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지붕을 얹은 하얀 단층집 / SIMPLE HOUSE
본문
경북 영주의 한 전원마을, 가로로 긴 하얀색 단층집이 한눈에 들어온다. 손 가는 대로 꺼내 책을 읽고 마당을 뛰놀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포근히 담긴 집이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 동서로 긴 대지를 따라 남향으로 앉힌 집
“행복이 무엇일까 늘 고민해요. 그 의미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생각할수록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딸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작고 따뜻한 집에서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어요.”
‘집’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박공지붕의 단순한 선을 가진 단층집. 이곳에 이상민, 박희경 씨 부부와 딸 수아가 산다. 부부는 아파트에 살 땐 주말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다. 가까운 곳에라도 나들이를 다녀와야 ‘알차고 재미있게 잘 보냈구나’ 싶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내 집에서, 마당에서 직접 가꾼 봄꽃을 매일 만나고,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한낮의 햇볕을 여유롭게 만끽한다. 집이 곧 휴식처가 되는, 꿈 같은 일상이다.
집을 짓자고 먼저 제안한 건 아내 희경 씨였다. 남편 상민 씨는 각종 편의시설이 지척에 있고 지하주차장에서 집으로 바로 연결되는 아파트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전원주택은 나이가 더 들고 나서 천천히 지어도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희경 씨는 한 달간 남편을 설득하며 집짓기를 밀어붙였다. 마침 영주 시내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전원마을 단지에 마음에 드는 땅이 나왔고 그중 한 곳을 분양받았다. 원래 계획된 30채가 모두 분양되고 뒤늦게 추가된 세 필지 중 하나였다.
▲ 현관 바닥은 건축주가 직접 고른 핸드메이드 패턴 타일로 포인트를 주었다.
▲ 긴 장방형 외관 덕분에 수아네 집은 동네에서도 이웃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 엄마는 아이를 위해 거실의 긴 벽을 따라 책장을 두어 서재처럼 꾸몄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북 영주시
대지면적 : 574㎡(174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건축면적 : 116㎡(35평)
연면적 : 116㎡(35평)
건폐율 : 20% / 용적률 : 20%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3.3m
공법 : 기초 - 줄기초, 지상 -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지붕 - 2×8 구조목
지붕마감재 : 컬러강판
단열재 : 크나우프 에코배트 R21, R32
외벽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창호재 : 융기 베카 드리움 33㎜ 3중 창호
설계 및 시공 : 트라움 목조주택 043-214-6148
“막바지에 들어와 터를 닦을 때부터 이웃들이 많이 궁금해했어요. 뼈대가 세워지고 집의 윤곽이 드러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랬죠. 영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집이라 그런지, 교회나 마을회관 아니냐고 묻는 분들도 많았어요.”
‘단순한 멋이 가장 오래 남는다’는 희경 씨는 원하는 집의 모습이 명확했다. 동서로 긴 대지 모양을 따라 남향으로 앉힌 집은 직사각형 모양에 박공지붕을 얹고 하얀색 스터코플렉스로 심플하게 마무리했다. 굳이 단층을 고집한 건 가족의 삶이 층별로 분리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2층을 올릴 경우 법정 용적률에 맞추기 위해 각 층의 바닥 면적이 줄어드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고민한 결과, 방 두 개, 욕실 두 개에 널찍한 거실 겸 주방과 긴 복도가 있는 단층집이 탄생했다. 욕심부리지 않고 꼭 필요한 만큼만 담아 정갈한 느낌이다.
▲ 간소하게 구성하되 화이트 컬러로 통일감을 준 주방
▲ 주방과 연결된 거실에는 창을 크게 내어 늘 따뜻한 햇볕이 들어온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신한벽지, 개나리벽지
바닥재 : 구정마루 프라하
욕실 및 주방 타일 : 키엔호 핸드메이드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세비앙샤워기, 대림도기
주방 가구 : 주문제작
조명 : 서울 유토조명 LED
방범창 : 고구려 시스템
현관문 : 코렐시스템도어
방문 : 영림도어
붙박이장 : 한샘
데크재 : 고벽돌
PLAN - 1F
◀ 크지 않게 구성한 손님용 욕실은 일체형 수전 & 도기 세트로 깔끔하게 꾸몄다. ▶ 수아의 놀이방 또는 엄마, 아빠의 개인 공간이 되어주는 작은 방
▲ 널찍한 안방에는 가족을 위한 싱글침대 세 개를 나란히 두었다.
새하얀 자태로 존재감을 자랑하는 외관처럼 주택 내부 역시 화이트 컬러로 통일감을 주었다. 여기에 서울, 경기도로 발품을 팔아 고른 소품과 그림 액자, 핸드메이드 패턴 타일 등이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되어준다. 모든 욕실은 물때가 자주 끼는 특성상 청소하기 힘들다는 주부의 현실적 고충을 반영하여 최대한 작게 구성했다. 특히 안방에 딸린 욕실에는 창문을 크게 내달라고 요청했는데, 덕분에 종일 볕이 잘 들고 통풍이 좋아 늘 보송보송하다.
거실에서부터 안방 입구까지 벽을 따라 길게 늘어선 책장은 아이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던 엄마는 거실에 TV 대신 동화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두었다. 그 마음을 다 안다는 듯, 수아는 온 집을 누비다가도 어느새 책장 앞에 앉아 책을 읽는다.
지난 1월 입주한 집은 매일매일 단장하며 한층 풍성해지고 있다. 마당에 깔린 고벽돌은 하나하나 손수 작업했고, 화초와 나무 심기 등 정원 손질도 한창이다. 사계절 예쁜 정원을 꾸미려면 아직 공부할 게 산더미라는 부부의 얼굴엔 해사한 웃음이 넘친다. 아주 사소하고 자잘한 행복들이 바로 내 집에 있다는 기쁨. 오늘도 수아네 집에선 매 순간이 따스한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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