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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부부의 협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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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 전원속의 내집​

바닥면적 8.5평 남짓. 좁은 골목에 숨은 집은 작지만 결코 답답하지 않다. 수직으로 시원하게 열린 공간이 빛과 바람을 깊숙이 받아들인다.

 

 


 

막다른 골목 안, 고개를 빼꼼 내민 3층 협소주택  ⓒ이한울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두어 게임 콘셉트 아티스트인 남편 김두찬 씨가 사무실로 쓰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은 그가 직접 그린 것이다.

 

 

집을 짓겠다고 마음먹은 김두찬, 한혜숙 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땅을 찾아 나섰다. 오랫동안 살아온 마포구를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집 지을 땅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거의 매일 퇴근 후 부지런히 부동산을 다녔고, 경매 매물도 주의 깊게 지켜봤다. 두 사람은 “새로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조건에 딱 맞는 대지를 만나기도 힘들었지만, 이 모든 준비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다”고 회상한다. 이때만 해도 얼마나 더 어마어마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 모르고.

 



SECTION

 

①사무실 ②홀 ③보일러실 ④수납 공간 ⑤거실 ⑥주방 ⑦침실 ⑧드레스룸 ⑨화장실 ⑩옥상 마당

 

 

마침내 인연이 닿은 곳은 다세대주택이 밀집해있는 신공덕동 골목 안, 오래된 단층집이 있는 땅. 막다른 길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 지도를 보고도 찾기 어려웠다. 주변이 2~4층 건물로 둘러싸여 공사여건도 좋지 않았고, 과연 집을 지을 수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아는 것만큼 좋은 집짓기 재료도 없는 법. 특히나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협소주택에선 더더욱 그렇다.

 



주차장 없이 만든 주택의 외관. 저녁이면 골목을 환하게 밝힌다.

 

현관은 사무실 출입구와 분리하여 안쪽에 배치했다.

 

 

열정적인 부부는 대화하며 서로 원하는 집의 조건을 명확히 정리하고,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할 만큼 협소주택 건축에 관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설계를 맡은 가도건축사사무소 김성철 소장은 “부부가 그리는 집의 조건이 명확했기에 방향을 잡아 나가기 한결 수월했다”고 전한다.

집짓기에 앞서 가장 큰 고민은 ‘주차장 없이 원하는 규모의 집을 짓는 것’이었다. 뚜벅이 생활이 익숙한 부부는 앞으로도 차를 구입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 다음으로,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같은 공간에 있는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작은 집이지만 사적 공간인 화장실을 각 층에 따로 두는 것도 중요했다.

“거실과 주방을 중심으로 모든 층이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인접 건물로부터 건축주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원활한 채광과 환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복도를 따라 자작나무 합판으로 벽처럼 마감된 수납공간과 보일러실을 지나 2층으로 연결된다.

 

1층에는 추후 임대를 고려해 독립된 창고와 화장실을 두었다. 가장 오른쪽 문을 통해 주거공간과도 바로 이어진다.

 

2층 거실에서 바라본 계단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마포구 | 대지면적 ▶ 57.81㎡(17.49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28.61㎡(8.65평) | 연면적 ▶ 77.77㎡(23.53평) 
건폐율 ▶ 49.49% | 용적률 ▶ 134.53% | 최고높이 ▶ 11.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 철근콘크리트, 지붕 : 무근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40mm 
외부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벽돌 타일, 아연도 컬러강판 
담장재 ▶ 두라스택 큐블록 
창호재 ▶ 알루미늄 단열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전기·기계 ▶ ㈜하이텍 엔지니어링 
설계 ▶ 가도건축사사무소 02-333-6836 www.gadoarchitecture.com
시공 ▶ 건축주 직영 
총공사비 ▶ 1억8천만원(설계비 제외)



계단참에서 바라본 거실 천장. 방 하나를 포기한 덕분에 작지만 결코 답답하지 않은 집이 되었다.

