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가족의 첫 집 : 해운대 중동 주택
본문
집의 메인 공간에서 마주한 부부. 내부는 흰색과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의 페인트로 마감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조명과 가구로 공간에 강약을 더했다.
불이 켜진 건물 전경. 임대 수익을 생각해 1층부터 3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을, 그 위는 주거 공간을 배치했다. 주택 출입구는 별도로 마련하여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배려하였다.
대로변에 놓인 새하얀 건물, 부산대학교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의 집이다. 이 집의 시작은 어쩌면 층간소음 때문이었다. 10년 이상 잘 살던 아파트 위층에 새로운 가족이 이사해 오면서 그에게도 문제가 생겼다. 인사도 잘하고 지냈던 터라 원만하게 풀고 싶었지만, 반복되는 일상은 점점 감정적인 싸움으로 발전해갔고,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 먼저 이사를 결정했다고. 그렇게 모든 것이 해결된 줄 알았던 것도 잠시. 몇 년을 시달려 예민해진 탓인지 새로 마련한 곳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는 그에게 이제 남은 방법은 딱 하나, 집을 지어야 했다.
어영부영할 것 없이 바로 땅을 찾아다녔다. 아파트는 싫었지만, 사는 동네는 만족스러워 주변의 오래된 주택이나 나대지 위주로 훑어보았다. 예산에 맞추다 보니 부동산에서 소개해 주는 땅들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차량 진출이 어렵거나, 땅 모양이 이상하거나, 채광이 안 좋거나. 결국 처음의 조건들을 줄이고 줄여 그저 따뜻한 빛을 받을 수 있는 남향의 대지를 골랐다.
“도로보다 4~5m 낮았고 모양도 나빴지만, 남쪽에 30m 대로가 있어 다행히 햇빛을 가릴 염려는 없었어요. 뒤쪽 골목과도 맞닿아 설계만 잘한다면 1, 2층 모두 지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1 - 2층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볼 수 있는 예약제 서점 모어댄북스가 자리한다.
주방에서 바라본 식당 및 거실 쪽 모습. 내부는 쓰임새에 따라 공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세분화했다.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시간에 따른 빛의 흐름이 집 안에 온기를 더한다.
독특한 부지 조건을 활용하여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일단 대로에 접해 있으니 아래쪽에는 근린생활시설을 두어 접근성을 높이고, 상층부에는 주거 공간을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챙기기로 했다.
내부는 가족 각자의 요구사항을 배려하여 평면을 짜고, 별도의 인테리어 공사 없이 무채색의 도장으로 정돈하였다. 도심에 있는 건물이지만, 자연과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정원을 곳곳에 둔 것도 이 집만의 특징. 대로보다 낮은 1층 골목에 면한 정원, 일조권 사선제한으로 생긴 발코니 정원과 옥상정원 등 다양한 높이에서 크고 작은 정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내 집이라 아무리 열심히 설계해도 실제 주택에서 생활하다 보면 불편한 점이 있어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정원도 관리해야 하고, 건물 안팎으로 청소도 해야 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싫지만은 않더라고요.”
부지런히 오르내리다 보니 다리근육도 조금 늘어난 것 같고, 여기저기 흩어진 정원의 잡초를 집중해서 뽑다 보면 스트레스도 함께 사라진다. 입주하고 어느덧 두 번의 사계절을 지나 보낸 가족. 앞으로 남은 23번의 사계절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가족은 설렌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높은 천장고의 주거 공간.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과 각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활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나눠 평면을 계획했다. 경사로와 별개로 2층에 오를 수 있는 계단실이 거실 우측에 자리한다.
간결한 선이 돋보이는 내부. 단순한 선과 타일, 벽과 창의 적절한 조합으로 탄생한 모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제대로 된 시공사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부분인데, 건축물이 내진성능을 가지기 위해서는 철근의 가공과 배근, 콘크리트의 타설과 양생이 매우 중요하다. 마감은 바꿀 수 있지만, 구조체는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며 일단 시공이 되면 변경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시공사는 견적금액이 조금 높더라도 신뢰할 수 있고 실적이 좋은 회사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공사 현장을 들러 비계를 직접 오르내리면서 현장을 감리하다시피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성심성의껏 시공에 임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부 침실에서 좌측은 거실로, 우측은 자녀 방 쪽으로 연결된다.
주거 공간으로 오르는 계단실. 창들이 바깥 풍경을 내부로 들인다.
(위, 아래) 넓은 윈도우시트가 놓인 공부방과 정원과 연결된 옥탑방
대지위치 ▶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대지면적 ▶ 170.46㎡(51.56평)
건물규모 ▶ 지상 6층|거주인원 ▶ 3명(부부 + 자녀 1)
건축면적 ▶ 97.85㎡(29.59평)|연면적 ▶ 339.12㎡(102.58평)
건폐율 ▶ 57.40%|용적률 ▶ 198.94%
주차대수 ▶ 2대|최고높이 ▶ 20.8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THK100 비드법보온판 2종2호
외부마감재 ▶ THK2.0 스마트륨(KD-07), 노출콘크리트 제물치장
창호재 ▶ 필로브 시스템창호(THK39 로이 양면삼중유리)
에너지원 ▶ 도시가스
내부마감재 ▶ 벽 – KCC 친환경페인트 / 바닥 – THK14 원목마루(보티첼로), 유신산업 THK9 포세린 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유신산업 THK9 모자이크 타일|수전 등 욕실기기 ▶ 대림바스,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한샘 키친바흐|조명 ▶ 영공조명 |붙박이장 ▶ 한샘
계단재·난간 ▶ THK30 멀바우 원목 + 원형 난간
현관문 ▶ 단열방화도어|방문 ▶ 합판 제작 위 도장
데크재 ▶ THK20 이페(IPE)
전기·기계 ▶ 진원엔지니어링|구조설계 ▶ 중앙구조
시공 ▶ ㈜백우종합건설
설계 ▶ 우신구(부산대학교 건축학과) + 김철호(스튜디오포마 건축사사무소) 010-8662-4209 www.studiofoma.com
총공사비 ▶ 6억9천만원(인테리어 + 조경 포함)
외장재를 달리해 두 영역을 분리했다. 오래되어도 변치 않는 재료로 상부 주거 부분은 흰색 알루미늄 골강판(스마트륨), 하부 근린생활시설은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했다.
1층과 2층은 임대 공간으로, 평소에는 오가는 이의 휴식의 장소가 되는 카페 및 책방으로 사용된다. 전시와 강의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도 열리는 곳이다.
계단보다 천천히 오르는 경사로가 좋아, 거실과 식당 길이에 맞춰 계획했다. 이로 인해 많은 공간이 희생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취재 _ 김연정 사진 _ 윤준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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