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억으로 빚은 집
본문
이전부터 인연이 있어 알고 지낸 건축주 부부는, 집으로 간간이 나를 초대해 주었다. 그 집을 방문할 때마다 인왕산 자락의 바위산을 등지고 전면으로는 탁 트인 전망을 가진 이 땅의 입지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황홀한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마당과는 달리, 기존 집 내부는 그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땅의 가능성에 아쉬운 마음이 들던 중 나에게 설계 의뢰를 해주어 매우 기뻤고, 기막힌 설계를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홍지36 프로젝트에 대한 구상이 담긴 초기 스케치.HOUSE PLA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식당 ④ 서재 ⑤ 게스트룸 ⑥ 욕실 ⑦ 작업실 ⑧ 방 ⑨ 드레스룸 ⑩ 다용도실 ⑪ 보일러실 ⑫ 주차장 ⑬ 엘리베이터 ⑭ 외부휴게공간 ⑮ 수공간대지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대지면적 ≫ 334.55㎡(101.20평)
건물규모 ≫ 지하1층, 지상2층
거주인원 ≫ 2명(부부)
건축면적 ≫ 128.44㎡(38.85평)
연면적 ≫ 231.96㎡(70.16평)
건폐율 ≫ 38.39%
용적률 ≫ 45.24%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8.86m
구조 ≫ 기초 –철근콘크리트 매트구조 /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T60 열반사단열재, 경질우레탄폼
외부마감재 ≫ 벽 - T30 흑정석 줄다듬 및 버너구이, 박판 타일 /지붕 –박판 타일, 징크
창호재 ≫ 알루미늄 시스템창호(이건창호)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석 ≫ 자연석
조경 ≫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전기·기계·설비 ≫ 코담기술단
구조설계(내진) ≫ 베이스구조
시공 ≫ ㈜다산건설엔지니어링
감리·설계 ≫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이성관(설계 담당 : 김봄, 박지상, 김현주)
SECTION
① 현관 ② 거실 ③ 주방·식당 ④ 서재 ⑤ 게스트룸 ⑥ 욕실 ⑦ 작업실 ⑧ 방 ⑨ 드레스룸 ⑩ 다용도실 ⑪ 보일러실 ⑫ 주차장 ⑬ 엘리베이터 ⑭ 외부휴게공간 ⑮ 수공간건축주 부부는 이 땅의 기존 주택에 거주해왔다. 자연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으며 달빛, 바람결, 빗소리 등 모든 감각에 굉장히 예민한 감성을 지녔다. 특히 전망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고 집을 둘러싼 나무, 풀, 바위, 연못을 세심하게 가꾸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집 내부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것이 부부의 요구사항이었다.
전면 창을 통해 마당을 끌어들인 거실. 윈도우 시트에 앉아 밖을 내다볼 수 있다.대지는 공사에 난항이 예상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차 한 대도 진입하기 어려운 경사지였고, 앞집은 이미 수년간 우리 필지를 침범한 채였다. 담장을 공유하고 있던 옆집과도 경계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였고 후면의 높은 축대 등이 굉장히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2층은 1층보다 어두운 톤의 원목마루를 사용해 안정감을 줬다.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천장 –석고보드 위 친환경페인트 / 바닥 – 원목마루(오크, 티크)
욕실 및 주방 타일 ≫ 에클랏 포세린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 가구 ≫ 주문제작
계단재·난간 ≫ 오크집성목, 평철난간
현관문 ≫ 메탈게이트 스틸도어
중문 ≫ 현장 제작(T12 강화유리)
방문 ≫ 현장 제작(MDF + 오크 무늬목)
붙박이장 ≫ 디그리가구
데크재 ≫ T20 합성목데크
초기 작품 스케치에서 보이듯 자연과 조화되기를 바라는 건축주의 바람에 따라 풍경을 최대한 내부로 끌어들이는 개념으로 계획하였다. 일반적인 박공지붕의 주택 형태(ㅅ)와는 반대로 (V)지붕을 구성하여 좋은 전망을 향해 시선이 최대한 확장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주 디자인 개념이다. 내부 공간 또한 철저히 외부의 자연적 요소에 반응하여 계획되었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서 보니, 계획 당시의 설정과는 달리 축을 틀어야 산의 봉우리를 곧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2층의 방 일부를 수정하기도 했다. 이 집은 인왕산 자락의 장엄한 바위가 배경으로 놓인다. 따라서 무채색의 거친 바위 색과 조화되면서도, 구분되는 고유한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다소 짙은 색의 석재를 주요 외장재로 선택하였다. 내부 바닥재는 따뜻한 느낌의 원목마루로 안정감을 주었고, 같은 톤의 무늬목으로 가구를 제작하여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풍경을 비추는 거울로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수공간.각 층, 각 방, 공간 곳곳 외부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었다. 1층은 전면 창을 통해 마당을 끌어들인 거실을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하나로 읽히도록 의도하였다. 서재의 목재 미닫이 창을 열면, 계단을 사이에 두고 거실과 시선으로 연결되고 그 너머에는 마당이 보인다. 주된 공용공간인 거실은 창 하부 수납장을 겸하는 윈도우 시트를 두어 편히 앉아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작업실과 방의 사이 벽 상부를 유리로 하여 풍경의 흐름이 연속될 수 있게 하고 더 개방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2층에서는 하늘을 향해 열린 풍경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외부를 향해 뻗은 경사면의 천장은 최대한 넓은 풍경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창 너머 외벽의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수공간은 풍경을 비추는 거울로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험에 비추어 철저하게 계산된 높이로 계획된 수공간은 나무, 바위, 하늘, 그리고 밤하늘의 달빛까지 부부의 시선에 닿도록 한다.
외부를 향해 뻗어나가는 경사면의 천장은 최대한 넓은 풍경을 담는다.어느 늦은 밤, 건축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행여나 집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하는 마음을 안고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도 문득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늦은 시간 이지만 이 감정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일반적인 박공지붕의 주택 형태(ㅅ)와는 반대 형상의 지붕.집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 것이 부부의 삶을 얼마나 만족스럽게 바꾸어 주었는지 여실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집, 홍지36은 완성되었다.
<글 : 이성관>
건축가 이성관 _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서울공대 건축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하고 정림건축 등 국내서 다양한 실무를 경험했다. 그후 미국에서 컬럼비아 건축과대학원을 졸업, 뉴욕 HOK에서 수석디자이너로 다년간 실무 마치고 귀국. 1989년 ㈜한울건축을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용산전쟁기념관, 부산방송국, 데이콤빌딩, 거여3단지아파트, 수입777, 반포577,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웨스터민스터홀, 엘타워, 탄허기념박물관, 여초서예관 등을 설계하였고, 한국건축가협회상,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및 본상, 서울시건축상 금상 등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02-595-5100|http://hanularch.com
취재_ 신기영 | 사진_ 윤준환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73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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