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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긴 재귀당(再歸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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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191-04 / 전원속의 내집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의 재귀당. 가족은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모여 남은 하루를 함께 한다. 온전한 휴식은 이런 것이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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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과 마당 사이, 성벽을 모티브로 한 화단과 가벽을 세워 남다른 분위기를 냈다.

  

HOUSE PLAN

위치 :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대지면적 : 391㎡(118.48평)

규모 지상 1층(23.6평), 다락(6.5평+2평)

건축면적 : 78㎡(23.63평)

연면적 : 78㎡(23.63평)

건폐율 : 19.95%

용적률 : 19.95%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6.2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체 - 2×6, 지붕 - 2×10

지붕재 : 리얼징크

단열재 : 그라스울 R-19, R-30

외벽마감재 : 점토벽돌치장쌓기(삼한C1)

창호재 : THK22㎜복층유리, 아르곤가스충진

설계 : 건축사사무소 재귀당 대표 박현근(아마추어야구단 愛球愛球 감독 겸 선수)

070-4197-6049 www.jaeguidang.com phg@jaeguidang.com

시행·토목 : 유명개발 대표 이상민 031-771-0992

시공 : 브랜드하우징 대표 문병호, 현장소장 안범태 031-714-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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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내 도로와 면한 동측 출입구. 집과 꼭 닮은 개집이 나란히 섰다. 가족은 집 짓고 남은 벽돌을 이용해 직접 담벼락을 쌓았다.

 

 

POINT | 가족이 함께 만든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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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과 대문, 화단은 모두 가족들이 힘을 합친 셀프 시공이다. 딸아이가 커서 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릴 때, 자신이 스케치북에 그렸던 집과 똑같은 집에 살았다는 기억을 주고 싶은 부부의 마음이 담겼다.

 

 

2년 전 어느 날, 박현근 씨는 아내와 5살 딸아이를 두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집짓기를 위해 막 땅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뒤다. 이름만 대만 알만한 큰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사로 일하고 있지만 단독주택을, 게다가 자신의 집을 직접 짓는 건 그에게도 인생일대의 큰 사건이었다.

“어떤 집에 살고 싶어?”

비장한 표정으로 질문한 그에게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안식, 치유 등을 얻을 수 있는 집, ‘모든 것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뜻의 ‘재귀당’이라고 이름 짓고 싶어. 그리고 기능적이어야겠지, 그게 전부야”

아내 희경 씨에 이어 딸 지율이는 한술 더 떴다.

“응, 난 성에서 살고 싶어!”

 

원하는 공간과 규모, 동선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들. 박 소장은 집에 대한 가족의 마음을 읽고, 고민에 빠졌다.

‘아내가 집에서 느끼기를 원하는 감성적이며 매우 기능적인 공간’

‘딸의 머릿속에 있는, 만화나 동화책에서 봐왔던 아름답고 인상적인 공간, 형태’

‘난 강아지를 키우고 캐치볼(야구)을 할 수 있는 마당,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예산’

아내가 집에서 느끼고자 하는 감성들은 왠지 종교 시설에서 느껴지는 그것과도 비슷했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작은 예배당을 닮은 형태를 그려봤다. 어쩌면 지율이가 스케치북에 그리던 집의 모양과도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에 성벽 모양을 모티브로 한 화단과 가벽을 세웠다.

내부는 방보다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에 필요한 공간들을 배치해 나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복도에 들어서면 여느 집과 다른 장면과 마주한다. 바닥이 높은 복도는 좌우에 목조로 프레임까지 짜 무대처럼 연출했다. 이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 대칭으로 벽면 서재를 구성하고 두 개의 박공선으로 천장을 구성했다.

너무 개념적이어서 공사 전날까지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복도는 입주 후, 생각지도 못한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손님이 오면 좌식 테이블로 변하고, 아이들에게는 무대이자 놀이터, 누구나 쉽게 걸터앉을 수 있는 벤치가 되기도 한다. 박 소장은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기존 공간에 얼마나 큰 고정관념을 가졌는지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아내 희경 씨는 설계자인 남편과 시공 현장과의 소통을 돕는 숨은 공신이었다. 주말이나 시간을 낼 수 있었던 남편을 대신해 그녀는 현장으로 매일 출근했다. 원하는 부분은 확실히 제안하고, 안 되는 부분은 단번에 받아들이는 시원시원한 성격 덕분에 딱딱한 공사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모든 공사는 예산의 한계 내에서 큰 탈 없이 원만하게 이루어졌다. 특히, 목구조 처마에 조적을 잇는 부분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었는데, 시공을 맡은 브랜드하우징의 열의 덕분에 무사히 디테일을 풀어 낸 뒷이야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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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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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내 도로와 면한 동측 출입구. 집과 꼭 닮은 개집이 나란히 섰다. 가족은 집 짓고 남은 벽돌을 이용해 직접 담벼락을 쌓았다.건물은 디자인의 의도, 공사비, 가족구성 인원 등을 고려해 건폐율을 최대한 활용하여 동서 일자 배치의 단층으로 계획했다. 디자인의 형태상 자연스럽게 생기는 두 개의 다락(6.5평, 2평)을 이용해, 큰 다락은 가족실 및 손님 접대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작은 다락은 창고 및 현근 씨의 아지트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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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실내는 아내의 미적 감각이 온전히 드러난다. 손때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희경 씨는 그동안 수집한 물건들과 빈티지 가구, 직접 손바느질한 패브릭들로 공간을 채웠다. 불필요한 동선 없이 복도로 이어진 각 방들은 각기 개성 있는 소품들로 보는 재미가 있다. 마음에 드는 타일과 벽지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사이트를 뒤지고, 직구로 수전과 조명을 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은, 그녀의 행복한 열정이 곳곳에 스며있다.

