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독특한 물결지붕을 가진 집
본문
아파트를 떠나 세 아이를 위해 지은 단독주택. 원하는 것을 충실히 담은 반듯한 콘크리트 박스 위 특별한 지붕이 인상적이다.
1 간결한 본체 위에 종이를 접은 듯 가뿐히 얹혀진 물결 지붕
줄지어 늘어선 필지들이 서서히 주인을 찾아가고 있는 신도시 택지지구. 이동우, 한레지나 씨 부부는 이 동네에 주택을 지어 살아가는 선두주자들이다. 치열한 직장생활로 아이들을 잘 챙기지 못했던 터. 이제부터라도 가족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자 부부는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우리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집을 짓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서둘러 실천하게 되었죠.”
2 물결 지붕의 아랫면, 2층의 천장은 방을 구분하는 고창(Clerestory)을 가로질러 일렁이듯 굽이친다.
부부는 전형적인 다락방을 탈피한, 지붕이 특별한 집을 원했다. 그런 이미지의 지붕을 물색하다 나비지붕집(본지 2019년 1월호 게재)을 접했고,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천경환 소장과 인연을 맺었다. “요청사항이 확실했어요. 가사 노동을 줄여줄 커다란 옷방과 세탁실, 모두가 모이는 가족실, 노천탕 느낌의 욕실 등 건축주가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3 시점에 달라 보이는 지붕의 실루엣
4 마당은 아이들과 운동, 캠핑 등 다양한 활동을 멀리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천 소장은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한 건축주를 위해 마당을 한 공간에 모았고,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T’자형의 평면을 제안했다.
5 현관 앞 캐노피는 집 안팎을 이어주는 준비 공간으로, 에워싸서 보호해주는 듯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 대지면적 ▶ 315㎡(95.28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거주인원 ▶ 5명(부부 + 자녀 3) 건축면적 ▶ 119.1㎡(36.02평) | 연면적 ▶ 199.5㎡(60.34평) 건폐율 ▶ 38.1%(법정 50%) | 용적률 ▶ 63.3%(법정 100%)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8.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 / 지붕 – 중목구조 (중목구조 컨설팅 및 시공 : ㈜수피아건축) 단열재 ▶ 비드법보온판, 경질우레탄폼 외부마감재 ▶ 외벽 - 컬러시멘트타일 / 지붕 - 컬러강판 창호재 ▶ 공간창호 T35 투명일면로이삼중유리 | 열회수환기장치 ▶ 벽부직결형(벤투스) 에너지원 ▶ 도시가스 | 전기·기계 ▶ 대도엔지니어링 구조설계 ▶ 위너스 | 인테리어 ▶ 디자인컨설팅 아비드존 전진화 설계 ▶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 설계담당 ▶ 천경환, 박윤선 시공 ▶ 하우스컬처 김호기 044-867-7562 https://cafe.naver.com/hausculture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친환경 페인트(삼화페인트), 실크벽지(LG하우시스 베스띠, 실크테라피, 서울벽지) / 바닥 – 강마루, 포세린 타일(수입산) 욕실 및 주방타일▶ 바스디포 | 수전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아메리칸스탠다드 조명 ▶ 중앙조명 | 방문 ▶ 태창도어(제작) | 주방 가구 ▶ SUS(바이브레이션), 도장도어
SECTION
① 현관 ② 창고 ③ 전실 ④ 게스트룸 ⑤ 가족실 ⑥ 파우더룸 ⑦ 욕실 ⑧ 옷방 ⑨ 다용도실 ⑩ 거실 ⑪ 주방/식당 ⑫ 침실 ⑬ 화장실 ⑭ 서재 ⑮ 샤워실 ⑯ 주차장
PLAN
1F – 109.6㎡ (아래) 2F – 89.9㎡(위)
6 현관, 주방, 2층 어디서든 보이는 집의 중심 가족실. 테이블에 둘러 앉아 게임, 숙제 등을 하는 공간이다.
1층은 가사 노동을 덜고자 하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설계했다. 현관에 들어서면 세면실에서 손을 씻고 옷방에서 환복한 뒤 가족실을 거쳐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동선이다. 가족실은 집의 중심공간으로, 벤치와 계단, 높은 책장을 지나 2층으로 연결된다.
7 게스트룸에서 가족실까지 연결하는 복도 공간
2층은 부부침실, 자녀방, 욕실로 구성되었다. 각 방은 복도로 이어지고 복도와 창을 정렬하여 시선이 멀리 뻗을 수 있게 하였다. 이 집의 백미는 단연 물결을 연상시키는 비정형 고창에 있다. 천장과 벽 사이 사방으로 뚫린 고창으로 햇빛이 들어와 집 안이지만 마치 바깥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또한, 밤이 되면 막힌 벽 사이로 새어나는 불빛은 가족이 서로를 계속 의식하고 배려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8 미니멀한 느낌의 주방. 아일랜드의 방향과 마당을 향해 열린 큰 창 덕분에 식사 준비를 하면서도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이 접힌 형태의 복잡한 천장을 구현하기 위해 지붕은 시공성과 단열 성능을 염두에 두고 콘크리트가 아닌 중목구조를 도입했다. 형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구단위계획지침으로 인한 까다로운 공정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공사의 성실한 태도와 노력,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 덕분에 의도 한 형태와 최적의 두께를 가진, 날렵한 지붕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물결이 일렁이듯, 종이를 접은 듯 꺾인 지붕은 바라보는 곳에 따라 색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주택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9 아치 모양의 뻐꾸기 창은 딸 유진이의 방과 안방의 소통 창이 되어준다.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처의 김호기 소장은 “이 집의 시공상 가장 큰 특징은 콘크리트와 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결합이었다”며, 견고한 매스 위 가벼운 천장을 위해 뼈대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집의 특징이나 매력을 최대한 살린다 생각했다”고 콘크리트의 본체와 중목구조의 삼각형 지붕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10,13 부부와 아이들 침실. 각 방의 세모난 고창으로 채광을 누리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다.
하루종일 밖을 나가지 않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부부. 집 안에서 천장을 올려다 보는 것은 가족의 큰 행복 중 하나가 되었다. 아이들과의 추억이 점점 쌓여가고 우리만의 스토리가 생기는 것이 가장 뿌듯하다고 레지나 씨는 덧붙인다.
11 복도와 문, 창문을 정렬하여 시선이 최대한 멀리 뻗어 나갈 수 있게 하였다.
12 침실 가벽 안쪽에 파우더룸을 두고 샤워실, 변기실을 분리 배치했다.
단지 내 먼저 지어진 데다 독특한 외관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을 많이 받는 집. 집짓기 과정이 즐거웠던 터라 흔쾌히 설명해주는 건축주의 넓은 마음에 어울리는 이웃들이 머지않아 생기길 기대해 본다.
건축가 천경환 _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후, 여러 설계사무소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프랑스대사관 주관 김중업장학제 제1기 수혜자로 선발되었고 건축학회 주관 ‘무애건축상’을 수상하였다. 일상디자인 관찰을 다루는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그 내용을 바탕으로 단행본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과 <어느 게으른 건축가의 디자인 탐험기>를 발표하였다. 2010년 독립된 실무를 시작하였으며, 2018년 깊은풍경건축사사무소를 개업하고, 이듬해 ‘나비지붕집’을 발표하였다. 010-3332-0429 | www.thescap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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