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레벨에 맞춰 6개 외부 공간을 풀어낸 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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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한강신도시 끝자락 낮은 언덕에 자리 잡은 집 한 채. 꿈을 쌓아 올려 완성한 벽돌집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족을 행복하게 한다.
©류인근
주택 생활은 오성수 씨의 오랜 꿈이었다. 어릴 적 뛰놀던 좁은 골목길, 이웃들과 어울리던 작은 마당. 언젠가 두 아이에게도 이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때문에 신혼 초 아담한 아파트를 제외하곤 집을 사는 것조차 차일피일해온 그였다.
SECTION 1. 주차장 / 2. 작업실 / 3. 작업실 뒷마당 / 4. 안마당 / 5. 포치 / 6. 현관 / 7. 거실 / 8. 주방 및 식당 / 9. 화장실 / 10. 서재 / 11. 주방 뒷마당 / 12. 계단실 / 13. 침실 / 14. 드레스룸 / 15. 욕실 / 16. 가족실 / 17. 테라스 / 18. 잔디마당 / 19. 옥상 테라스 / 20. 다락 주택의 정면. 주차장 쪽 가늘게 보이는 디자인 기둥은 매스가 떠 있는 느낌을 강조해준다 잔디마당에서 바라본 건물. 작은 신전과 같은 분위기가 신비롭다.
늘 바랐지만, 집짓기의 시작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네 식구에게 적당한 땅을 찾는 것도, 아이들의 통학과 교육 문제 등으로 반대하는 아내를 설득하는 것도 그가 떠안은 숙제였다. 그러다 한참 만에 한 대지와 마주했다.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아내가 걱정하던 부분까지 말끔히 해결해준 고마운 곳이었다. 이후 지인의 소개를 받아 건축가를 만났고 지난해 11월, 그토록 고대하던 내 집을 완성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김포시 │ 대지면적 ▶ 446㎡(134.91평)
건물규모 ▶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
건축면적 ▶ 88.65㎡(26.81평) │ 연면적 ▶ 200.36㎡(60.61평)
건폐율 ▶ 19.88% │ 용적률 ▶ 36.57%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9.39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2종1호
외부마감재 ▶ 외벽 저층부 – 콘크리트벽돌(두라스택 S390 베이직그레이) / 외벽 상층부, 지붕 – 점토벽돌(삼한C1 고토미S)
담장재 ▶ 노출콘크리트, 스틸파이프 │ 창호재 ▶ 이건 알루미늄창호 (투명로이 3중유리)
전기·기계·설비 ▶ 정연엔지니어링 │ 토목 ▶ 한터이엔씨
구조설계(내진) ▶ 용우엔지니어링 │ 시공 ▶ 건축주(오성수) + 티에스건설(유원상)
설계·조경 ▶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지금은 4층까지로 변경되었는데, 설계 당시 2층 이하 층수 및 건폐율 제한으로 원했던 바를 모두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밖으로는 그리 화려하지 않아도 되니 내실 있는 집을 만들어 달라 부탁드렸죠.”
설계는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에서 맡았다. 신현보 소장은 “가족이 요구사항과 제약적인 부분을 신중히 검토하고 적극적인 외부 공간을 계획함으로써 법규로 인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노출 천장으로 단순하게 마감한 거실. 큰 창을 통해 바깥의 마당과 하나의 공간이 된다. 상부장 없이 깔끔한 주방 SPACE POINT
20% 내부, 80% 외부 공간
수도권 외곽 민간개발 교외 주택지는 주로 임야를 개발해 조성된다. 원활한 분양과 적절한 가격 형성을 위해 보통 100~200평 사이 규모로 분할한다. 이런 필지들은 법적으로 보전관리지역이나 녹지지역인 경우가 많아 대개 20% 건폐율 제한을 받는다. 즉, 대지의 크기를 따져보면 20~40평 정도의 건축면적을 갖게 되는 셈이다. 얼핏 생각하면 별로 좁지 않을 것 같지만,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에서 꿈꾸는 개방감과 자연과의 교류, 특별한 취미실, 창고 등을 고려했을 땐 상상 이상 높은 밀도의 공간일 수밖에 없다. 이 집 역시 밀도 높은 20% 내부 공간과 남겨진 80%의 외부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건물을 놓고 외부 공간을 여러 개로 나눠, 배치하고 남는 공간이 아닌 의도적 분할로 각각 고유한 성격을 갖게 했다. 제일 아래 진입공간부터 가장 위쪽 옥상정원까지, 서로 다른 크기와 둘러싸임, 위계를 가진 6개의 외부 공간이 만들어졌다.
