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구옥을 수리하다 _ 서촌 겹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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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집 대문 앞, 환히 웃고 있는 남형 씨와 딸 정후. 1층 창문 뒤로 남형 씨가 만든 인형 옷을 전시한 미니 갤러리가 보인다.
겹겹집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레이아웃. 주방, 툇마루, 마당, 안방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선들이 반복된다.
결혼할 당시 이승태, 김남형 씨 부부는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화려한 인테리어, 눈부신 조명, 끝없는 몰딩이 가득한 아파트에선 살지 말자고. 좁고, 오래됐더라도 우리만의 집을 짓고 살자고. 그래서 신혼집부터 준후·정후 두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이 집에 오기까지 겪은 3번의 집이 모두 리모델링을 한 구옥이었다. 짐이 많지 않아 이사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늘 문제는 시공업체와의 마찰이었다. 일반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아파트와 똑같은 패턴으로, 어디서 본 듯한 집을 만들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그래서 이번 집 만큼은 신중을 기해 업체를 선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건축주는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셨다. 2개의 화장실, 집과 학교·직장의 가까운 거리, 마당이 마음에 들어 집 계약까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던 남형 씨와는 달리 고심 끝에 선정한 업체에서는 리모델링이 불가하다 선언한 것.
▶ 40년의 세월이 담긴 이전 주택의 모습. 마당에 있던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계단은 철거했다. 공간이 좁기도 했지만, 집의 출입구는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건축주의 뜻을 담았다.
마당에서 보는 대문의 모습. 정원에는 남천. 배롱나무 등 자생력이 좋은 식물을 심었다.
①마당 ②현관 ③방 ④화장실 ⑤욕실 ⑥툇마루 ⑦주방 ⑧거실 ⑨취미실
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건물규모 ▶ 지상 2층 | 거주인원 ▶ 4명(부부 + 자녀 2)
건축면적 ▶ 80.28㎡(24.2평) | 연면적 ▶ 113.37㎡(34.2평)
건폐율 ▶ 32.73% | 용적률 ▶ 46.22%
최고높이 ▶ 5.8m
구조 ▶ 연와조 | 단열재 ▶ 압출법보온판
외부마감재 ▶ 지붕 – 아스팔트싱글 / 외벽 - 친환경 수성페인트 위 발수코팅, 치장벽돌
창호재 ▶ KCC PVC 이중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시공·설계 ▶ 이용재아키텍츠 (LEEYONGJAE ARCHITECTS) 02-737-6309, www.leeyongjae.com
총공사비 ▶ 1억1천만원(설계비 제외)
멀리 북악산이 보이는 동네 풍경 속 겹겹집
40년이 넘은 집의 나이와 개량식 한옥 2채를 1채로 합치는 과정을 1억원이란 예산 한계선 안에서 공사해야 한다는 제약조건 때문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집 근처 건축사무소를 찾았고 그곳에서 이용재 소장을 만나 2달 반의 대공사 끝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집을 갖게 되었다. 공사는 4개로 구별된 집의 레이아웃을 합쳐야 했다. 대문에서 바라보았을 때 좌우 반전된 ‘ㄱ’자의 모양을 한 집은, 2층 마당이 있는 대문 왼쪽 집과 툇마루가 난 대문 정면 집,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더욱이 안방, 툇마루, 거실이 속한 공간의 단차가 모두 달랐고 문턱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아들 준후가 사용하는 2층 마당 ©권도연
©권도연
(위, 아래) 남편의 취미인 로봇 조립을 위해 유일하게 붙박이장을 만들어 놓은 툇마루. 이곳에선 가족이 함께 모여 각자의 취미를 즐긴다.
집에는 실내에서도 밖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여러 군데 있다. 그중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툇마루다.
공간을 넓게 사용하려면 거실과 주방 사이의 벽을 부숴야 했지만, 단열을 위해 그대로 두고 창만 내었다.
다용도실로 나가는 철문 앞에는 직접 만든 커튼을 달아 가렸다.
공사비의 제약도 있었지만, 이 소장은 이 턱을 허물지 않았다. 아파트같이 동선이 짜인 일률적인 모습 대신, 부부가 원한 것처럼 집이 가진 본래의 얼굴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대신 안방과 화장실을 제외한 문은 전부 없애고 턱을 벤치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합판을 덧대 거실, 툇마루, 주방 등 곳곳에 액자 프레임의 개구부를 디자인했다. 이는 자칫하면 레이아웃이 많아 답답한 느낌을 줄 수 있었지만, 이 소장은 창을 내어 시선이 밖으로 분산되도록 유도, 오히려 공간이 확장되어 보일 수 있도록 했다. 중첩된 레이아웃의 거리를 길게 구성해 가족이 작은 집의 풍경을 마당 밖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집이 움푹하게 들어가 있어 빛의 유입이 어려우리라 생각해 쇠문이었던 대문도 유리로 교체했다. 때문에 마당도 훨씬 넓어 보이고, 집 안 깊숙한 곳까지 빛이 든다.
집이 좁아도 짐을 줄이면 넓어진다. 건축주가 가진 집과 공간 대한 가치관처럼, 최소한의 것들로만 살면서도 서로의 취미는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가족의 앞날에 따스한 햇볕이 비치길 바란다.
①마당 ②현관 ③방 ④화장실 ⑤욕실 ⑥툇마루 ⑦주방 ⑧거실 ⑨취미실
내부마감재 ▶ 벽 - 신한벽지 실크벽지 / 바닥 - 동신타일 데코타일
욕실 및 주방 타일 ▶ 을지로 대영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을지로 대영도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제작 가구(성지건업) | 조명 ▶ 을지로 국제조명
계단재·난간 ▶ 스프러스 구조용 목재 + 스테인리스 스틸 평철
현관문 ▶ 제작(유리 강화 도어) | 방문 ▶ 일반 합판 제작 도어 (오일스테인 도장)
딸 정후의 방. 고양이부터 도마뱀, 타란툴라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함께 산다.
인형 옷 만드는 취미를 가진 아내 남형 씨는 2층 한쪽에 재봉틀과 각종 원단을 구비해 놓았다.
유리 대문 안으로 보이는 거실의 불빛이 따스하다. ©권도연
취재 _ 박소연 사진 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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