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ful Ethnic Style Inter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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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오래된 주택가에 있는 31살 단독주택이 새로 태어났다. 마치 섬나라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이국적인 집에서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감각적으로 소화해낸 집주인의 센스를 만나본다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 중문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전용물감을 사용해 직접 그려 넣었다. 7.5㎖ 8색 물감은 4천~5천원이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집주인 오승현 씨는 인테리어에 대한 취향과 스타일이 확고하다. 한국이지만 결코 한국 같지 않은 느낌. 이것이 그녀가 학생 때부터 쭉 가져온 내 집에 대한 콘셉트다.
“아무리 멋진 집이라도 어디에나 있는 집은 매력 없잖아요.”
전세로 살던 첫 신혼집에서 나와 남편이 어렸을 적부터 살던 집에서 두 번째 살림을 꾸렸다. 전에도 단독주택에 살던 부부는 이사할 집을 찾던 중 비어있던 이 집을 2층만 손봐서 들어오기로 했다. 공사를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나고,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체리색 몰딩과 벽, 방문들로 칙칙했던 집은 그녀의 손을 거쳐 도심 속 작은 섬으로 탈바꿈했다. ‘별섬’이라 붙인 이름답게 화이트와 블루의 조화에서 오는 청량함, 그리고 원색의 다양한 컬러감이 마치 휴양지로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결혼 전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었는데, 그중에서도 틈틈이 다닌 인도 배낭여행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죠.”
그래서인지 벽면에 붙인 세라믹 훅이나 쨍한 색감의 종이모빌 등 인도와 네팔 등지를 여행하며 사 모은 소품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에스닉한 패턴의 패브릭과 주방 타일, 모로칸 문양을 단순화해 만든 주방 겸 거실 출입구 등이 타국에 온 듯한 느낌을 한층 더해준다.
▲ 31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예전 모습.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외벽부터 내부 구조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 나무를 깔아 맨발로 활보할 수 있는 베란다. 행잉체어와 캠핑 의자에 앉아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외벽에는 오렌지 컬러를 칠해 산뜻함을 더했다.
▲ 소파와 테이블 모두 중고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얻어온 것으로, 예쁜 패턴의 패브릭을 덮어 연출했다.
◀ 베란다로 통하는 창에는 선명한 컬러감의 커튼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커튼 천은 커튼 집게링을 사용해 취향에 따라 언제든 쉽게 교체할 수 있다. ▶ 외국 게스트하우스 같은 느낌을 주는 침실 입구. 히말라야를 오르며 묵었던 산장의 기억을 떠올리며 디자인했다.
▲◀ 흰색 접시에 파란색 고래를 그려 넣어 액자를 만들었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조개껍데기와 귀여운 동물 장식들이 아기자기하다. ▲▶ 메모와 간단한 물건들을 걸어둘 수 있는 타공판은 사진과 마그넷 장식 등으로 인테리어 효과도 낼 수 있다. 승현 씨는 공장에서 얻어온 타공판을 민트색 페인트로 마감해 책상 앞에 걸었다. 이렇게 하면 시중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들 수 있지만 마감이 날카로우니 주의해야 한다. ▼◀ 블랙 컬러의 에스틱 패턴이 돋보이는 주방 타일. 현관 바닥에도 같은 타일을 깔았다. ▼▶ 작업실 선반에 휴양지에서 가져온 팸플릿과 컬러풀한 프레임의 액자를 두어 생기를 더했다.
승현 씨가 맨 처음 구상했던 콘셉트는 전통적인 색깔이 강한 모로코풍 인테리어(유럽, 아프리카, 중동문화가 교차하는 모로코 지역 특유의 디자인 양식. 화려한 패턴과 문양 등에서 풍기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모로코풍 자재나 소품, 가구 등을 구하기 어려웠고, 간혹 있더라도 지나치게 고가라 에스닉, 보헤미안의 느낌을 주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감각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소품과 가구는 중고품이나 가지고 있던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 과감한 컬러로 힘을 주어 강약을 조절하는 전략을 택했다.
“거실의 패브릭 소파는 중고시장에서 6만원에 구입한 거예요. 거기에 러그를 덤으로 얻었죠(웃음). 쿠션의 패브릭은 길거리에서 5천원에 2장씩 파는 스카프로 연출한 건데, 감쪽같지 않나요?”
부산만 해도 인테리어 자재나 소품 등을 다양하게 구입할 수 있을만한 곳이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그녀가 자주 찾는 곳은 남포동 국제시장 안에 있는 소품 숍 골목. 취향에 맞는 곳들은 수시로 들러 신상품을 체크하고, 지역 중고시장은 물론 길가에 파는 자잘한 소품도 빼놓지 않고 눈여겨본다. 최근에는 해외직구도 자주 이용하는데, 투명한 컬러감이 돋보이는 거실 샹들리에 조명은 받고 보니 소켓 사양이 국내 환경과 맞지 않아 교체했다. 그녀는 남편이 전기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창고에 고이 모셔두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조명, 가전 등과 같이 전기와 관련된 제품은 국내 사용이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요. 특히 외국 쇼핑몰은 제품 설명이나 이미지가 빈약할 때가 많아서 저는 상품평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70% 이상의 확신이 들면 구매하는 편이에요. 외국 사이트에서는 홍보용 상품평이 거의 없어 비교적 믿을 수 있는 내용이 많거든요.”
▲ 이 집에서 유일하게 벽지를 시공한 작업실. 나머지 공간의 벽면에는 핸디코트로 마감하고 페인트를 칠했다. 작업실 한쪽 벽면에는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주었고, 남편이 직접 만든 테이블 위에는 방수처리 된 패브릭을 덮어 물을 엎질러도 걱정 없다.
◀ 벽면에 결혼기념일이 담긴 액자 시안을 프린팅해 붙이고, 커튼 한쪽에 멕시코에서 사온 앵무새 모빌을 달았다. 별모양 종이 조명은 전구를 빼고 장식으로 사용한다. ▶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실 벽면은 액자와 셀프 웨딩 사진을 걸어 장식했다. 밋밋한 벽에 리듬감을 더하는 것은 물론, 추억이 담긴 사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 박공지붕의 큰 천창이 시원스러운 침실. 공사 과정에서 작업자의 실수로 계획보다 창이 훨씬 크게 났지만, 하늘을 감상하기에는 더 좋다. 여름에는 외부에 가림막을 설치해 뜨거운 햇볕을 막는다. ▶ 직접 발로 뛰고 디자인해 컬러풀한 에스닉 인테리어를 완성한 집주인 승현 씨. 이 집을 리모델링한 후 인테리어 작업에 자신감이 생긴 그녀는 현재 홈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블로그 byulsum.com)
승현 씨는 바깥 풍경을 적극적으로 집 안으로 들여 활용했다. 창고로 쓰던 다락을 개조한 침실의 천장에 큰 창을 내었고, 거실과 이어진 베란다 공간에는 데크를 깔고 인도에서 공수해온 행잉체어를 달았다. 특히 집의 맞은편에 패총(조개무덤) 유적지가 있어 베란다에 서면 초록 잔디밭이 마치 내 집 마당인 듯 펼쳐진다. 앞으로 건물이 들어설 일도 없을 테니 그야말로 이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싱그러운 풍경 앞 데크에 걸터앉은 그녀에게 ‘올여름엔 또 어떤 아이디어를 더할까’ 즐거운 고민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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