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고향집, 청도 임당리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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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함께 앉은 부모님 조규호, 김복순 씨 부부와 아들 조문현 소장. 고향에 집을 지은 후 더 자주 모이고, 웃음도 많이 늘었다는 가족이다.
길에서 바라본 주택 전경. 긴 나무 담장과 집이 잘 어우러진다.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났고, 타지에서 허리 펼 새 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덧 4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동안 장성한 두 아들은 각자의 가정을 꾸렸고, 일흔의 문턱을 넘기고 나니 고향 품으로 돌아가고 싶단 바람이 더욱 커졌다.
‘더 늦기 전에 실행에 옮기자.’
노부부는 오래 운영한 제과점 일을 내려놓고, 옛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경상북도 청도의 작은 마을을 다시 찾았다. 100년 넘게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선 초가집 한 채.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엔 긴 시간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터라 폐가가 된 집은 두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못되었다. 고쳐 살기에도 너무 낡아 결국 구옥을 철거하고 새로 집을 짓기로 했다. 다른 건축주라면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할 일도 태산일 테지만, 부부는 ‘이런 집에 살고 싶다’ 말만 전한 채 그저 마음 편히 완공 날만 기다렸다. 그 이유는 바로 건축가인 첫째 아들 조문현 소장이 있었기 때문.
“아버지가 8남매 중 장남이시라 제사, 생일 등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가족들이 많이 모여요. 이런 일이 매달 1~2회 있어 그에 맞게 규모를 정하고, 건강하고 따뜻한 집을 원한 부모님을 위해 목조주택을 선택했습니다.”
(위, 아래) 거실 앞으로 앞마당이 펼쳐진다. 널찍한 마당은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도 공유하는, 활용도 높은 장소이다. 정면 현관을 중심으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이 분리된다. ©김원양
현관 앞 캐노피는 그림자를 드리우며 따가운 볕을 피해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
쭉 뻗은 담장 너머로 솟아오른 집
아들은 연로한 부모님이 생활하시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기존 집과 같은 남향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주차장과 안마당 등이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꼼꼼하게 설계했다. 또한, 아버지의 소망이 ‘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집’이었던 만큼 내부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사적 영역과 가족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적 영역으로 분리하고 각 공간에 맞는 역할을 부여했다. 특히 공적 공간으로 사용되는 거실, 식당, 주방, 다락방은 하나의 공간으로 시각적인 연속성을 지녀 대가족이 모이더라도 답답함이 없는, 즐거운 단합의 장소가 되어준다.
“고향에 집을 지은 후 가족들의 모임이 더 많아졌어요. 행사가 있을 때만 의무적으로 오가던 형제들이 이젠 펜션에 놀러 오듯 자주 들려요. 거실 가운데 모여 앉아 손주들을 보며 대화도 나누고 추억도 나누고. 매주 손님이 와도 힘들기보단 행복하네요. 허허.”
어느 한 부분 신경 쓰지 않은 곳 없이, 아들의 손길로 정성스레 완성한 집. 이사 후 부부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불이 켜진 집의 모습. 집 외부를 두른 콘크리트 데크는 목재보다 유지·관리에 대한 부담이 적어 부모님의 편의를 배려해 선택한 것이다. ©김원양
가족이 모두 함께 모여도 넉넉한 거실. 내부는 부모님의 연세를 생각해 건강에 좋다는 편백나무, 자작나무 합판 등 원목을 많이 사용했다.
“농촌 주택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집을 지을 때 모든 것이 예산과의 싸움이다. 이 집의 목표 또한 일반적인 농촌 주택의 예산안에서 해결하는 것이었다. 현재 시골에 신축하는 집들은 대부분 콘크리트 또는 조립식(샌드위치 패널)이라 이 집을 통해 농가 목조주택의 대안을 만들고자 하였다.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점점 바뀌고 있는 현상 때문에 지붕과 벽면 마감 모두 흰색으로 했는데, 실제로 집이 위치한 청도는 한여름 기온이 40℃까지 올라가는 날도 많았다. 이러한 열기를 효율적으로 반사시키려는 의도로 흰색을 선택했고, 이는 큰 효과를 보았다.
식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님. 어느 공간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설계해준 아들 덕분에 불편함 없이 주택생활에 적응하며 즐기고 있다.
(위, 아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꾸민 부모님의 침실. 코너에 적당히 창을 내어 채광과 마당 전망을 동시에 해결하였다. 침실 위로 각종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넓은 다락을 두었다. 창고 용도이기에 별도의 계단이 아닌 접이식 사다리를 설치해 공간을 절약했다.
높은 층고를 활용해 만든 다락. 그 아래로 주방이 배치되어 있다.
대지위치 ▶ 경상북도 청도군
대지면적 ▶ 373.98㎡(113.13평)
건물규모 ▶ 지상 1층 + 다락|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34.51㎡(40.69평)|연면적 ▶ 129.12㎡(39.06평)
건폐율 ▶ 35.96%|용적률 ▶ 34.52%
주차대수 ▶ 1대|최고높이 ▶ 6.20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경량목구조
단열재 ▶ 벽 – 비드법보온판(네오폴 가등급) 100mm + 그라스울(R21) / 지붕 – 그라스울(R-38) / 바닥 – 비드법보온판(네오폴 가등급) 100mm
외부마감재 ▶ 벽 – STO 외단열시스템 / 지붕 – 컬러강판 거멀접기|담장재 ▶ 루나우드 루버 목재
창호재 ▶ 알루미늄 시스템창호 42mm 삼중로이유리|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목공사 ▶ 서성욱 목수
내부마감재 ▶ 벽 – 수성페인트, 편백 루버 12mm, 자작나무 합판 9mm / 바닥 – 티크 원목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아름드리 타일|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붙박이장 ▶ 한샘
조명 ▶ 을지로 모던라이트|계단재·난간 ▶ 미송 집성목 18mm, 38mm
현관문 ▶ 알루미늄 시스템도어|중문·방문 ▶ 현장 제작|데크재 ▶ 콘크리트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담당 ▶ 김지현
설계 ▶ 조문현건축사사무소 02-766-8696
총공사비 ▶ 2억5천만원(설계비 제외, 인테리어 + 조경 + 가구 포함)
안마당을 향해 전면창을 내었다. 덕분에 언제나 따스한 빛이 내부 깊숙이 스며든다. 예전부터 그 자리를 지키던 나무는 아늑한 정원의 풍경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김원양
높은 층고로 인해 생긴 다락 공간. 지붕선을 따라 노출된 구조목재는 실내의 공간감을 풍성하게 만든다. 천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부드러운 조명의 역할을 해준다.
주방에는 2개의 미닫이문이 있다. 현관, 다이닝룸과 각각 연결되는 문으로, 연로하신 어머니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효율적인 동선을 배려한 의도다.
취재 _ 김연정 사진 _ 변종석, 김원양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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