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속 산책로가 숨겨진 하늘문집(Skyhole)
본문
평범한 사각형 건물 사이로 작은 마당이 이어진다. 매일 변화하는 자연에 둘러싸여 가족은 오늘도 푸른빛 풍경을 마주한다.
정면과 닮은 주택의 후면부 / 앞마당에서 바라본 모습. 집 중앙을 가로지르는 밸리정원과 실내 계단이 인상적이다. SECTION ①앞마당 ②현관 ③창고 ④가족실 ⑤거실 ⑥주방 ⑦욕실 ⑧침실 ⑨밸리가든 ⑩뒷마당 ⑪테라스 ⑫드레스룸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 그곳에 조성된 주택단지에 부모님과 젊은 부부 그리고 어린아이가 같이 살기 위한 집이 지어졌다. 50평 남짓의 아담한 이층집에 1층은 부모님 침실과 공용 공간, 2층에 자녀의 가족을 위한 침실 2개가 있다. 부모님이 아이의 육아를 도와주고, 젊은 부부는 도시로 출퇴근하며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살피는 가족 3代의 꿈이 담겨 있다. 같이 산다는 부담보다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세대별 공간의 독립성은 부여하되,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집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1층 거실과 같은 동선상에 놓인 주방1, 2층을 연결하는 곡선형 계단일단 가족 모두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서 설계 초기부터 거주하는 공간에 기도의 공간, 또는 신성한 공간을 함께 두고 싶어했다. 특히 성경의 일화 중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지붕에 구멍을 내어 내려오는 병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일화는 방송사 기자로 일하다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죽을 뻔했으나 지붕으로 떨어져 운 좋게 살았다는 젊은 남편의 개인적 경험과 겹쳐져, 이 집을 디자인하는 정신적 모티브가 되었다.
하늘과 마주하는 지붕이나 천창은 초월적 존재와 사람이 만나는 접촉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주택의 일상적 기능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무한한 공간으로 연결된 집, ‘하늘로 난 문’을 가진 집을 상상했다.
CONCEPT DIAGRAM & CIRCULATION집 안 곳곳의 큰 창들을 통해 내부에는 언제나 밝은 빛이 스민다.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 대지면적 ▶ 472㎡(142.78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건축면적 ▶ 93.61㎡(28.31평) | 연면적 ▶ 160.05㎡(48.41평) | 건폐율 ▶ 19.83% | 용적률 ▶ 33.91% |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6.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벽), 무근콘크리트(지붕) | 단열재 ▶ 벽 – 비드법보온판 가등급 2종 150mm / 바닥 – 압출법 가등급 특호 80mm / 지붕 – 압출법 가등급 특호 220mm | 외부마감재 ▶ THK7 지정타일 | 창호재 ▶ KCC PVC 시스템창호 THK31 로이삼중유리, THK24 복층비강화곡유리 알루미늄 커튼월(신양금속공업 제작) | 에너지원 ▶ LPG | 조경석 ▶ THK20 포천석 디딤석
조경 ▶ 건축주 직영 | 전기·기계·설비 ▶ pcm | 구조설계(내진) ▶ 터구조 | 시공 ▶ 무원건설 | 설계 ▶ AND(에이엔디)
2층 가족실에서는 외부 경사로가 한눈에 들어온다.모든 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듯 내외부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자연스럽게 공간은 확장성을 가진다.PLAN ①앞마당 ②현관 ③창고 ④가족실 ⑤거실 ⑥주방 ⑦욕실 ⑧침실 ⑨밸리가든 ⑩뒷마당 ⑪테라스 ⑫드레스룸 2층에서 내려다본 밸리 정원
천창으로 빛을 드리우는 방식은 역사적으로 판테온과 같은 종교적 건축물에 많이 쓰여 왔다. 천창은 중심 공간에서 태양 빛과 날씨의 변화를 온종일 지속적으로 내부에 전달하여 우주적 스케일이 내부에 현현(玄玄)하는 신성한 상징적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건축적 산책로는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Villa Savoye)에 잘 표현된 것처럼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경험되는 감각의 공간이다. 이 두 개의 건축적 요소를 결합하여 제3의 공간을 구축하고자 했다. 시간에 따른 하늘의 움직임과 결합하여 사람의 신체적 움직임에 의해 경험되는 공간은 거주자의 정신적이면서, 동시에 신체적인 주거의 조건을 제공할 것이다.
집의 중심부에는 지붕이 뚫리며 2층의 테라스와 1층 앞마당으로 연결되는 구부러진 경사로가 있다. 이 상징적인 외부 경사로와 쌍을 이뤄 실내의 1,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이 마치 이중나선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그리고 경사로와 계단 주변에는 두 개 층 높이의 공허부가 둘러싼다. 외부 경사로는 실내 공간 어디에서나 조망되는 입체적 정원으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집의 계단을 오르내리는 과정은 단지 동선을 넘어 세대 간의 만남과 정신적 교감을 활성화 및 상징화하는 중심 공간이 된다.
앞마당과 이어진 경사로는 가족만의 입체적 정원이 되어준다.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 바닥 – 포세린 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 ▶ GND
조명 ▶ 조명나라, 아트라이팅 | 계단재·난간 ▶ 디딤판 – PL 12T 위 흰색 도장 / 난간 – 지름 30 환봉 위 흰색 도장 | 방문 ▶ 제작 | 붙박이장 ▶ GND 제작
2층 부부의 침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언제든 1층 공간과 소통할 수 있다.
이른 새벽, 집 중앙 두 개 층 높이의 공허부로 빛이 드리운다. 기도와 명상은 하루를 시작하는 가족의 의식이다.
1층에 모여 식사를 하고 부모님께 아이를 맡긴 후 젊은 부부는 일터로 향한다. 1층의 침실 하나와 2층 두 개의 침실이 투명하게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실내는 하나의 큰 공간으로 묶일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커튼으로 분리가 되는 가변적인 구조이다. 따라서 1층에 있는 부모가 2층 방에서 노는 아이의 모습을 쉽게 관리할 수 있다.
2층의 아이 방과 부부의 방은 원형의 수직 공간을 중앙에 두고 마주한다. 외부의 경사로와 내부의 계단은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며, 마당과 내부, 테라스, 뒷마당의 숲으로 연결되는 다양한 동선을 구성한다.
작고 단순한 집이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의 모습은 이 집의 중심으로 스며들며 전체로 퍼진다. 일상은 반복되어도 집의 표정은 매일 새롭다. <글 : 정의엽>
건축가_ 정의엽 [에이엔디(AND)]
현대의 문화·기술적 변화가 잉태하고 있는 새로운 거주 환경을 구축하고자 한다. 한국적 건축의 특이성을 번식(Breeding)하고, 건축성능(Performance)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1년 한국건축가협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건축 BEST 7’, 2017년 ‘아메리칸건축상(AAP)’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 한일현대건축교류전 ‘같은집 다른집’,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070-8771-9668|www.a-n-d.kr
취재_ 김연정 | 사진_ 신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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