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 까만 점 하나 BLACK HOUSE
본문
무슨 일이든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고민의 흔적이 결과물 곳곳에 묻어난다. 이 집의 까다로운 조건은 작은 땅과 거주-상업용도의 혼재였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을 통해 도심 속 협소주택의 새로운 해답을 발견해 보자.
취재 정사은 사진 변종석
군포시 금정동, 골목 안 작은 대지에서 오랫동안 미용실을 운영하던 건축주는 기존에 있던 상가주택을 헐고 아들과 부부, 세 가족이 살 작은 집을 짓기로 했다. 27평 남짓한 작은 대지에 건축주가 운영하는 미용실과 주택이 함께 어우러지는 집을 원한 건축주는 1년 남짓 일본 협소주택과 작은 집 관련 서적들을 보면서 원하는 집의 이미지를 그려왔다. 간결한 박스 형태의 외관에 단정한 분위기를 원한 건축주가 이를 실현 시켜줄 건축가 이병익 소장을 찾는 데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다. 건축가와의 첫 미팅에서 건축주가 먼저 꺼내든 것은 직접 그린 평면도였다. 오랜 기간 집에 대해 고민해온 건축주였기에 가용 건축면적과 높이제한 등의 법규에도 해박했다. 고민의 흔적이 잔뜩 묻어나는 이 모눈종이를 지도 삼아 까다로운 조건을 해결하기 위한 건축가와 건축주의 고군분투가 시작됐다.
▲ 검은색 스톤코트로 마감된 주택은 골목 안에서 그 존재감을 발한다.
▲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노란빛이 실내의 따뜻한 온기를 가늠하게 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군포시
대지면적 : 91.4㎡(27.65평)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54.15%
연면적 : 125㎡(37.81평)
주택 : 79.73㎡(24.12평)
미용실 : 45.27㎡(13.69평)
건폐율 : 59.25%
용적률 : 136.76%
주차대수 : 법정 1대 (실제 2대 가능)
최고높이 : 8.35m
공법 : 기초 - MAT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
구조재 : 벽 - 콘크리트 옹벽 지붕 - 콘크리트 슬라브
지붕재 : 평 슬라브(우레탄방수)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지붕 160㎜, 벽체 85㎜ 외벽마감재 스톤코트(흑색) 창호재 18㎜ 복층유리 복창
내벽마감재 : 벽지 바닥재 강마루
설계 : 건축사사무소 이루건축 이병익 010-5289-5734 http://blog.naver.com/eruarchi11
시공 : 포하우스 구민회 02-572-5870 http://4house.co.kr
총공사비 : 1억7천만원(설계비 제외)
남북으로 길쭉한 대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건축면적은 16평 정도. 계단실을 제외하면는 전용면적을 13~14평가량 확보할 수 있었다. 건축가는 1층 미용실, 2~3층 주택이라는 판에 박힌 구분보다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형식으로 층을 나눈다면, 좁은 면적임에도 개방감까지 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1층 미용실의 천장고가 1.5층으로 높아져 영업장의 실내외 개방감이 확보되고, 위층 거실도 1.5층 높이 천장고를 갖게 되어 작은 면적임에도 좁지 않은 실내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20년 지기 미용실 단골을 위한 전용 주차장을 추가로 만들어 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은 1층 일부를 필로티로 만드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묘수는 처음 14평 주거 면적에서 세 가족의 공간을 모두 만들려던 건축주의 초기 아이디어에 약 6평 정도를 추가로 확보해주었다.
▲ 1층은 건축주가 운영하는 미용실로, 넓지 않은 면적임에도 천장고를 높여 답답하지 않다.
▲ 3층 안방에서 내려다 본 현관부와 거실. 천장에 달린 환기팬은 겨울철에도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 평면과 구조가 그대로 프레임이 된다. 현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는 아들 방이, 다섯 계단 오르면 거실과 주방이 펼쳐진다. / ▶ 세 식구가 식사하기에 충분한 크기의 아일랜드 식탁과 콤팩트한 주방
▲ 3층 안방 안쪽에는 드레스룸과 욕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 화이트톤의 간결한 욕실 / ▶ 현관 가림막은 TV를 설치하는 벽이자 현관에서 거실로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INTERIOR SOURCES
벽지 : LG 광폭합지
페인트 : 삼화수성페인트 및 다채무늬도료
몰딩 : 영림몰딩
주방 벽면 마감재 : 수입타일 200×600
욕실 : 타일 동서, 삼현타일, 바닥타일 200×200, 벽체타일 250×400
수전 등 욕실기기 : 계림, 대림도기, 대림수전
조명 : 남광조명
바닥재 : 상가 - 투명 에폭시, 주택 - 이건 강마루
현관문 : 컬라무늬 강판 방화문
방문 : 영림목문
계단재 : 주택 내부 - 미송집성목 디딤판
아트월 : 미송루버
집을 지으며 주변의 우려도 참 많았다. 이웃한 집들이 대부분 4~5층 다세대주택이기에 유독 낮고 작아 보이는 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집보다는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꼭 필요한 공간만 알차게 배치된 실용적인 주택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건축주는 주변의 기우에도 미소로 침묵하며 소신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준비된 예산 범위 내에서 과다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 집을 만드는 원칙이었다. 건축주 역시 잘 짜인 설계와 제대로 된 시공만 있다면 건축 자체가 인테리어가 되리라 판단했기에 별도의 치장은 애초부터 예산 밖이었다. 스킵 플로어를 적용하기 위한 공법으로는 당연히 철근콘크리트구조가 적합했고, 외장재 역시 깔끔한 스톤코트로 마감하기로 했다. 좋은 건축이란 ‘기본에 충실한 건물을 짓는 것’이라는 소신을 가진 설계, 시공, 건축주 삼총사가 만든 집은 감동을 주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제한된 조건에서 집을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우선순위 확립’임을, 그리고 주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는 소신을 갖는 것임을 건축과정 내내 보여준 건축주와 어렵고 난해한 작품보다는 작은 동네를 아름답게 만들어가길 원하는 건축가의 디자인이 합을 맞춘, 우리 시대 과잉 집짓기를 반성케 하는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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