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삶이 시작되는 집
본문
밝고 모던한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오렌지빛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퍼즐처럼 서로 다른 내부 구성에서는 건축가의 고민이 전해진다.
경사지붕과 평지붕, 솔리드와 보이드, 무채색과 비비드 컬러가 균형을 이루는 외관
손잡이가 없는 붙박이장 가구를 TV와 함께 짜넣었다. 벽면과 같은 깨끗한 수납 구성이 돋보인다.
20년간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건축을 가르친 문선욱 교수. 다년간의 실무 경험, 건축·장식미술·도시 설계 등의 전공 학위, 각종 심의위원회 위원 등의 경력이 있지만, 그녀 역시 오랜 기간 남이 지은, 비슷하게 생긴 모양과 평면의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본인은 충남 홍성에 있는 학교로 출강하고, 남편은 출장이 잦았다.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이 학교 근처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집의 의미가 서서히 달라짐을 체감했고,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본인의 집을 짓기로 결심한 문 교수는 10년 넘게 살아온 생활 근거지인 파주 내 택지지구에 땅을 샀다.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때가 많지 않아 큰 집 대신 노후대책을 겸해 다가구주택으로 방향을 잡았다. 교육자로서 이왕이면 보통의 임차인도 시중에 공급되는 판에 박힌 유형의 집이 아닌 개성 있는 공간을 경험케 하고자 한 바람도 있었다.
SECTION
①주차장 ②현관 ③주방 ④거실 ⑤방 ⑥파우더룸 ⑦욕실 ⑧다락 ⑨옥상 정원
대지는 선형 완충녹지에 인접해 환경과 조망에 유리하다. 도로 건너편으로는 학교가 있어 안전한 한편, 새로이 큰 건물이 들어설 염려가 적고 가족이 주로 머무는 밤이나 주말에는 인적이 드물어 프라이버시를 보장한다.
매스는 배면의 경사지 지형을 살려 절토와 성토를 최소화하고 각 실을 스킵플로어로 배치했다. 덕분에 3층에 있는 집도 2층을 오르듯 가뿐하게 진입한다. 제한된 조건 안에서 모든 집이 빛과 바람이 원활하도록,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평면은 모두 다르게 구성했다.
구조나 단열, 방수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창호를 비롯한 내·외장재는 가성비를 1원칙으로 삼아 전 세대에 동일하게 적용했다. 대신 색채에 주목해 전체 외관은 아이보리색이 감도는 미장으로 마감하고, 집의 얼굴이 되는 안쪽 스킨에 오렌지색을 칠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화이트톤을 주조로 하고, 짙은 빨간색을 칠한 주방 벽면, 청록색의 소파 등으로 컬러 포인트를 주었다.
가족이 가장 자주 모이는 다이닝 공간. 아일랜드가 널찍해 주방 일을 도와주는 사람도 마주보며 동선의 꼬임 없이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위, 아래 사진)주방 뒤편으로 계단을 오르면 마주하는 옥상 테라스. 주방과 가까워 야외에서 치르는 손님 맞이에 용이한 동선이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파주시 | 대지면적 ▶ 267.1㎡(80.79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 다락
건축면적 ▶ 157.41㎡(47.61평) | 연면적 ▶ 331.35㎡(100.23평)
건폐율 ▶ 58.93% | 용적률 ▶ 124.05%
주차대수 ▶ 6대 | 최고높이 ▶ 12.8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벽, 지붕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 2종3호 120mm(외단열) + 내단열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플렉스 / 지붕 – 컬러강판 | 담장재 ▶ 구조목 담장
창호재 ▶ 예림 PVC 이중창호(에너지등급 2등급) | 에너지원 ▶ 도시가스, 태양광
전기·기계 ▶ ㈜지엠엔지니어링
구조설계 ▶ ㈜퀀텀엔지니어링
설계 ▶ 문선욱(청운대학교), 건축사사무소 FM스페이스
시공 ▶ ㈜칸하우스
총공사비 ▶ 7.5억원 (인테리어, 조경 및 토목공사비 포함, 설계비 및 감리비 제외)
POINT
POINT 1 - 전면부 보이드와 색채 사용
계단실의 채광을 위해 전면부에 보이드를 내고 안쪽엔 채도가 높은 오렌지색으로 마감해 생기 있는 주택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POINT 2 - 내외부 넘나드는 순환 동선
주방에서 시작되어 두 개층의 테라스를 건너 다락까지 연결되는 순환 동선은 실용적인 동선 활용도를 선사하는 동시에 공간 활용에 재미를 준다.
DIAGRAM
실내의 불빛이 은은하게 새어나오는 주택의 야경
완충 녹지에 면해 있어 택지지구 내 다른 주택에 비해 프라이버시와 환경적인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시공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깐깐하게 시공팀을 대하기보다 비위를 맞추고, 돈을 제때 안 주면 재료를 누락할까봐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등 선의를 보였지만 돌아온 건 날림 공사와 어긋난 일정이었다. 심지어 계단 높이가 달라도 그냥 넘어가자고 할 정도였다. 결국 처음의 시공사와 타절을 하고 새 시공자를 섭외해 상당 부분을 걷어낸 후 다시 작업해야 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뼈아프게 경험하며 우여곡절 끝에 집을 짓고 난 후 건축가로서도 새로이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는 문선욱 교수. “이사를 오고 난 후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둘째 딸과 “보기 드문 공간 구조라 집에 빨리 오고 싶다”며 만족하는 임대세대의 응원 덕분에 그래도 집짓기 잘했다고 소감을 전한다.
이 집을 통해 가족과 임대 세대 모두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소풍채(소망이 풍성한 집)’라 이름을 붙였다.
PLAN
①주차장 ②현관 ③주방 ④거실 ⑤방 ⑥파우더룸 ⑦욕실 ⑧다락 ⑨옥상 정원
문선욱 교수의 아늑한 서재 공간
가중평균 높이를 맞추기 위해 천장이 낮아지는 다락 공간을 세탁실로 요긴하게 쓴다.
박공지붕선이 드러나는 둘째 딸의 방. 마찬가지로 천장이 낮은 부분에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 공간을 확보했다.
손님용과 가족용으로 화장실을 구분하고, 통로 공간을 파우더룸으로 활용한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신한 실크벽지 / 바닥 – 스타 강마루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주방가구·붙박이장 ▶ 파주 운정 SM싱크
조명 ▶ 파주 운정 더케이조명
계단재·난간 ▶ 평철난간
현관문 ▶ 자체 제작(공용 현관), 금강도어(세대 현관)
중문 ·방문 ▶ 예림 도어 + 필름지 부착
주방과 거실을 단차로 구분한 임대세대 101호 내부. 거실의 층고가 높아 특히 인기가 좋았던 세대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층으로 분리한 201호. 계단 하부 공간을 창고로 쓸 수 있다.
건축가 문선욱 _ 청운대학교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장식미술과에서 환경디자인 전공 미술학석사를,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설계 공학박사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패시브디자이너로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주거공간과 환경색채디자인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국토부 국토정책위원회,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누구나 완성도 높은 디자인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건축사사무소 FM스페이스에서 디자인 실무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031-947-2947|fmspace@naver.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