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과 럭셔리의 적절한 조화, 세종 정현재
본문
부모님과 함께 살 집을 짓기로 했다. 건축주의 치밀한 계획, 건축가의 디테일한 설계, 시공자의 장인 정신이 모여 더할 나위 없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SECTION ① 현관 ② 침실 ③ 주방/식당 ④ 거실 ⑤ 보일러실 ⑥ 욕실 ⑦ 주차장 ⑧ 마당 ⑨ 다용도실 ⑩ 가족실 ⑪ 드레스룸 ⑫ 파우더룸 ⑬ 다락
우리나라에서 고급주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대개 판교를 떠올린다. 그러나 조성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그곳의 다양한 집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명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어떤 집은 누수로 골치를 앓다 집주인이 떠나기도 하고, 한때는 화려했던 외장재가 퇴색해 방치된 듯 보이는 집들도 눈에 띈다. 이처럼 화려함에만 치우쳐 정작 주거의 실 기능을 잃어버린 집들이 마을 속에 표정을 가린 채 숨어 있다.
공기업 이전과 함께 지방에도 단독주택용 택지지구가 많아졌다. 또, 젊은 건축주가 획기적으로 늘고 있다. 이 둘이 만나, 이제는 집짓기에 접근하는 건축주들의 자세가 달라지고 있다. 기본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하고, 거기에 취향을 더한 집. 국내 주택 건축 시장의 문제점들을 반면교사 삼아 집짓기에 뛰어든 그들. 이들 중에는 서미르 씨도 있다.
박공 지붕에 회색 계열 벽돌은 엄격한 지구단위지침에 따른 외장이다. 현관 포치를 넉넉히 계획해 주택의 첫인상을 한껏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꽃나무를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조경에 심혈을 기울였다. 삼국수와 단풍나무, 장미 등이 어우러진 완성형 정원이다.
마당은 단 차이로 구획한 흔하지 않은 공간 체계다. 차고 상부는 스카이어닝과 야외 테이블 세트를 두어 햇빛을 피한다. / 옆 필지와 마주보는 면은 창을 최소화해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반면, 안마당과 뒤쪽 괴화산 쪽으로는 큰 창을 내 개방감을 살렸다.
대형 물확과 블록, 디딤석들로 경계와 동선을 만들어 정원을 즐기는 맛을 배가시켰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세종특별자치시 반곡동
대지면적 ≫ 328m2(99.22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거주인원 ≫ 5인(부모님 + 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131.01m2(39.7평) | 연면적 ≫ 345.20m2(104.6평)
건폐율 ≫ 39.94% | 용적률 ≫ 73.48%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9.77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경량목구조 2×6 구조목 / 지붕 - 2×12 구조목
단열재 ≫ 외벽 - T50 준불연 비드법보온판 + T140 셀룰로오스 단열재 / 내벽 - T140 R-11 유리섬유단열재 / 지붕 - T40 비드법보온판 2종 1호 + T235 셀룰로오스 단열재 / 층간 - T50 압출법단열재 1호 + T140 R-21 유리섬유 단열재 / 바닥 - T125 압출법보온판 1호
외부마감재 ≫ 외벽 - T15 컬러 시멘트 타일 / 지붕 - T0.45 컬러강판
창호재 ≫ ㈜공간시스템창호 T42 AL 시스템창호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탐린, 메가타이
기밀제품 ≫ 로쏘블라스(이태리수입), 타이벡, 기밀테이프
에너지원 ≫ 도시가스 | 조경석 ≫ 이노블록
조경≫ 산수목조경 | 전기·기계 ≫ 태경종합건설㈜ | 인테리어 ≫ 한성하이디
설비 ≫ 다산설비 | 구조설계(내진) ≫ ㈜마루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설계 ≫ 가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031-893-7825 https://blog.naver.com/gaon7825
시공 ≫ HAUS culture(하우스컬쳐) 044-867-7562 http://hausculture.com
실내는 미색이 한 방울 가미된 화이트로 페인팅해 따뜻한 느낌을 준다. 웨인스코팅 아트월과 방문, 헤링본 패턴의 마루가 클래식한 인테리어를 완성한다.
가족의 행복한 한때. 아들 정현이의 이름을 따, 이 집은 ‘정현재’가 되었다. / 2층에는 양개형 중문을 달았고, 다락으로 오르는 계단의 난간은 골드와 유리로 멋을 냈다.
2층 침실에서는 창을 통해 뒷산의 사계절이 한눈에 담긴다.
그는 공무원인 아내와 함께 2014년 세종시로 내려왔다. 그의 부모님 역시 첫 번째 세종시 이주 공무원으로 미리 세종에 정착해 살고 계셨다. 기반 시설도 거의 없어 불편했던 시절을 견디고, 각자 안정적으로 아파트 생활을 이어오던 중, 미르 씨가 중대한 결정을 한다. 바로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부모님과도 함께 살 집을 짓기로 한 것이다.
“3대가 사는 집이니 필지가 커야 했어요. 4생활권에 마침 조건에 맞는 땅이 있어 2019년 매매를 하고 바로 구상에 들어갔죠. 건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박람회보다는 판교, 청라 등 실제 집이 있는 단지를 답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죠.”