 

 

대지에서 최대한 확보 가능한 건축면적으로 2개 층의 주거공간을 구성할 경우, 50㎡를 넘게 되어 법적으로 주차장을 반드시 설치해야 했다. 이는 넘치는 면적만큼 거실 천장을 오픈해,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 해결했다. 그렇지 않아도 주거 면적이 넉넉지 않은 상황인데, 방을 더 만들기보다 수직적으로 공간을 확장하기로 한 건 과감한 선택이었다.

2017년 3월 첫 건축 미팅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드디어 완공된 주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좁은 골목이라 공사차량이 들어올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이웃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짓기를 마칠 수 있었다. 주택은 총 3개 층으로,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 공간을 두어 게임 콘셉트 아티스트인 남편 두찬 씨가 사무실로 쓰고 있다. 독립된 출입구와 화장실, 창고를 두어 나중에 임대공간으로 활용하게 되더라도 2~3층 주거공간과 완전히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 2층에는 주생활 공간인 거실과 주방이, 3층에는 작은 드레스룸이 딸린 침실이 자리한다. 어떻게 꾸밀지 행복한 고민이 한창인 옥상은 가족의 작은 마당이 되어줄 휴식처다.

 

주방 옆 거실 벽면에는 책장을 가득 채웠다. 집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전시 공간이기도 하다.

 

부부의 특별한 요청으로 층마다 둔 화장실. 각자 자신의 화장실을 정해 타일과 도기, 가구 등을 직접 고르고 꾸몄다.

 

 

집 안을 유기적인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주는 건 3층 천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계단실과 높이 8m에 이르는 거실의 오픈 천장이다. 2층에서 옥상까지 연결된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수직으로 열린 공간 너머로 집의 다양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침실의 미서기 창을 열면 맞은편 창문 너머 바깥 조망이 담기고, 아래층에 있는 식구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창의 위치와 자작나무 합판으로 마감한 계단실 벽. 옆집의 외부계단과 대응한 위치에 계단실을 배치했는데, 외벽에 낸 창은 채광을 확보하고 계단실 벽이 두 집 모두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가려준다. 이 벽은 남쪽에서 강하게 들어오는 직사광선을 산란시켜 집 안에 부드러운 빛을 드리우는 역할도 한다고.

 



PLAN

 

①사무실 ②홀 ③보일러실 ④수납 공간 ⑤거실 ⑥주방 ⑦침실 ⑧드레스룸 ⑨화장실 ⑩옥상 마당

 

Architecture's SAY / 가도건축사사무소 김성철 소장

한정된 예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싼 땅을 찾다 보면 작고 불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저렴한 금액에 땅을 사고 보니 막상 건축행위가 불가능하거나 생각했던 규모의 집을 지을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사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골목에 있다면 공법 선택에 제약이 생기거나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협소주택을 계획할 때는 꼭 토지 매입 전부터 건축 전문가와 상담하기를 권한다.



시원하게 오픈한 거실 천장은 각 층을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다. 3층 침실 창을 열면 맞은편 가로창 너머 풍경이 보이고 2층과도 바로 소통할 수 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자작나무 합판 / 바닥 - 동화 자연마루 강마루, 포세린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을지로 인터바스 |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가구 ▶ 이케아 | 조명 ▶ 이케아, 비츠조명 
계단재·난간 ▶ 라디에타 파인 계단판 + 평철난간, 봉난간 
붙박이장·방문 ▶ 자작나무 합판 제작



 

옥상 마당에 오르면 펼쳐지는 도심 풍경. 높은 빌딩과 오래된 주택가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한울

 

 

집을 설계하는 동안, 부부에게는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좌충우돌했지만, 내 집을 짓는 일만큼 즐겁고 설레는 일은 또 없을 것 같다는 두 사람. 선물처럼 태어난 아이와 함께, 가족은 빛과 바람이 구석구석 스미는 새 보금자리에서 한층 풍성해진 일상을 일구어간다.

 

 

3층 침실 공간에는 콤팩트한 드레스룸을 두고, 꼭 필요한 가구만 간소하게 구성했다.

 

 

계단실의 자작나무 합판 벽은 옆집의 시선이 주생활 공간에 닿지 않도록 차단해준다.

 

취재 _ 조고은  |  사진 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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