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지붕 한 가족, 제주 봉개동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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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한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극복한 집. 주변 풍경을 끌어들이면서 경사지를 활용한 랜드마크형 농가주택이 탄생했다.
제주 이주 4년 차인 안인경 씨는 타고난 단독주택 생활자이다. 육지에서도 시골 1,000평 땅에 감자, 콩 등을 심어 팔거나 주변에 나눠주던 도시농부 그녀는 서른 살 때부터 제2의 인생과 노후에 살 전원주택에 대한 고민을 하곤 했다. 그러다 이주 붐이 일기 전인 2010년대 초반, 문득 미용실에서가수 장필순 씨의 기사를 보고선 남편을 설득해 제주에서 나머지 인생을 보내기로 결심한다. 집만 짓지 않았을 뿐 자연과 가까운 삶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고, 주경야독을 통해 생계를 위한 자격증도 정해 두었다.
매스의 모서리는 현관부를 향해 집중되어 있다. 정원에서 빛을 발하는 그라스, 라벤더, 허브, 올리브나무 등은 건축주가 직접 심고 가꾼 결과다.
서로 다른 단층집과 3층 집이 붙어 있는 것 같은 외관. 두 지붕에 한 가족이 산다.
SECTION ①현관 ②창고 ③침실 ④파우더룸 ⑤드레스룸 ⑥화장실 ⑦다용도실 ⑧거실 ⑨주방 및 식당 ⑩외부테라스 ⑪가족실 ⑫다락
6년 전 미리 사둔 땅은 제주 시내와 가까운 중산간 지역으로, 남쪽에 한라산이 위치한 북사면이라 배치나 채광이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설계를 맡은 포머티브건축사사무소의 고영성·이성범소장은 “채광에는 불리할 수 있으나 반대로 주택 일부 전면에 개구부를 최소화하여 상징적인 입면을 만들고, 동서 방향으로 창을 내어 주변 풍경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제안했다”고 설명하였다.
마치 떠 있는 듯한 1층 외부 공간 바닥. 천장역시 각을 주어 처마 역할을 하면서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막힘이 없다. / 하늘에서 바라본 주택의 모습. 1층 매스와 3층 매스의 ‘ㄱ’자 배치가 뚜렷하다.
말로만 듣던 아이디어를 설계안으로 봤을 때,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인경 씨는 “솟대처럼 올라온 건물과 미로처럼 꺾인 복도가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요즘 집은 아이덴티티가 없잖아요. 비슷한 아파트 평면에서 오래 살았고요. 제가 본 것 안에서만 납득하고 수용할 거라면 전문가에게 설계를 맡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라며 처음 이주를 선언했을 때만큼 뚝심 있게 건축가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었다.
태풍의 위험이 도사리는 제주. 3면의 풍경을 포기할 수 없어 풍압 설계를 거치고, 육지보다 더욱 보수적인 방법으로 창호를 시공했다.
분리하지 않고 통합한 거실과 주방/식당 Ⓒ고영성
1층 현관을 지나 거실을 향하는 복도. 왼편 바깥에 수돗가, 오른편 실내에 세탁실 및 욕실이 있어 야외 활동 후 드나드는 출입구로 사용하기 좋다. Ⓒ고영성
상징적인 느낌의 현관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면 두 개의 긴 복도를 거친다. 이는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공간을 겹치게 만들어 우연한 만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아이들은 자기 방까지 가기 위해 반드시 안방과 거실을 거쳐야 한다.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대지면적 ▶ 980㎡(296.45평) | 건물규모 ▶ 지상 3층
건축면적 ▶ 118.03㎡(35.70평) | 연면적 ▶ 179.37㎡(54.25평)
건폐율 ▶ 12.60%(법정 20%) | 용적률 ▶ 17.95%(법정 60%)
주차대수 ▶ 1대 |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외부마감재 ▶ 치장벽돌
창호재 ▶ 윈센 24mm 로이복층유리
시공 ▶ 대흥건설 전성호
설계 ▶ 포머티브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이성범, 한수정 070-8683-0029 www.formativearchitects.com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 상부 양쪽에 창을 내어 채광과 전망을 확보했다.
거실에서 확장된 듯한 1층 발코니는 걸터앉기 좋은 장소
현관부터 순차적으로 레벨이 높아지는 주택은 경사지를 적극 활용, 스킵플로어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 넣었다. 복도를 지나 계단 네 개를 오르면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인 주방과 거실이, 2층으로 올라가면 가족실이 있다. 가족실 반층 아래에 아들 방을, 반층 위에 딸의 방을 두었고, 그사이에 작은 화장실을 배치했다. 사적인 영역 전체가 붉은 벽돌 건물에서 작동하는 셈이다.
시골과 자연이 좋아서 반(半)농부가 될 생각으로 왔기에 외부와의 관계 역시 중요했다. 집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콘크리트 부분인 거실의 동, 남, 북쪽으로 창을 크게 내었다. 1층 복도 옆에는 정원일이나 밭일 후 신발을 툭툭 씻을 수 있도록 외부 수돗가도 설치했다.
집의 아이덴티티가 되어주는 벽돌 매스. 예각의 삼각형 평면은 실내에서 옷장으로 활용된다.
곶자왈의 미묘한 변화를 만끽하기 좋은 1층 옥상. 하늘이 맑은 날에는 멀리 바다도 감상할 수 있다. Ⓒ고영성
PLAN ①현관 ②창고 ③침실 ④파우더룸 ⑤드레스룸 ⑥화장실 ⑦다용도실 ⑧거실 ⑨주방 및 식당 ⑩외부테라스 ⑪가족실 ⑫다락
2층 가족실
2층 가족실을 중심으로 위아래 방이 하나씩 있다.
내부마감재 ▶ 수성페인트 도장
욕실 및 주방 타일 ▶ 대선세라믹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더존테크
붙박이장·주방 가구 ▶ 제작 가구 | 조명 ▶ 을지로 다음조명
계단재·난간 ▶ THK30 라왕 집성목+ 평철 및 환봉
현관문 ▶ 성우스타케이트 현관문 | 중문·방문 ▶ 제작 슬라이딩 도어
집 단독으로 보면 거대해 보일 수 있지만, 마을 전체를 두고는 크게 이질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고영성
집 바로 앞 150평의 텃밭에서는 무, 배추, 봄동, 시금치, 대파 등을 기르고, 구좌에서는 당근을 캐다가 먹으며 작년에는 무농약 귤 4톤을 생산해 다 팔아치웠다. 이 모든 것이 생업을 하면서 주말에만 일해 얻은 성과다. 정원 역시 돌담만 업자에게 맡기고 잔디부터 풀 한 포기까지 모두 직접 심었다. 요즘 유행인 그라스부터 강원도 고성에서 라벤더를, 전북 고창에서 엔젤블루를 공수할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집
짓기라는 큰일을 무사히 치렀으니 이제 진짜 좋아하는 정원과 텃밭 일에 더욱 매진할 거라는 인경 씨의 손은 따뜻한 봄을 맞아 더욱 바빠질 기세다.
취재 _ 조성일 | 사진 _ 변종석, 고영성
ⓒ 월간 전원속의 내집 / Vol.253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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