혼자 고민하고 생각을 정리한 시간이 길어서 정작 건축가와의 협의 과정은 빠르고 순조로웠다. 다만, 필지가 세종시 내 특화권역으로 지정된 곳이라 엄격한 지구단위지침을 갖고 있었다. 높이는 10m 이하, 지붕은 70% 이상 박공 형태를 취해야 했고, 물매도 7/10 이상으로 정해져 있었다. 외장재 역시 정해진 색채 및 재료를 써야 해, 이들을 반영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2층은 크지 않은 주방 대신 다이닝룸과 거실에 면적을 할애했다.
다락에는 부부가 이용하는 서재와 아이를 위한 놀이방, 수납공간을 구획하고 천창을 설치해 채광을 최대한 확보하였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천장 – 벤자민무어 페인트 도장 / 바닥 –해피우드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티앤피세라믹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세면대, 샤워수전, 세면수전 외 - 릭실코리아㈜ / 양변기 외 – 대림바스㈜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루베(LUBHE)
조명 ≫ 도우라이팅
계단재·난간 ≫ 오크집성, 골드발색난간 및 투명유리
현관문 ≫ YKK 현관도어
중문 및 방문 ≫ 천연무늬목 제작도어
실린더 ≫ 가와준(수입실린더)
데크재 ≫ 티앤피세라믹 수입타일
설계를 맡은 가온디자인건축사사무소 성영호 건축사는 “괴화산에 둘러싸인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3세대가 함께 하다 때로는 독립적으로 지낼 수 있는 동선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건축주가 캐드를 독학해 그려온 평면에 설계자의 전문성이 더해져 집은 차고와 뒷마당이 딸린 2층 벽돌집으로 차차 구체화되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공사는 겨울을 지나 올봄, 끝이 났다. 경량목구조에 시멘트 타일 외장, 평범한 경사지붕이 더해진 심플한 외관이다. 특히 현관 입구를 최대한 넓게 조성한 점이 돋보인다. 톤은 맞추되 다양한 질감의 석재로 주변부를 포장해 기품 있고 단단한 이미지를 완성했다.
(위, 아래) 각 층의 욕실은 여건에 따라 욕조를 두거나 샤워부스를 설치해 다채롭게 구성했다.
PLAN ① 현관 ② 침실 ③ 주방/식당 ④ 거실 ⑤ 보일러실 ⑥ 욕실 ⑦ 주차장 ⑧ 마당 ⑨ 다용도실 ⑩ 가족실 ⑪ 드레스룸 ⑫ 파우더룸 ⑬ 다락
1층 부모님의 주거공간은 거실과 주방을 구분 짓지 않고 오픈형으로 계획해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했다.
주택 내부는 좌우가 아닌, 층별로 세대를 나눈 점이 주목된다. 주차장-현관-전실로 이어진 공간에서 바로 계단을 통해 세대가 분리된다. 건축주는 중정이나 복도 대신, 가용 면적을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아파트식 평면을 택했다. 익숙한 주거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부모님은 1층 안마당을, 건축주 세대는 높은 층고의 거실과 다락을 새로 얻었다.
1층 거실은 마당을 향한 통창이 괴화산 자락까지 한 폭에 담는다. 주방까지 오픈되어 시원한 공간감을 주고, 안방에 별도의 욕실과 드레스룸을 설치했다. 정적인 공간인 서재는 다이닝 공간 뒤편에 따로 자리한다. 2층은 부부 침실과 아이방 같은 사적인 공간을 분리하고 경사 천장이 그대로 노출된 가족실, 간략한 조리를 위한 주방 공간을 깊숙이 배치했다. 인테리어는 화이트 미장에 웨인스코팅으로 포인트를 주고, 가구는 기본 소재와 하드웨어를 최고급 사양으로 택해 전문 디자이너들과 협업했다. 건축주가 서울 논현동을 수없이 오가며 고군분투한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물론 현장에서의 소통도 중요했다.
자녀방은 가벽으로 침실 공간과 책장을 구획했다. / 현관은 주차장 출입문,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한데 어우러진 모든 동선의 출발점이다.
1층 거실은 안마당을 향해 통창을 내고 목무늬 패널로 아트월을 제작했다.
시공을 맡은 하우스컬쳐 김호기 소장은 “서로 의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는다”며 “품질이 높은 재료를 바탕으로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시공한, 장인정신이 깃든 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건축부터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가구 등 각 영역을 전문가들과 함께 작업해 가며 건축주와 설계자, 시공사는 최고의 팀워크를 보여줬다. 현장 상황은 CCTV와 연동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소소한 수정 사항들이 논의되고 즉각 반영됐다. 좋은 집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준비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입주 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아쉬운 점을 찾지 못했어요. 충분히 좋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집이에요. 이제 내년이면, 거실 창을 통해 아들이 등하교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겠죠. 저도 처음에는 두렵고 걱정도 많았지만, 집짓기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이었답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집.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이들의 공력과 노고가 담겨 있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집이다.
취재_ 이세정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69 www.uujj.co.kr
월간 <전원속의 내집>의 기사 저작권은 (주)주택문화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복사, 배포는 저작권법에 위배되오니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