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빛이 머무는 곳, 판교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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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주택가 모서리 땅, 단정한 인상의 건물이 오롯이 섰다. 건축가의 고민과 건축주의 열의로 완성된 판교동 주택은, 지하 깊은 곳까지 빛을 머금은 따뜻하고 포근한 가족만의 공간이다.
취재 김연정 사진 이남선
▲ 삼면이 도로에 접한 코너에 삼각형의 조형성을 띤 주택 한 채가 들어섰다.
▲ 외벽은 따뜻한 질감과 색상의 테라코타패널로 마감되었다.
▲ 마당을 감싸 안은 집. 1층 내부는 안마당을 향해 개방된 시야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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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탑층과 연결된 외부공간은 가족만의 야외활동을 배려한 장소다.
판교동 주택의 대지는 삼면이 도로에 접한 코너에 위치하여 건축가 입장에서는 건축물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지만,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사생활 노출의 우려가 있는 필지였다.
설계에 있어서 우선적으로 고려한 사항은 건축물의 쇼윈도처럼 변해버린 판교 주택가에 또 하나의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무언의 존재감을 지닌 주택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소한의 외장재를 사용하여 형태의 조형성을 강조하되, 이 조형성은 내부공간과 연계된 진정성을 지니도록 한다는 설계방향을 설정하였다. 외관디자인은 건물이 도로면에 나란히 배열되는 지루함을 탈피하고자 삼각형의 기하학적 조형을 도입하였다. 이는 반듯한 내부공간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2층에서는 삼각형의 재미있는 베란다 공간으로 변환된다.
주택의 외장재는 테라코타패널을 사용하였다. 이 패널은 다소 고가이지만 흙을 구워서 만든 친환경소재이고 따뜻한 질감과 색상을 지닌 자재이다. 특히 외관디자인 특성상 생긴 60°, 120° 등 일반적이지 않은 접합부위는 생산 공장에서 필요한 각도대로 자재를 커팅, 반입하여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조형적으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일 수 있게, 다락방 위 경사지붕 또한 테라코타패널로 디자인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패널로 지붕을 시공한 경험이 전무해 누수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시공과정에서 금속패널로 변경해야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보통 주택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하면 대부분 ‘마당’을 꼽는다. 하지만 이 주택의 경우 볕이 잘 드는 남향이 도로면에 접한 데다 담장설치가 금지된 지역적 제약으로 건물을 최대한 도로면에 배치해야 했다. 따라서 건물은 마당을 감싸 안고 1층의 거실과 주방은 안마당을 향해 개방된 시야를 가진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대지면적 : 228.1㎡(69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건축면적 : 112.57㎡(34.05평)
연면적 : 295.9㎡(89.50평)
지상 - 202.4㎡ / 지하 - 93.5㎡
건폐율 : 49.35%
용적률 : 88.73%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9.85m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재 : 벽 – 철근콘크리트 / 지붕 - 철근콘크리트
지붕마감재 : 금속패널
단열재 : 벽 - T75 경질우레탄단열재 / 천장 - T200 압출법보온판특호
외벽마감재 : Paneltek T18 테라코타패널
창호재 : 커튼월 - 엘지창호 150㎜ AL 창호(로이1면, 3중유리) / 침실 - 엘지창호 255㎜ PVC 이중창호(로이1면,
복층유리) / 그외 - 엘지창호 70㎜ AL 시스템창호(로이1면, 복층유리)
설계 : ㈜스페이스목금토건축사사무소
구조설계 : 모아구조
시공 : ㈜모비덤
▲ 긴 테이블과 펜던트 조명이 인상적인 주방과 식당 공간. 벽면 수납장은 주방용품의 깔끔한 정리·정돈을 돕는다.
▲ 시선을 끄는 철골계단은 지하부터 옥탑까지 오픈된 4개 층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 환한 햇살 덕분에 더욱 넓어 보이는 1층 거실 전경
거실에는 2층까지 연결된 커튼월 창호를 설치하고 그 앞에 지하 1층부터 3층 옥탑까지 4개 층이 오픈된 보이드 공간이 위치한다. 이곳엔 철골계단을 놓아 내부공간의 연결고리가 됨과 동시에 주택으로서는 대담한 뷰포인트를 지니도록 하였다. 특히 ‘ㄷ’자 형태로 두 번 꺾인 철골계단은 구조계산에서부터 제작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강성이 높은 토목용 스틸플레이트를 공장에서 레이저로 재단하고 조립을 마친 후 현장의 콘크리트골조에 매다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시공법은 토목 관련 사업을 하는 건축주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가능할 수 있었다.
빛을 가득 들인 철골계단은 지하층까지 연결되어 지하층 또한 음습하게 버려진 곳이 아닌 유용한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판교의 주택지는 대부분 필지가 크지 않은 관계로 지하층의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터파기나 골조공사 등 만만치 않은 공사비를 생각하면 지하층에도 충분한 빛을 들이고 환기가 잘 되도록 하여 활용도 높은 공간으로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남향의 도로면에 삼각형의 썬큰(Sunken)을 계획하였는데, 덕분에 안마당의 면적을 줄이지 않고도 썬큰을 통해 낮 동안 들어오는 온화한 빛이 지하공간을 더욱 풍요로운 모습으로 만들 수 있었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 벤자민무어 페인트
바닥재 : 가영세라믹스
욕실 및 주방 타일 : 가영세라믹스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동원 세라믹
주방 가구 : 리첸
조명 : 모노라이팅
계단재 : 자체 제작
현관문 및 방문 : 자체 제작
붙박이장 : elfa, 이케아
주택의 또 하나의 특징은 건축면적이 36평 정도밖에 되지 않는 주택에서 2층의 각방이 독립된 베란다를 가진다는 것이다. 건축물의 조형성과 맞물린 삼각형의 베란다는 청소년기에 접어들기 시작한 아이들이 장시간 방에서 지내는 갑갑함을 덜어 주고, 땅과 맞닿지 않은 2층에서도 나만의 마당을 갖게 된다. 또한 이 베란다는 각방과 도로와의 버퍼존(Buffer Zone) 역할을 하여 도로면에서의 소음과 시야를 차단한다. 2층 복도와 면한 아이들의 공부방은 위층의 다락과도 연결되어 다양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내부공간과 잘 조화되는 인테리어는 건축주가 자재 선정부터 색상, 가구, 조명, 장식장 디자인까지 직접 발주해 시공하였다.
무언의 존재감, 사생활 노출 최소화라는 외부적 요건을 가지고 출발한 설계는 그러한 요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독특한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건축주가 원하는 생활방식, 주택으로서의 순기능을 건축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두 포용하면서 설계자의 건축적 의도를 담아내는 것은 난해하지만 늘 흥미로운 작업이다. 글·송선화
▲ 충분한 빛을 들이고 환기 또한 잘 되는 지하층은 활용도가 높다.
◀ 집 안 곳곳에서 건축주의 남다른 인테리어 감각이 엿보인다. ▶ 계단 하단부는 다양한 물건을 넣어둘 수 있는 수납공간으로 활용하였다.
▲ 파란 벽지가 포인트가 된 침실. 2층의 각방에는 독립된 삼각형의 베란다를 가진다.
송선화 건축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와 건축도시대학원을 졸업하고 범건축, 알바트로스플러스 등에서 근무하였다. 2007년 사무소를 개소하여 주택·업무시설·상업시설 등의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고, 수원시 공공건축가, 성남시/용인시 경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031-781-6545, www.spacemg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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