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빼어나게, 똑똑하게 지은 저에너지 도시주택
본문
모든 침실에는 윈도 시트를 두어 공간 안에 쉼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많은 것이 멈추거나 제약되는 부자유한 시기.
마당에 대한 바람과 주택의 여유를 찾아, 알찬 패시브 집을 지었다.
사람의 이동이 뜸해지고, 서로 간 거리가 멀어졌다. 사람끼리 가까이하는 게 위험한 시대가 됐다. 그렇게 코로나19는 많은 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건축주 김원일, 한은정 씨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캠핑을 즐겨 자주 자연으로 떠나 힐링해왔지만, 코로나는 온 가족의 발을 묶었다. 1년 간은 아파트 놀이터조차 마음 편히 나가지 못했고, 한창 뛰어놀 두 아이와 부부는 점점 지쳐갔다.
방을 걷어내고 주방과 거실, 손님 화장실만을 담아낸 1층. 덕분에 주방은 아일랜드와 미니 바로 더 여유롭게 쓰고, 아이들도 집안일이 누구만의 일이 아닌 가족 모두가 해야 할 일임을 자연스럽게 배운다.
SECTION
1.현관 2.주방·식당 3.거실 4.가족실 5.침실 6.메인침실 7.드레스룸 8.파우더룸 9.화장실 10.욕실 11.보조주방 12.세탁실 13.창고 14.보일러실 15.다락 16.차고 17.테라스 18.발코니
“앞으로도 이런 생활이 장차 ‘뉴노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더이상 지치지 않도록 오랫동안 생각했던 집짓기를 시작할 때라고 봤죠. 이런 생각은 저만 하는 게 아닌지, 집 지으면서도 많은 분이 물어보시더라고요.”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남향과 큰 창 위주로 외부 전동블라인드(EVB)를 설치해줬다(회색 눈썹 모양의 창).
HOUSE PLAN
대지위치 ≫ 전라북도 전주시
대지면적 ≫ 277.4㎡(83.91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 다락
거주인원 ≫ 4명(부부 + 자녀 2)
건축면적 ≫ 110.74㎡(33.49평)
연면적 ≫ 193.52㎡(58.53평)
건폐율 ≫ 39.92%
용적률 ≫ 61.56%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10.16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외벽 : 2×6, 지붕 : 2×12 구조목
단열재 ≫ 외벽 - 미트하임 투습형 타공 단열재 150T / 내벽 - 셀룰로우스 단열재 140mm, 285mm(지붕)
외부마감재 ≫ 벽 - 두라스택 S시리즈 (탱고레드) / 지붕 – 알루미늄징크
창호재 ≫ 살라만더 82mm pvc 독일식 시스템창호(U=0.8W/m2k), 47mm 삼중유리(로이코팅)
철물하드웨어 ≫ 심슨스트롱타이
열회수환기장치 ≫ 독일 시스템에어 SaveVTR_3000L
에너지원 ≫ 도시가스
조경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 ≫ 예지전기
설비 ≫ 명제설비
구조설계(내진) ≫ 엠구조설계
감리 ≫ 세성건축사사무소
설계·시공 ≫ 필로디자인건축 02-422-4016 www.design-philo.com
지금은 비어 있지만, 나중에 주택이 지어질 것을 생각해 서측으로는 채광 이상으로 큰 창을 두지 않았다.
