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GOGO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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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한 지 3주밖에 안 된 집에 초대를 받았다. 독자 이강휘 씨가 설계부터 준공까지 1년에 걸쳐 지은 집. 큰 집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설계ㆍ시공자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지은 고고하우스는 이제 그의 가족뿐 아니라 주변 사람 모두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행복한 집짓기의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그를 통해, 오랜만에 집의 진정성을 마주했다.
취재 이세정 사진 변종석
▲ 한창 뛰어놀 나이의 4살 아이와 함께 한 부부. 주택으로 이사하고 나선 꼭 필요한 것들만으로 심플하게 살고자 마음 먹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충주시
대지면적 : 360㎡(108.9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71.67㎡(20.68평)
연면적 : 96.78㎡(29.88평)
건폐율 : 19.91%
용적률 : 26.88%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7.85m
공법 : 기초- 철근콘크리트, 지상- 경량목구조
구조재 : 벽 - 2×6 목구조, 지붕 - 2×10 목구조, PLS
지붕재 : 컬러강판
단열재 : 벽 - 그라스울 R19, 지붕 - 그라스울 R30
외벽마감재 : 스터코플렉스, 고벽돌, 루나우드
창호재 : 융기 베카드리움
내벽마감재 : 벽지
바닥재 : KCC 강마루
설계 : 종합건축사사무소 도펠하우스 황영환 02-3144-8166 www.doppelhaus.co.kr
설계담당 : 황경호
시공 : 건축주 직영
총 공사비 : 1억3천만원
▲ 거실과 주방 매스는 정남향으로 약간 비틀어 뒷마당을 안는 형국이다.
최근 지방 소도시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오히려 아파트 대신 도심형 전원주택을 택하려는 젊은 층의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면 땅을 사고 집을 짓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으니, 아이가 있는 가족에겐 주택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본지의 독자 이강휘 씨도 같은 생각을 했다.
“가족 모두가 캠핑 같은 야외 활동을 너무 좋아해요. 또, 아이가 점점 커 가면서 하루빨리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어요. 집을 짓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먼 이야기 같고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도전해 보니 터널을 하나씩 통과하는 성취감이 또 있더라고요.”
▲ 주변에 하나둘씩 집이 들어서고 있는 충주 전원주택지. 그 안에 강휘 씨 집은 군더더기 없는 젊은 감각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 1층은 현관부를 중심으로 우측은 안방, 좌측은 주방과 거실의 오픈 공간으로 배치했다. ▶ 건축주가 직접 디자인해 만든 싱크대에 테이블 의자 세트
INTERIOR SOURCES
벽지 : LG하우시스 Z:IN
몰딩 : 영림몰딩
주방 벽면 마감재 : LG하우시스 벽지, 동서산업 타일
욕실 타일 : 세종요업, 이화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통상, VOVO
조명 : 필립스, 조명나라, 비츠조명
바닥재 : KCC강마루
주방기기 : 건축주 직접 제작
현관문 : 코렐 원목플레이트 도어
방문 : 영림 ABS도어
데크재 : 방부목
계단재 : 애쉬 집성목
충주 시내에서 차로 5분 거리, 도심 풍경이 산과 녹지로 바뀌는 경계에 이강휘 씨의 집이 있다. 80세대가 넘는 대규모 주택 단지는 남은 토목 공사로 분주한데, 그의 집은 벌써 준공에 입주까지 마치고 나 홀로 유유자적하다.
강휘 씨는 땅을 먼저 마련하고 나서, 설계에만 꼬박 6개월의 시간을 쏟았다. 인터넷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취합·선별하고, 직접 캐드를 만지며 집을 그려 나갔다. 아내와 의견을 조율하며 틈틈이 수정한 도면은 건축가를 만나 구체화되었다. 설계를 맡은 황영환 건축가는 손에 잡히지 않는 이미지들에 대해 각각의 장단점들을 설명하고, 강휘 씨 가족이 정말 원하는 집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사람은 비싼 옷을 입어서 멋진 것이 아니라, 젊음 그 자체의 풋풋함이 좋은 것이죠. 강휘 씨네 집 역시 잔 장식들을 배제하고, 생김새 자체로 멋지고 개성 있는 집을 짓고 싶었어요. 집의 우선적 가치는 ‘집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다는 그 안에서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건축가의 말대로 집은 30대 초반 부부의 스몰하우스를 콘셉트로 설계되었다. 109평 부지에 건물은 29평 연면적으로 세우고, 마당은 쓸모없는 땅이 없도록 공간마다 주제를 담았다. 집은 도로 전면을 향해 긴 축으로 이어지는데 군더더기 없는 매스는 덩어리의 비례와 배열만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거실과 주방부 매스를 정남향으로 약간 틀어 뒷마당을 감싸 안는 형태를 취했다. 덕분에 더욱 아늑하게 조성된 뒷마당은 필로티와 그늘이 있는 데크를 두고, 측면에 아이를 위한 모래놀이터를 마련했다.