1. 진입마당 넓은 폭의 계단과 벽과 같은 느낌의 대문이 있는 담장, 상부에 떠 있는 매스에 의해 완성된 진입마당. 대문을 밀고 들어가면 계단을 따라 현관 앞 포치까지 이어진다.
2. 안마당 진입 계단, 인접 대지, 잔디 마당과 단차를 이루면서 주 생활공간인 거실 및 주방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주 외장재를 연장해 벽돌 포장한 바닥은 다양한 야외 활동을 가능케 한다.
3. 잔디마당 안마당의 벽돌 포장과 대비되는 잔디와 나무, 펜스로 마감했다. 2층 가족실과 기단 위 테라스를 통해 이어지도록 하고, 이는 건물과 외부 사이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4. 주방 뒷마당 대지의 북측에 위치한 주방과 맞닿은 1층 뒷마당은 보조주방으로 기능하면서 잔디마당에서 출입할 수 있는 지름길로도 사용된다.
5. 작업실 뒷마당 작업실과 연계된 지하 뒷마당은 실외기, 가스, 정화조 등 각종 설비 장치가 모이고 시작되는 곳이자 작업실의 채광과 환기를 함께 담당한다.
6. 옥상 테라스 다락에서 이어지는, 유일하게 집 안에서 접근하는 외부 공간이다. 건물을 둘러싼 외부 공간과 달리 동선의 끝자락에서 온전한 휴식의 장소가 된다.
외장재는 건축가와의 긴 논의 끝에 지층은 노출콘크리트면과 시멘트벽돌을, 1층부터 지붕까지는 붉은 점토벽돌을 택했다. 무표정한 느낌의 진입층과는 대조적으로, 주생활공간인 상부는 밝고 경쾌한 느낌과 진중한 무게감을 동시에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붉은 벽돌의 묵직한 건물은 대지 가운데 떠 있는 듯한 형상을 띠게 되었다. ‘비행선’을 뜻하는 집의 이름 ‘제플린(Zeppelin)’도 무거운 건물의 덩어리가 긴장감 있게 들린 모습에서 따온 것이다.
PLAN 1. 주차장 / 2. 작업실 / 3. 작업실 뒷마당 / 4. 안마당 / 5. 포치 / 6. 현관 / 7. 거실 / 8. 주방 및 식당 / 9. 화장실 / 10. 서재 / 11. 주방 뒷마당 / 12. 계단실 / 13. 침실 / 14. 드레스룸 / 15. 욕실 / 16. 가족실 / 17. 테라스 / 18. 잔디마당 / 19. 옥상 테라스 / 20. 다락 2층의 복도는 폭을 넓혀 가족실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우측에는 아이들의 방과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을 나란히 배치했다. ©류인근 다락은 2층의 가족실과 시각적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옥상 테라스와도 연결된다. ©류인근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페인트(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 – 포세린 타일(한브라벳 수입타일), 원목마루(삼익산업 Parky Lounge)
욕실 및 주방 타일 ▶ 포세린 타일(한브라벳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제작(bins70)
조명 ▶ 모던라이팅 | 계단재·난간 ▶ 원목마루(삼익산업 Parky Lounge) 합판 제작 난간
현관문 ▶ 금만기업 베네판도어 | 방문 ▶ 제작 도어(벤자민무어 페인트 도장)
마당 벽돌 포장 ▶ 점토벽돌(삼한C1 유럽수퍼토담)
내부는 마감재로 공유 공간과 사적 공간을 철저히 구분했다. 거실과 주방, 서재가 자리한 1층은 노출콘크리트 천장에 이를 또렷이 반사하는 유광 포세린 타일 바닥, 백색 벽체로 마감해 가족의 온기로 따뜻함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하고, 침실과 가족실이 있는 2층은 짙은 원목마루를 놓아 여유와 차분함이 그대로 밴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눈이 내려도, 비가 와도, 햇살에 눈 부셔도 좋은 마당의 풍경. 지극히 당연했던 창밖 모습도 이곳에선 괜스레 달리 보인다. 그저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빠의 꿈, 주택 생활이 이젠 가족 모두가 함께 누리는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건축가_ 신현보, 류인근, 김도란 [디자인밴드요앞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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