잡지와 인터넷을 무수히 오간 끝에 필로디자인건축 이성호 소장을 만났다. 디자인과 함께 패시브하우스 주택 성능을 갖췄으면 했던 가족에게 이 소장이 보여온 포트폴리오는 그 꿈을 미리 보는 듯했다. 다만, 설계부터 입주까지 주어진 기간은 약 7개월. 저에너지 주택 건축으로서는 상당히 타이트한 일정이었지만, 다행히 일정에 제법 순풍이 불어줬던 덕에 가족은 붉은 벽돌로 감싼, 마당 있는 집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주택들이 주택단지 규정을 짐작해 담장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면밀히 검토한 결과 설치가 가능해 큰 길가로 설치했다.주택은 앞뒤로 도로를 면하는 잘 다듬어진 필지에 ‘ㄱ’자로 앉혀졌다. 한정된 면적과 건축 규정에 부합하면서도 가족만의 프라이빗한 마당을 만들기 위해 최대한 넓게 구성한 결과였다. 매스는 모던한 디자인과 주택의 에너지 성능 재고를 위해 담백하게 조형되었다. 하지만, 지루하기보다는 다양한 크기의 창과 길고 붉은 벽돌의 질감이 입면에 재밌는 표정을 만든다.
차고는 현관과 바로 이어져 외출과 귀가에 편의를 더했다.현관과 차고는 주택의 북쪽 면에 놓였다. 생활공간보다 조금 낮은 레벨로 자리한 차고는 남편 원일 씨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로, 단순히 주차 역할 이상으로 간단한 정비와 취미활동을 겸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놓았다. 차고에서는 마당과 실내로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각각 있어 마당 활동의 서포트에도,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차량을 이용하는 데에도 요긴하다.
거실과 식당, 주방 모습. 마당으로 난 큰 창 옆에 걸린 그림은 은정 씨가 큰 틀에서 그리고 가족 모두가 조금씩 더해 완성한 작품이라고.모든 침실이 놓인 2층 가족실 모습. 방은 나뉘어 있지만, 방에서 나오면 바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실내는 우드와 화이트를 바탕으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층별로 나눠 실을 배치했다. 미국에서 얼마간 지냈던 부부의 경험을 녹여낸 것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과 식당과 같은 공간은 1층에 뒀고, 모든 침실은 2층으로 올렸다. 덕분에 주차장을 뺀 바닥면적이 약 25평 정도로 크지 않지만, 1층은 안마당과 함께 상당히 넓게 트인 느낌을 준다.
모든 침실에는 윈도 시트를 두어 공간 안에 쉼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2층에는 부부와 두 아이의 방, 그리고 욕실 구역이 가운데 가족실을 두고 둘러싸듯 놓였다. 가족실은 지붕선까지 천장을 오픈해 놀이 공간 겸 업무공간으로 쓰는 다락과의 소통 채널과 공간감을 부여하고자 했다. 가족실의 서측, 벽으로 공간을 구분해준 곳에는 화장실과 세면 공간, 욕실을 나누면서 한편으론 느슨하게 이어놓았다. 부부가 해외여행 중 숙소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수년간 간직했던 아이디어로, 집 안에서 가족끼리도 일정 부분 시선을 걸러 자칫 무방비한 상황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그와 함께 한창 바쁜 네 식구의 아침 시간에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 수 있었다.
다락의 일부는 공간을 비워 지붕선까지 천장을 높이고, 다락 난간을 투명 강화유리로 설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물론, 주택의 큰 목표 중 하나가 ‘패시브하우스 성능’이었던 만큼, 단열과 기밀도 수준에 맞춰 꼼꼼히 챙겼다. 중단열은 밀도 높게 채워진 친환경 셀룰로오스에 투습 성능을 개선한 외단열까지 더해줬고, 남향과 서향에 면하는 창에는 외부 전동블라인드(EVB)를 설치해 일조량을 에너지 계산에 따라 조절, 난방만큼이나 중요한 여름철 냉방부하를 잡았다.
PLAN
1.현관 2.주방·식당 3.거실 4.가족실 5.침실 6.메인침실 7.드레스룸 8.파우더룸 9.화장실 10.욕실 11.보조주방 12.세탁실 13.창고 14.보일러실 15.다락 16.차고 17.테라스 18.발코니
메인 침실의 윈도우 시트 옆으로는 여유 두께를 활용해 수납장을 마련했다. 창 왼편으로는 미니 테라스가 있어 바람을 쐬거나 마당과 소통한다.