집은 친환경성과 단열성을 고려해 경량목구조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외부는 벽돌과 스터코플렉스를 조합해 마감하고, 필로티 하부는 루나우드로 시공해 목재의 따뜻한 이미지를 더했다. 전체적인 건축의 외부 이미지는 실내에 그대로 들여왔다. 시각적인 흐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1층부터 2층까지 자연스러운 선이 이어지고, 거실과 주방을 오픈시켜 열린 동선으로 만들었다. 창은 각각의 공간에서 내다보이는 뷰를 신중히 생각해 배치하고, 크기나 개폐 방식 역시 공간 특성에 따라 달리 했다. 설계 단계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기에 실제 공사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 10월에 태어날 딸아이를 위해 사랑스러운 색으로 마감한 방 ▶ 2층 서재는 추후 자녀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 2층에서 내려다 본 거실 모습. 바닥 면적은 20평이지만 거실과 주방을 오픈하고 적절한 창을 배치해 훨씬 개방감이 있다.
“단독주택 중에서도 특히 목조주택은 빌더의 역량에 많이 기대야 하는 집이에요. 설계자 입장에서 정석을 지켜 시공하려는 분을 찾아 인터뷰와 답사를 다니고, 그렇게 결정한 빌더에게 삼고초려해 현장을 맡겼지요.”
덕분에 강휘 씨는 현장이 진행되는 동안, 새집에 들여놓을 가구 제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원목으로 거실장과 싱크대를 만들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위해 많은 짐을 버렸다. 꼭 필요한 것들로 단출하게 꾸민 집은 가족의 생활 자체를 심플하게 바꾸고 있다. 강휘 씨는 집 짓는 모든 과정에 ‘선택과 집중’이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였다고 말한다.
▲ 집의 뒷마당은 전면과는 또 다른 표정이다. 필로티 아래 그늘과 낮은 데크, 앞으로 작은 텃밭이 있는 안락한 공간이다.
마당이 있는 집은 가족에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선물했다. 새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아이는 아파트 근처만 가도 ‘우리 땅으로 가자’고 조르고, 부부는 마당 있는 집에서 해보고 싶던 일들을 하나둘 실천하고 있다. 캠핑장을 찾지 않아도 집은 휴식처로, 놀이터로 매일매일 변화하고 있다. 건축은 공학이 아니라 인문학일 수 있다. 최고로 행복하려고 집을 지으면서 그 과정이 불행하다면 정말 슬픈 일일 것이다. 강휘 씨는 어쩌면 평생 한 번 밖에 없을지 모를 내 집 짓기의 순간을 최고로 즐기며 보냈다. 그리고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며 살고 있다.
건축주 이강휘 씨가 전하는 집짓기 후기
“로또 맞아야 집 짓는 줄 알았어요”
“아빠 여기 어디야?”
“응, 우리가 여기다 집을 지을 거야!”
이렇게 마당이 있는 집짓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30대의 평범한 가장인 나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은 복권에라도 당첨되어야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며 그 꿈을 저만치 멀리서 보고만 있었다.
아파트에 살던 지난여름, 네 살배기 아들은 그 자유로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7층 마룻바닥을 쿵쾅 거리며 뛰어 다녔다. 나는 그날도 언성을 높이며 “한결아, 그만 뛰어” 하고 아이를 다그쳤다. 이내 돌아서서 후회를 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날부터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게 되었고 아내와 상의한 후 지금 살고 있는 땅을 만나게 되었다. 막상 결의에 차서 일은 저질렀지만 너무 막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건축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계가 무엇인지, 허가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모르던 나에겐 집짓기가 마냥 두려움으로만 다가왔다. 특히 전 재산을 걸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건축사를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천천히 터널을 통과하기 시작했다. 그는 나에게 왜 단독주택에 살려고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답을 찾아 갔다. 집은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당 얼마짜리 집에 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건축사와 우리 집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거실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마당에서는 무엇을 할지, 함께 그림을 그리며 수정하기를 6개월여 지났을 무렵, 드디어 언 땅이 녹은 올해 3월 우리는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수많은 결정과 선택에도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가족과 나를 아낌없이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집짓기는 머리가 아니고 몸으로, 마음으로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관련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는 행위에는 손익의 계산보다는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이야기 할 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내가 바라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라 믿는다.
이사를 한 이후 우리 가족은 주택에 가면 해봐야지 했던 것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고 있다. 작고 소소한 것들이지만 이들이 가져다 주는 행복은 내가 생각하던 그 이상이다. 거실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마당에서 흙을 묻혀서 들어오는 아이를 보면서 나는 이러한 꿈을 꾸는 다른 이에게 전하고 싶다.
“꿈이 있다면 실천해 보세요. 마음을 열고 이야기하면 누군가가 분명히 그에 응답해 줄 겁니다. 그리고 즐기세요. 즐기는 사람에게는 못 이기는 법이지요.”
우리 가족에게 큰 행복을 선물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월간 <전원속의 내집> www.uujj.co.kr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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