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목구조 협소주택, 정릉동 책_놀이집
본문
과감한 청록색 외관과 비정형 창문에 놀라긴 이르다. 실내로 들어서는 순간, 작은 집에 꽂힌 수많은 책과 장쾌한 실내 구조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가르치는 건축주는 건축가를 만나자마자 책이 많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해외 단독주택에서 13년 정도 살다가 2005년 귀국했고,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아파트에서 다시 13년을 아내, 아들, 딸과 살다 보니 다시 단독주택 생활이 그리워지던 터. 거주하던 동네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 건축가와 함께 인근을 돌아봤고, 면적은 크지 않아도 필지가 반듯한 지금의 땅을 만났다.
현관문을 열고 나서 15분 걸으면 도착하는 북한산 입구, 매일 산책해도 지겹지 않은 정릉천, 옛 정취가 그윽하게 남은 시장과 천변의 풍경 등 동네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문제는 작은 땅에 네 식구와 많은 양의 책을 수용할 집을 짓는 것이었다.
집의 중심 공간인 2층 가족실. 한쪽 벽면을 채운 가족서가는 구조목으로 제작해 많은 책의 무게도 끄떡없다.1층은 콘크리트조, 2, 3층은 목조주택임을 서로 다른 외장재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서울시 성북구
대지면적 ▶ 83.29㎡(25.19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 다락
건축면적 ▶ 48.98㎡(14.81평) │ 연면적 ▶ 122.71㎡(37.11평)
건폐율 ▶ 58.81% │ 용적률 ▶ 147.33%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9.77m
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1층) + 중목구조(2, 3층)
단열재 ▶ 기초 및 1층 배면 – 압출법보온판 / 1층 외벽 - 비드법보온판 / 2,3층 외벽 및 지붕 – 그라스울
외부마감재 ▶ 벽 - 파렉스 외단열 미장 마감, 벽돌타일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이노틱 PVC 시스템창호 + THK24 로이복층유리, VELUX GPL+ THK24 로이복층유리, 이건 AL 창호 + THK24 로이복층유리, THK27.76 접합로이복층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 전기 ▶ 거산ENG 김기표
기계·설비 ▶ 유영설비기술연구소 김성률
구조설계(내진) ▶ ㈜허브구조 김형만 구조기술사
설계 ▶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시공 ▶ ㈜수피아건축
직장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처음 찾은 건축가는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이재혁 소장이었고, 그는 서류에 이름을 남긴 마지막 건축가가 되었다. 그 역시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을 협소주택으로 짓고, 집에는 계단실을 수직으로 가로지르는 서가가 있다(본지 2017년 5월호). 운명이라고 해도 좋을 첫 만남에 설계가 시작되었다.
땅은 남북방향으로 1.8m 높이의 경사를 가지고 있는 좁은 골목 사이에 위치한다. 건축가는 이웃에게 피해를 덜 주기 위해 목구조를 이용한 빠른 공사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공장에서 재단한 프리컷 (Precut) 부재를 현장 조립만 하면 되는 중목구조 방식이 집의 메인 구조로 결정되었다. 건축주 역시 해외에서 목조주택에 거주한 경험이 있던 바였다.
둘째 아이의 3층 방에 낸 창과 연결돼 재미를 더한다. 1층과 2층 사이의 현관부 계단실. 보일러, 전기분배기를 포함한 각종 수납 공간은 현관 주변 벽을 활용했다. / 집 안 어디에서도 보이는 가족 서가
그러나 이미 장성한 자녀와 부부가 쓰기에는 면적이 충분하지 않았다. 취직한 큰아이가 출가를 한다면, 여기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도 마련해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1층은 철근콘크리트조의 별도 세대로 꾸미고, 2층과 3층, 다락은 중목구조로 지어 남은 세 식구가 거주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주택으로 방향이 잡혀 나갔다.
평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고, 가족이 함께 카페 투어도 다닐 만큼 오붓한 터라 2층은 과감하게 한층 전체를 주방 겸 거실로 계획했다. TV와 소파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거실 대신 가족서가(家族書架)와 큰 테이블이 있는 구성으로 완성되었는데, 이 공간이 생기고 나니 함께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은 물론 질도 높아졌다고 건축주는 전한다.
대지의 경사가 있어 2층 주방에서 바로 실외로 연결된다.첫째가 혼자 쓰는 1층 원룸. 추후 신혼집으로 쓰기 위해 동선과 층을 구분했다.
외관은 주변 건물로부터의 시선을 고려했을 때 남쪽에 크게 창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계단실이 있는 동쪽과 공적영역에 속하는 남서쪽 모서리에 임팩트 있게 계획되었다. 힘이 흐르는 방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중목구조의 역동적인 선을 따라 창의 프레임을 겹쳐 시공한 것. 이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스펙터클한 경관을 만들며 집의 아이덴티티가 되어 준다.
집의 또 다른 중심 공간인 서가 역시 남서쪽의 창과 함께 저층에서 다락까지 이어져 모든 공간을 하나로 엮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계단실의 오목한 알코브는 아늑한 독서 공간으로 꾸며져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3F – 33.1㎡ / ATTIC – 11.72㎡1F – 48.64㎡ / 2F – 40.97㎡PLAN ①현관 ②거실 겸 주방 ③화장실 ④방 ⑤계단실 ⑥드레스룸 ⑦다락 ⑧원룸 ⑨데크 ⑩주차장
PROCESS
01(좌) 3D 모델링으로 시뮬레이션_ 평범한 생김새와 구조가 아닌 만큼 사전에 3D 프로그램을 통한 시뮬레이션과 공간감 확인이 필수였다. / 02(우) 집성목 프리컷 가공_ 국내 유일 1.2m폭 집성목 가공이 가능한 업체를 섭외해 프리컷 가공을 진행했다. 꺾인 부분이 많아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03(좌) 1층 콘크리트 위 중목구조_ 경사진 대지 탓에 목구조를 땅에 묻히게 할 수 없어 1층은 콘크리트 구조, 2, 3층은 중목구조를 적용했다. / 04(우) 연결 철물 설치_ 중목구조의 접합부 형태가 특이해 사용한 연결철물이 10여 가지 이상에 달할 정도로 다양했다.
05(좌) 목구조 완료_ 중목이 수직하중을, 경골목이 수평하중을 담당한다. 프리컷 부재를 현장에 들이고 약 3주 만에 골조가 전부 세워진 셈이다. / 06(우) 창호 설치_ 모든 창호는 1등급 PVC 시스템창호를 설치했지만, 최상부는 특수한 각도로 인해 알루미늄 창호로 일부 대체했다.
내부마감재 ▶ 벽,천장 – 벤자민무어 친환경 수성페인트, 적삼목 루버 + 투명 스테인 / 바닥 - 동화자연마루, 폴리싱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세라믹 타일, 무광 자기질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주방 가구 ▶ 우림퍼니처 │ 조명 ▶ 라이마스 팬던트등
계단재·난간 ▶ THK30 애쉬 집성목 + 투명 스테인, 평철 난간
중문 ▶ 빌드매니아 │ 데크재 ▶ THK14 루나우드
건축가_ 이재혁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공간종합 건축사사무소, ㈜케이씨 건축사사무소를 거쳐 ㈜에이디모베 건축사사무소 대표로 재직 중이다.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한국목조건축협회의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17년 우장산공원 힐링센터로 목조건축대전에서 특선을 수상하였다.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이자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명륜동에 자신의 집인 ‘달_놀이집’을 지어 살고 있다. 02-511-5854, www.admobe.co.kr취재_ 조성일 | 사진_ Jung Song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39 www.uujj.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