독일산 자재와 필로디자인건축만의 공법으로 모든 틈을 메워 기밀하게 만든 실내에는 늘 신선한 공기를 에너지 손실 없이 들이고 또 배출할 수 있도록 검증된 독일산 열회수환기장치를 두었다. 이런 노력 끝에 패시브하우스 인증 수준인 4.2ℓ라는 에너지 성능에 블로어도어 테스트 0.47h(n50)의 기밀 성능을 확보할 수 있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던에드워드 친환경 수성 페인트 / 바닥 - 테카 원목마루, 윤현상재 이탈리아 포세린 타일
욕실·주방 타일 ≫ 윤현상재 포세린 타일, 모자이크 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독일 한스그로헤
주방 가구·붙박이장 ≫ 신명산업
거실·아이방 가구 ≫ 건축주 직영
조명 ≫ 동명전기, 필립스, 해외직구
계단재·난간 ≫ 오크 솔리드 천연 원목
현관문 ≫ 살라만더 현관문
중문 ≫ 위드지스 중문
방문 ≫ 원목패널 특수 제작
담장재 ≫ 두라스택 S시리즈 와이드 벽돌(탱고레드)
데크재 ≫ 고흥석 버너 가공
세면공간은 막거나 여는 대신 살짝 가려주는 벽을 둬 무방비한 순간의 작은 매너를 지켜준다. 세면대 오른편에는 조적식 욕조가 있는 목욕탕이, 반대편에는 화장실이 자리한다.
새집으로 이사한 후 가족의 일상은 다시 크게 바뀌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다시금 안전한 초록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집 안 곳곳을 놀이터와 공부방 삼아 성장해간다. 부부는 갖고 있던 캠핑 장비 대부분을 팔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매일 마당에서 캠핑처럼 힐링하는 나날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아내 은정 씨는 “바쁜 하루가 시작되기 전 조용한 마당에 앉아 새벽 바람을 쐬며 명상하는 시간을 주택에서의 가장 좋아하는 순간”으로 꼽는다고.
TV를 즐기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는 다락을 찾는다.아이들이 이름 짓고, 부부가 뜻을 붙였다는 집 이름 홍당무. ‘빼어난 빨간 집’이라는 의미에서 아이들의 해맑음과 어른의 뿌듯함이 함께 느껴졌다.
TECH POINT
홍당무에 적용된 패시브 디테일
기초 및 철물
기초와 목구조를 결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앵커는 타설 전 미리 기초 철근과 용접했다. 이때 토대목과 기초는 기밀에 불리한 쐐기목을 쓰지 않게끔 처음부터 정밀하게 타설해 기초면과 토대목이 밀착할 수 있게 했다.
벽체 기밀작업
높은 기밀 성능을 끌어내기 위해 기초 콘크리트와 외벽 결합구간도, 각종 설비 및 전기 기밀 작업도 각각의 전용 테이프를 빈틈없이 사용했다. 내부도 골조 작업 시 시공된 투습방습지에 연결해 끊임없는 기밀층을 형성했다.
단열재 충진
중단열로는 셀룰로오스를 고밀도 충진해줬다. 셀룰로오스는 종이를 재활용해 난연액을 섞어 만드는 친환경적인 단열재로 꼽힌다. 스터드 사이 부직포를 대고, 그 안에 전용 기계로 셀룰로오스를 불어넣는다.
열회수환기장치
각 층, 구간별 환기량을 미리 계산해 도면에 맞춰 환기 배관을 시공했다. 열회수환기장치로는 독일산 장치를 적용했다. 장치 내에도 필터가 있지만, 필터를 추가로 장착해 관리를 수월하게 하고 미세먼지 환경에 대응했다.
마당에서 간단한 공놀이를 즐기는 원일 씨와 맏아들 태준. 그리고 ‘막내’ 반려견 자두.
취재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72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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