 

전원생활을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 가족은 바뀐 일상을 평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남편은 주말이면 마당을 쓸고, 아내는 계절에 맞춰 실내를 꾸민다. 아이는 친구들과 어울려 집 안팎을 무대로 마음껏 뛰어 논다. 마을 안 새 이웃들은 이들의 모습을 모델 삼아 집을 짓고 삶을 꿈꾸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다 지나고 보니, 그저 아름답다. 누군가 연극을 두고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는 예술이라고 하던데, 건축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지어진 공간 안에 삶이 뿌리를 내릴 때, 건축은 완성된다. 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설계한다는 것은 스스로 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기회였다. 이건 정말이지, 아름다운 일이다.”

박 소장은 이제 평범한 이웃들과 삶을 나누는 진짜 ‘동네 건축가’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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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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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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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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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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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POINT  |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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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아이들은 이 집에 모여 안팎을 자유롭게 누린다. 주 놀이공간은 다락방과 거실 복도. 색다른 공간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박현근, 이희경 씨 부부

“건축주의 마음고생, 내 집 지어보니 알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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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서 자신의 집을 설계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

처음에는 큰 꿈을 꾸었다. 한마디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설계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평소 가지고 있던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꿈틀거렸고, 주택 건축의 한 획을 긋는 무언가를 건축가로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만이었으며 건축주를 너무 이해하지 못한 상상이었다.

몇 달을 공들여 작업했던 첫 번째 계획안은 공사비를 산정하자마자 과감히 접었고, 두 번째 계획안으로 시공사를 만났을 때는 “외부 형태와 벽돌, 내부 공간의 틀만 살려 낼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변경해도 좋으니 예산에 맞춰 시공해 주세요”라고 건축가로서는 상상도 못할 발언(?)을 해버리고 말았다. 건축주가 짊어져야 할 공사비의 무거움을 몸으로, 눈물로, 땀으로, 체험하게 되었다.

     

시공 과정 중 감리도 제법 까다롭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시공사에서 현장소장에게 ‘그 집 건축주가 건축가’라고 하니 양손을 내저었다는 뒷이야기는 들었다(하하). 우리 집은 지붕과 조적이 만나는 부분 등 시공이 까다로운 몇몇 디테일들이 있어 시공사가 좀 애를 먹었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예산에 맞춰 원하는 외부 형태와 디자인, 내부 공간의 틀이 구현되어 매우 만족하고 있다.

공사 중 계속해서 도면을 파악해 공간의 개념을 읽어내고, 우리와 커뮤니케이션에 심혈을 기울인 시공사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지면을 빌어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인테리어가 매우 감각적이고 컬러 선택이 과감하다.

실내를 계획할 때는 A-type color, B-type color 등으로만 제시했고 현장에서 아내가 직접 모든 색상과 자재, 가구들을 결정했다. 건축가인 나보다 아내의 색감이 뛰어나다는 건 살아보며 느낀 경험치다. 또한 아내는 오래된 물건, 컬러풀한 소품, 레트로, 보헤미안, 에스닉 스타일 같은 걸 좋아한다. 바닥, 벽, 천장을 화이트로 선택해 이들 색상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하고, 디자인보다는 색의 조합에 맞춰 공간을 연출한 점이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가구와 소품은 아내가 직접 만들거나 중고샵에서 발품 팔아 구한 것들이다.

     

집짓기를 앞둔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어른들(건축가와 건축주 모두)의 공간 행태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자의적이고 한계가 많은지 내 집을 짓고 나서 새삼 느꼈다. 가장 낭비가 심하거나 너무 개념적이라 망설였던 공간이, 준공 후 아이들이 가장 재밌게 노는 공간으로 변했다. 어른들은 자신이 살아왔던 공간의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있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좋은 집을 짓고자 한다면 절대로 기존에 살아왔던 공간, 특히 아파트와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추후 되팔 것을 고민하지 말고, 새로운 공간을 찾아 도전해 보자. 우리 가족만을 위한 집이니까.

 

 

박현근 건축사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정림건축, ㈜디자인캠프 문박디엠피(dmp)에서 실무를 익혔다. 제주돌문화공원특별전시관, 대구실내육상경기장, 광교 역사박물관 및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신라대학교 프로젝트, 서귀포크루즈터미널 등을 수행했으며, dmp 소장으로 재직 중 전원생활을 위해 양평에 단독주택인 ‘재귀당’과 ‘별오재’를 설계했다. 이후, 대형 건축물 설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쫓아 자신의 집과 같은 이름의 설계사무소 ‘재귀당’을 개소 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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