 일을 최소화하여 이중으로 경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막았다. 집은 약 30평 정도의 공간이 2개 층으로 나누어져 있다.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는 문제는 1층 현관 입구에 진입공간을 넓게 확보하여 아이들의 놀이터로, 때로는 작업공간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집 전체에 여유가 느껴지게 하는 결과를 얻었다. 집 짓는 중에 건축주가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집이 왜 이리 단순하냐’는 질문이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가 집이 점점 더 완성되면서 독특해서 좋다는 말로 바뀌었고. 특히 지금은 건물 1층에 넓게 조성된 목재 데크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집을 설계하고 짓는 과정에서 젊은 건축주 부부와는 여러 면에서 의견이 잘 통했다. 건축의 스타일뿐 아니라 안주인이 직접 구워 내놓는 브라우니는 미팅 때마다 받은 특별한 선물이었다. 과정이 순조로운 만큼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다. 여기에는 시공자의 몫 역시 컸다. 설계 초기부터 건축 과정을 공유하다 보니, 시공을 할 때는 설계 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도 알아서 찾아내고 조정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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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층 복도 한 켠에는 안주인의 취미 공간이 자리한다.  ▶ 계단실과 방 사이의 벽은 책꽂이로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 단계부터 반영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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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으로 집을 지었다고 하니 많은 질문들이 쏟아진다. 요즘같이 집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장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집짓기 비법을 알려주자면, 먼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다. 나와 같이 살고 있는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 자녀들의 꿈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이런 것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과정에서 가족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을 반영하여 가족들의 희망과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최적의 비용과 행복한 디자인이 나온다. 행복한 집! 인생을 두고 하는 가장 값진 투자가 아닐 수 없다. <글 _ 김종대>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양평군
대지면적 : 370㎡(112.12평)
건축면적 : 59.05㎡(17.89평) 
연면적 : 99.17㎡(30.05평)         
        1층 - 39.67㎡(12.02평)         
        2층 - 59.05㎡(17.89평)
건폐율 : 16%
용적률 : 27%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7.2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지상 - 목재 스터드 공법
구조재 : 벽 - 캐나다산 SPF 2×6         
       지붕 - 캐나다산 SPF 2×8
지붕재 : 아스팔트 싱글
단열재 : 그라스울(벽체 - R19, 천장 - R30), 열반사 시트
외벽마감재 : 시멘트사이딩, 적삼목 루바
창호재 : 대동 엘로이샤시 시스템창호(로이 21㎜ 복층유리)                             
        일반창호(16㎜ 복층유리)
내벽마감재 : 친환경페인트
바닥재 : 타일, 강화마루
설계 : 디자인연구소 이선
시공 : 제타 어쏘시어트 02-3210-0509
3.3㎡(1평)당 : 약 384만원 

INTERIOR SOURCES
페인트 : 외벽 - FLOOD(미국) 수용성 오버코트          
        내벽 - 조광페인트 / 하모니텍스
주방 벽면 : 마감재  멜라민패널
욕실 타일 : 벽체 - 이화타일 200×400            
            바닥 - 동서타일 200×200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 B&Co 조명  조용주
조명 바닥재 : 1층 - 포슬린타일(400×600), 2층 - 강화마루
주방기기 : 대림시스템키친
현관문 : 일품제작(현장제작 50T - 1000×2200)
방문 : 일품제작(현장제작 45T - 900×2100)
데크재 : 미송방부목(21×120)
계단재 : 디딤판 - 멀바우집성판(18T) 챌판 - 자작합판(9T)   

 

건축가 김종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주)율건축사사무소 대표를 거쳐 현재 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를 맡고 있다. 이천과 횡성 등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촌과 환경, 공공 건축을 오래도록 연구하고, 문화부의 문전성시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의 단장을 맡아 활동했다. 최근에는 2013 문화의 달 기념 행사를 맡는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02-722-8619 leesundesig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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