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의 결정체 '옹벽'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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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기다리는 설렘을 주고 지친 마음을 달래며 수확의 기쁨을 주는 정원. 주택에 살며 경험할 수 있는 정원에 관한 다양한 이슈를 꼽아 정리하고 간단한 팁을 공유한다. 그 세 번째 주제는 ‘옹벽’이다.
단독주택을 지을 때 평탄하고 반듯한 땅이 아닌 이상, 땅의 모양과 레벨 차에 따라 흙을 돋우거나 깎아 내는 토목 공사가 필수이다. 필지가 조각나있는 도심지의 경우, 땅을 합쳐 부지를 넓히기 위해 토목공사가 필요하며, 택지개발을 통해 단독주택단지를 조성하더라도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토목 옹벽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지형 극복이라는 토목적 기능에 충실하기만 한 옹벽에 조금만 생각을 확장하여 디자인적 요소를 더하면 옹벽도 조경적으로 훌륭한 디자인이 되며, 정원에서 입체적인 오브제 역할도 할 수 있다. 집에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옹벽, 정원의 외관을 결정짓는 옹벽을 어떻게 디자인적으로 풀었는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조경용 옹벽 블록
첫 번째로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조경용 옹벽 블록 자재를 사용하여 시공하는 것이다. 조경용 블록은 기능적으로도 훌륭한 보강토 옹벽 블록이며, 시공 또한 간편하여 토목 옹벽 뿐 아니라 조경용 옹벽, 화단에까지 자유자재로 활용 가능하다. 이러한 옹벽 자재를 활용하면 단조롭지 않고 자연적인 색감과 질감, 패턴을 적용할 수 있어 정원과 한 톤으로 어우러지며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정원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위 사례에서는 조경용 블록으로 옹벽을 만들어 단차를 극복하고 그 앞에 다른 질감의 블록을 사용하여 화단을 디자인해 통일감 있으면서도 단조롭지 않게 옹벽을 조성하였다. 그와 어우러지는 식재와 화분 등의 오브제 배치로 집의 전면부가 자연적이면서도 세련돼 보인다.
주차장과 메인 정원 공간의 레벨 차이를 조경용 옹벽 블록으로 풀어내 테라스 화단으로 조성한 것이다.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배치하고 소나무 하부에는 눈향나무가 블록 화단을 감싸는 모양으로 자리잡았다. 디자인과 자재의 선택, 그리고 식재가 더해져 입체적인 옹벽을 완성하였다. 집의 분위기에 따라서 블록의 색감을 선택해 적용 가능하며, 자연적 소재인 나무와 조화로워 보이는 것이 조경용 옹벽 블록의 최대 장점이다.
옹벽 디자인
대지의 상태에 따라 옹벽의 높이도 정해진다. 옹벽은 수직적이기 때문에 사람이 정원에 서서 앞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보이게 된다. 따라서 주택의 전체적인 외관 이미지를 결정짓기도 한다.
높은 옹벽이 있는 집일수록 정원 디자인을 할 때 제약을 많이 받는다. 덩치 큰 회색의 옹벽이 우뚝 서 있게 되면, 아무리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고 수형이 좋은 나무를 식재하더라도 일반적인 토목 옹벽은 정원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그러나 옹벽 자체를 디자인하여 정원을 조성한다면 그 옹벽 또한 정원의 주요 오브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마감재의 선택과 패턴, 조명과 같은 시설물의 부착, 그리고 그와 어우러지는 식물의 배치 등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옹벽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사례 1
사례2
[사례 1]과 [사례 2]를 보면 토목 옹벽을 활용하여 화단을 만들고 단 차이로 변화를 준 것을 알 수 있다. 이 옹벽은 가벽으로 연결되며 시선의 끝에 창을 만들어 답답해 보이지 않고 하나의 디자인적 요소가 된다. 집의 입면과 정원의 바닥 소재와 어우러지는 마감재를 선택하고, 두겁재 또한 깔끔하게 마감하였다.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수직적인 판을 부착하고 그 뒤로 간접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밝게 빛나는 옹벽이 되었다. 옹벽 위로 야생화를 식재하였으며, 콘크리트 디딤석으로 동선을 유도하여 하나의 갤러리 정원이 만들어졌다.
사례 3
사례 4
[사례 3]와 [사례 4]의 사례에서는 집 앞의 도로와 정원의 레벨 차를 극복한 옹벽이 정원 안으로 들어와 화단까지 연결되었다. 옹벽은 대문과 시설물, 화단, 그리고 식재까지 어우러져 집의 얼굴이 된다. 수직적인 시설물과 간결한 식재까지 더해지면 고급스러운 입구가 될 수 있다. 옹벽 앞 화단에는 화살나무, 둥근 회양목, 블루엔젤과 같은 모던한 식재를 두고, 테라스 화단 초점이 되는 공간에 수형이 아름다운 소나무, 단풍나무, 공작단풍 등을 배치했다. 게이트를 설치하여 동선을 유도하며 그 끝에는 큰 소나무를 식재하여 안정감을 주었다.
한편, 집 주변으로 둘러지는 옹벽은 그 입면이 특히 중요하다. 옹벽의 자재가 집의 큰 이미지를 해치지 않아야 하며, 무거워 보이지 않으면서 집을 더욱 돋보이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사례 5
사례 6
[사례 5]의 주택의 경우, 옹벽을 석재타일로 마감하고 옹벽 위의 펜스와 정원 시설물, 대문지 집의 분위기와 어우러지게 마감했다. 옹벽에 부착한 조명 오브제는 조명의 기능을 충족함과 동시에 옹벽을 꾸며주는 역할을 한다. 톤 다운된 옹벽이 소나무의 색감을 받쳐주면서 조화를 이룬다. [사례 6]은 개비온 옹벽으로, 토목 옹벽을 연장시켜 문주로 디자인한 사례다. 경사가 있는 집은 집 앞 도로 상황에 맞춰 옹벽이 필요한데, 일반적인 토목 옹벽으로 적용했을 경우 집 전체의 외관이 토목 옹벽에 가려질 수 있었지만, 개비온 옹벽과 대문, 조형소나무를 배치하면 포인트 공간이 된다.
다음 연재는 정원에서 꽃과 나무로 가장 화려하게 수놓아지는 ‘화단’을 주제로, 화단에 적용 가능한 여러 가지 소재부터 테라스 화단, 에지(Edge) 화단 등 화단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글과 사진 _ 최리나 [라임플레이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하고 조경 실무를 쌓은 후 영국 Writtle University College에서 가든 디자인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조경·토목 익스테리어 전문회사인 ‘라임플레이스’에서 조경 설계팀 과장으로 근무하며, 소통하는 디자인과 디테일한 시공으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다. 02-6203-0750|www.limeplace.co.kr
구성_ 김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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