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위해 지은 기와올린 단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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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절 번듯한 집의 표상이었던 기와지붕과 현대의 삶을 반영하는 아파트 평면. 이 둘의 생경한 조합이 만들어낸 정겹고도 개성 넘치는 집 한 채를 만났다.
오랫동안 품어왔던 기와지붕과 처마에 대한 추억을 담아 지은 주택의 전경
철길 건너 들어선 마을 초입, 멀리 주택의 모습이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팔작지붕을 얹은 집은 대지 남쪽으로 논밭이 있고, 북쪽으로는 나무가 무성한 나지막한 언덕을 배경 삼아 점잖게 서 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이 주택은 60대 부부의 집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경북 문경 점촌에 살아온 부부는 짧은 아파트 생활을 마치고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장성한 아들은 그런 부모님의 집을 고향 땅에 지어드리고자 했다. 어릴 적부터 이곳 농촌 마을에 살아온 부부의 마음속에는 처마 있는 기와집에 대한 추억이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둘이 살기에 집의 크기는 30평 정도면 아주 넉넉했고, 그렇게 기와 올린 단층집이 탄생했다. 완성된 집은 숱한 세월을 지나온 두 사람의 삶을 그대로 비춘다.
안으로 들어오면 외관에서 본 모습 그대로 첫 번째 방과 욕실 사이 현관이 자리한다. 책장을 짜 넣은 욕실 벽 옆 통로로 식당, 주방 공간이 이어진다.
흙벽돌로 둥근 담을 높이 둘러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문 욕실
거실에서 2개의 방을 향해 바라본 모습. 높은 박공지붕 아래 다락이 자리한다. 거실에는 남쪽 앞마당을 향해 큰 창을 내어 한식 창호를 달고 툇마루를 오갈 수 있게 했다.
대지위치 ▶ 경상북도 문경시
대지면적 ▶ 513㎡(187.55평)|건축규모 ▶ 지상 1층 + 다락
건축면적 ▶ 99.46㎡(30.09평)|연면적 ▶ 99.46㎡(30.09평)
건폐율 ▶ 19.39%|용적률 ▶ 19.39%
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5.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단열재 ▶ 그라스울(크나우프 에코배트 R23, RSI-6.5)
외부마감재 ▶ 벽 – STO 외단열시스템, 비소성 흙벽돌 / 지붕 – 유약기와
창호재 ▶ 필로브 39mm 삼중로이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내부마감재 ▶ 벽 - 석고보드 위 친환경 페인트 / 바닥 - 풍산 합판마루
에너지원 ▶ 기름보일러
수전 및 욕실기기 ▶ 대림바스|붙박이장·방문 ▶ 무늬목 마감 제작
구조설계 ▶ 케빈김
시공 ▶ 플러스 건축인테리어
설계담당 ▶ 김효영건축사사무소(강민수·이소정·김예림)
설계 ▶ 정희철, 심형선, 김효영건축사사무소(김효영) 02-400-0275 www.khyarchitects.com
미닫이문이 설치된 2개의 방은 필요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가변형 공간이다.
현관 옆 불쑥 튀어나온 흙벽돌 마감의 박스형 매스는 찜질방, 휴식공간으로 쓰는 첫 번째 방이다. 진입로에서 툇마루, 앞마당으로 닿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다락에서 바라보면 평범한 듯 전형적이지 않은 평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틀어 앉혀 튀어나온 첫 번째 방의 벽을 집 안에서도 만날 수 있다.
1F - 99.46㎡
기와지붕은 이 집의 출발점이자 상징. 하지만, 주택을 구상하던 초반에는 오히려 전형적인 30평 아파트 평면 구성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과거에 대한 향수, 집에 대한 취향은 그것대로 가슴에 간직한 채 몸은 편의와 기능 중심의 주거환경에 익숙해져버린 탓이었다. 설계를 맡았던 김효영 소장은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버티며 살아낸 부모님 세대의 모습인 것 같아 그 어색함이 애틋하게 느껴졌다”며 집짓기 과정의 감회를 전한다.
처마에 닿을 듯한 높이로 덧붙인 둥근 담과 첫 번째 방 매스가 옛 기와집의 정형성을 덜어내고 개성을 불어넣는다.
경량목구조 주택이지만, 외부에 서까래를 노출해 처마의 느낌을 살리고 짙은 적색의 유약기와가 어우러져 전통 한옥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외벽 재료는 흰색 스터코와 흙벽돌로 이루어진다. 기와집의 정석을 보여주는 지붕과 대비되도록 비틀고 덧댄 평면의 불규칙성 덕분에 집은 방향마다 완전히 다른 장면을 선사하는 입체적인 모습이 됐다. 옛 주택의 모습을 답습하기보다 현대미를 더해 개성을 살린 집이다.
정다운 흙길을 걸어 집으로 들어오며 만나는 현관문은 양쪽 벽돌 덩어리 사이에 끼어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처마 아래 닿을 듯한 높이로 나온 부분은 찜질방(방1)이 되었고, 욕실 밖으로는 둥근 담장을 둘러 처마에 걸친 프라이빗한 외부공간을 마련했다. 지붕의 경계를 완전히 벗어나 덧붙은 식당의 옥상에는 장독대와 높은 굴뚝이 생겼다.
현관으로 들어서면 거실 너머 칸칸이 이어지는 방과 다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박공지붕 아래 닿을 듯 자리하는 다락(위) / 집의 가장 안쪽에 자리한 방 2개. 화이트바탕에 직접 제작한 무늬목 미닫이문과 벽장으로 깔끔하게 연출했다.(아래)
집 안에서도 외부에서 느낄 수 있는 평면의 변주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삐뚤게 튀어나온 벽돌 벽은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고, 미닫이문을 열면 칸칸이 이어지는 안쪽 2개의 방은 옛 한옥의 구성을 떠올리게도 한다. 한식 덧문이 달린 거실 창으로는 처마와 툇마루 너머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자연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비 오는 날이면 처마 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정취를 더한다.
시대와 삶을 담은 집에서 부부는 이제 처마에 달 풍경을 준비한다. 바람이 전해올 맑고 정겨운 음(音)을 고대하면서.
작은 창고 등을 둘 요량으로 만든 뒷마당. 처마에 닿을 듯한 식당 건물은 높은 굴뚝을 만들고 옥상에 장독대를 두었다. (좌) / 흙벽돌 외장재를 안으로 들인 첫 번째 방의 입구(우)
전원생활의 정취를 만끽하게 해줄 툇마루
식당의 전면 창 너머로 데크 마당과 욕실 담장이 보인다.
TIP 건축가가 전하는 집짓기 조언
마당이 넓을수록 쓰임새를 디테일하게 고려해야 한다도시가 아닌 전원에 짓는 집은 건물보다 땅이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높은 편. 마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처음부터 고민하여 설계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좋다. 기와올린집의 경우, 쓰임에 따라 마당을 적절히 분할하길 원했기에 집을 ‘T’자형으로 앉히고 3개의 마당을 만들었다. 식당쪽 데크 마당, 창고나 농막을 놓을 뒷마당, 조경과 텃밭을 위한 널찍한 앞마당으로 구성된다.
어둠이 내리자 주택은 언덕 아래 불을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취재 _ 조고은 사진 _ 진효숙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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