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땅에 지어진 5층 집, 세로로(SERORO)
본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했던 조그마한 땅에 5층 집을 쌓아 올린, 건축가 남편의 용감한 도전기. ‘새로’ 지어 ‘세로’로 사는 부부의 집을 만났다.
대지면적 > 33.7㎡(10.19평)
건축면적 > 20.1㎡(6.08평)
가족 구성원 > 부부
“돈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가장 컸어요. 아파트 대출금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최소한 우리가 원하는 삶은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차라리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작은’ 집을 지어 살아보자고 의기투합한 최민욱, 정아영 씨 부부는 땅을 찾기 위해 서울 곳곳을 다니다 지금의 집터를 만났다. 미관상 보기 나쁠뿐더러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던 곳. 그러다 보니 동네 주민들은 구옥 철거를 내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덕분에 큰 민원 없이 10개월의 긴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부부가 처음 대지를 방문했던 당시 그 자리에는 지붕이 내려앉은 폐가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된 상태라 동네에서도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그런 땅도 임자가 있는 법. 누구도 관심 없던 10평 땅은 부부가 정했던 조건(위치, 가격, 전망 등)에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정북일조사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용적률과 건폐율 모두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좁은 대지를 감안해 지은 부부의 집은 총 5개의 층으로 이뤄졌다. 1층 필로티 주차장, 2층 서재+화장실, 3층 주방, 4층 침실+화장실, 5층 옷방+욕실로, 실들이 각 층에 하나씩 수직으로 쌓여있는 형태이다.
SITE & SECTION
작업실로 사용하는 2층 내부. 커다란 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맞은편 벽에는 수납장을 짜 책과 소품을 보관할 수 있게 했다. 가운데 문을 열면 화장실이 있다.
실내는 흰색(벽)과 회색(바닥)으로 인테리어하여 건축 공간을 배경처럼 보이게 하고, 큰 창을 통해 마을 풍경을 담아 작은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게 했다. 특히 3층 주방 겸 거실은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마실 때면 마치 경치 좋은 카페에 와있는듯한 착각이 든다고.
“이사 후 창을 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저녁엔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가죠. 집을 짓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하루하루 경험하는 중입니다.”
공사 중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원하던 집을 둘이서 직접 만들어간다는 생각에 그마저도 즐거웠다는 부부. 앞으로 이곳에서 두 사람만의 또 어떤 추억이 쌓일지 궁금해진다.
PLAN & DIAGRAM
도로 쪽으로는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최소한의 창만 내었다. 건축법상 면적 산정에서도 유리한 외단열 공법으로 시공해 1cm가 아쉬운 상황에서 벽체 두께만큼 면적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나무 숲 쪽으로 큰 창을 낸 2층 작업실. 한양도성 옆에 위치하고 있어 경치는 좋았지만, 경관 심의뿐 아니라 별도의 문화재 심의도 받아야 해 설계를 수차례 변경하는 등의 어려움도 겪었다.
대지위치 서울시 종로구 | 건물규모 지상 5층
연면적 66.7m2(20.17평)
건폐율 59.7%(법정 60%) | 용적률 198.1%(법정 200%) | 최고높이 15m
구조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비드법보온판 2종3호(미트하임 숙성 단열재)
외부마감재 스터코플렉스(문라이트 색상) | 창호재 살라만더 PVC 3중유리 시스템창호(에너지등급 1등급)
에너지원 도시가스
전 기·기계·설비 ㈜유성기술단
구조설계(내진) ㈜지원이엔지(전상현)
목공 이대희 | 도장 새롬도장(이정진)
철물 지오디자인(신연식) | 내부마감재 석고보드 2P 위 수성페인트 마감
욕실 및 주방타일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이케아
주방 가구·붙박 이장 ㈜나무젠(오기환) | 조명 이케아, 을지로 동현조명
계단재·난간 목재 위 수성페인트 + 평철난간
현관문 살라만더 현관문 | 방문 우딘숲도어
총공사비 1억9천만원(인테리어 및 가구 포함, 설계비 제외)
시공 ㈜이노건설(노희경, 노경수)
설계 스몰러건축(최민욱) 070-8860-4943 www.smallerarchitects.com + 하다 건축사사무소(이승호, 윤창민)
집이 수직으로 쌓여있는 구조라 동선 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여러 층을 오르내리는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효율적인 동선으로 이동의 불편을 줄였다. 2층과 4층에 화장실이 각각 위치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
주방 겸 거실로 사용하고 있는 3층. 부부가 오랜 시간 머무는 곳인 만큼 필요한 요소만으로 깔끔하게 정돈했다.
협소주택 특성상 가구 반입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해야 했다. 협소주택은 대부분 계단이 많고 그 폭이 좁아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큰 가전을 반입하기 힘든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큰 창호를 통해 사다리 차로 반입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또한, 이 집은 단열이 1순위였기 때문에 끼워 맞출 수 있는 특수 단열재를 시공하여 단열 성능을 높이고 창호도 1등급, 3중 유리창을 사용했다.
❶ 넓은 창
한 층당 겨우 5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다 보니 답답한 느낌을 줄이고자 층마다 큰 창문을 냈다. 남쪽과 서쪽으로 공원과 한양도성의 모습이 담긴다.
❷숨은 수납공간
협소주택 특성상 수납공간을 최대한 계획했다. 계단 하부나 천장 속까지 수납할 곳을 미리 계산했고, 큰 가구들을 설계단계부터 골라 낭비되는 공간을 막았다.
❸풍경 좋은 욕실
대리석 패턴의 타일과 화이트 컬러의 욕조로 꽉 채운 꼭대기 층 욕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반식욕을 하다 보면 마음이 무척 평온해진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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